[성서의 세계 - 구약] 레위기 내용 ‘레위기’(Leviticus 혹은 Leviticum)라는 명칭은 레위인의 책 또는 레위 지파의 사제들과 그들의 임무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히브 7,11 참조). 출애굽기에는 하느님이 스스로 이스라엘에 참여하시고, 결국 만남의 장막에 하느님이 사심으로써 그 절정에 도달하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친교가 다루어져 있다(출애 40,34). 반면 ‘레위기’에는 이스라엘인들의 불완전함과 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하느님과의 이러한 친교를 ‘회복’하고 ‘유지’시키기 위해 종교적 · 윤리적 · 전례적 문제에 있어서 실천해야 할 법령들이 들어 있다. 레위기의 내용을 크게 구분해 보면 다음과 같다. 1-7장 : 여러 가지 제사들에 관한 규정 8-10장 : 성소에서의 성직 위임 예배 11-16장 : 부정한 것에 관한 규정 17-26장 : 성결 법전 27장 : 서원과 십일조 희생제사 1-7장에 나타나 있는 제사의 종류는 다섯 가지인데 (1) 번제 (2) 곡식 예물 (3) 친교제 (4) 속죄제 (5) 면죄제가 그것이다. 이 중요한 다섯 가지 제사들에 대한 준비와 그 봉헌에 관해서는 레위기 1-5장에 아주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 제사들이 봉헌되는 동기는 ‘선물’, ‘친교’, ‘속죄’이다. 선물로서의 제사는 큰 번민을 당했을 때에 행한 모든 서원의 경우에 두드러진다(창세 28,10-22 등). 모든 수확은 하느님께서 주신 거룩한 것인데 인간은 여기에 대한 의무와 감사의 표시로 가장 거룩한 것, 즉 첫 수확 혹은 맏이를 그분께 돌려 드려야 한다(출애 23,16.19 등). 친교 제사의 좋은 예로는 출애굽기 24장 911절의 시나이산에서의 식사를 들 수 있다. 계약 체결 후의 식사도 그와 마찬가지로 이해되었다(창세 31,54). 성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긴 후의 장엄한 제사(2사무 6,17)도 친교로서의 제사에 속한다. 속죄를 위한 제사의 경우로는 미가서 6장 6-8절 그리고 사무엘 후서 21장 3절과 24장 25절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실제의 제사 봉헌에 있어서, 제사 봉헌의 세 가지 동기 중에 한 가지 동기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제사가 봉헌될 때마다 여러 가지 동기가 서로 결부되었는데 그중의 어떤 한 가지 동기가 두드러지고 결정적인 것이 되곤 했다. 레위기 1-7장에 나타나 있는 제사들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자. 1) 번제(1,3-17; 6,8-l3). 이 번제는 제단 위에서 완전히 태워지는 유일한 제사이다. 봉헌되는 경우는 여러 가지이다. 예를 들면 하느님이 베푸신 어떤 성공이나 성취에 대한 감사의 표시(1사무 6,14; 판관 11,30-31)로서 기쁨의 때에 봉헌되기도 한다. 또한 이 제사는 환난의 때, 즉 이스라엘에 하느님의 분노가 임했을 때에(판관 21,4; l사무 13,9; 미가 6,6) 봉헌되기도 했는데, 이 경우에는 제사 봉헌의 동기가 주로 속죄를 위한 것이다. 번제의 제물로는 반드시 소, 양, 새 중에서 제물로서의 자격이 있는 흠 없는 수컷을 선택해야 한다. 사제계 문헌에 있어서 이 번제를 개인이 드리는 경우, 그 동기는 언제나 기쁨에 있었다(레위 22,l7; 민수 15,1-11). 이 제사는 감사와 존경과 경의의 표시로써 하느님께 바쳐졌다. 2) 곡식 봉헌(2,1-16; 6,14-18). 사제계 문헌에 있어서 이 제사는 고운 가루(레위 2,1-3), 고운 가루로 만든 무교병(2,4-10) 또는 볶은 이삭(2,14-16)의 곡류에만 국한되어 있다. 효모와 꿀은 발효하기 때문에 제단에 드리지 못하도록 금지되었고, 소금은 보존력이 있기 때문에 제단에 드릴 수 있었다(2,11-13). 그러나 효모는 첫 열매일 경우에는 사제에게 바치는 제물로 허락되었다(23,17). 여기서 제물을 곡류에만 국한시킨 것은 하느님께 대한 인간의 제물은 인간의 노력에 의해 땅에서 생산된 열매 중에서 바쳐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곡류는 풍부하게 있었고 값이 쌌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의 번제가 되었고, 그 때문에 제물로써 널리 쓰이게 되었다. 몇 가지 예외(레위 5,11; 민수 5,15) 이외에는 이것은 다른 제사들 특히 번제와 함께 혹은 이들에 추가로 봉헌되었다. 3) 친교제(3,1-17; 7,11-36). 희생 제물 전체가 아니라 살을 제외한 기름기 부분만 제단 위에서 태워 하느님께 바쳐진다는 차이점을 제외하면 번제와 똑같이 바쳐진다. 살코기는 어떻게 되었나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데 그것은 제사 예식의 영역 밖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예배자들이 먹었는데, 평신도에게 있어서 이 식사는 주된 요소이며 정점이기도 했다. 그 당시 공동 식시를 동반하는 제사는 특별한 제사였으며, 다른 제사들보다 더 중요했고 또 더 자주 봉헌되었다. 예배자들은 친구들을 식사에 초대해서 “야훼 앞에서 먹고 마셨다”(출애 34,15; 1사무 9,12-13 이하). 이 제사의 분위기는 두드러진 기쁨이었다. 이 제사는 감사, 서원, 선물을 위해 바쳐졌는데 이 모두는 하느님과의 친교를 지향한다. 4) 속죄제(레위 4장; 6,24-30; 민수 15,27-29). 이것은 사제계 문헌에서 가장 흔한 제사이다. 이 제사는 봉헌자를 부주의로 인한 모든 비고의적인 죄들(윤리적인 범행이 아님)에서 깨끗하게 해준다. 이 금법을 고의적으로 범할 경우에는 하느님의 사자(使者)에 의해 죽음을 당하는 처벌을 받을 수도 있었다(민수 15,27-31). 이 제사가 봉헌되는 경우는 전례 규정 혹은 다른 예배 규정들, 특히 부지(不知) 중에 정결법을 범했을 때이다. 이러한 경우는 상당히 많은데, 예를 들자면 나지르인의 오염(민수 6,10-11)이나 다른 불결(레위 12,6)을 탈 경우, 거룩한 날들을 어길 경우(유월절이나 속죄의 날 등), 성소를 더럽힐 경우(레위 7,20-21), 금지된 성행위를 할 경우(레위 18,19) 등이다. 실수로 이런 종류의 죄를 짓게 된 사람을 위해 사제는 제물(수소, 염소, 어린 양)을 만남의 장막에 끌고 와 그 위에 손을 얹어 그 사람의 죄를 옮긴 후 그것을 죽인다. 그러면 사제는 피를 제단 뿔들에 바르고 나머지 피는 죄 있는 당사자를 위해 속죄하며 “그러면 그의 죄는 용서받게 된다”(레위 4,20.26.31.35). 5) 속죄제 - 보충(속죄 제물을 드릴 때의 불분명한 한계성; 5,1-13). 라삐의 전통에 의하면 4장의 속죄 제물과 5장 1-13절의 속죄 제물을 구별해서, 후자는 ‘조절된 제물’ 즉 위반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조절된 제물이라 불린다. 원래의 속죄제에서 갈라져 나온 이 제물은 부정한 일을 범했을 때, 즉시 그것을 정결케 하지 못했거나 할 수 없었을 경우에 드리는 제물이었던 것 같다. 6) 면죄제(보상을 위한 제물; 5,14-26). 이 제사는 하느님의 재산을 축낸 죄에 대해 제정된 것이다. 즉 하느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신성 모독죄의 경우와 같은 것인데, 이 죄는 4장에서 성소를 더럽히는 죄와는 구별되며 따라서 이 죄와 결부된 면죄제는 속죄제와 구별된다. 그러나 제사들에 관한 ‘레위기’의 가르침(1-7장) 밖에서는 양자 사이의 구분이 아주 어려운 경우도 있다(레위 19,20-22; 14,14-18; 민수 6,12). 6-7장의 내용은 제사들과 관계해서 주로 사제들에게 주어진 지시 사항들이다. 여러 가지 지시 사항들이 “……규정은 다음과 같다.”는 일정한 형식으로 시작하고 있다. 친교제의 경우에 제물은 주로 봉헌자들이 먹었기 때문에, 이 경우의 규칙은 대부분 제물을 바친 봉헌자들에 관한 것이다(7,11-34; 특히 23절과 29절). 그 밖의 규칙들은 제사를 집행하는 사제에 관한 지시 사항들이다. 이러한 제사들에 대한 제도(레위 1-7장)의 의미는 하느님이 이스라엘과 맺으신 계약에 비추어 고려되어야 한다. 당신의 백성을 에집트의 속박에서 구해 내시고 그들과 지속적인 관계(계약)를 맺으신 하느님은 제사 제도를 통해 직접적인 방법으로 그들 가까이에서 계속 현존하신다. 이스라엘과 맺으신 계약의 친교를 달성하시기 위해 하느님은 속죄의 방법으로 희생 제사들을 부여하셨다. 이와 같이 희생 제사까지도 실제로는 처음부터 이스라엘을 위한 하느님의 은혜로운 행위였다. 에집트에서의 구원을 통해 나타난 이스라엘에 대한 하느님의 관심과 배려는 역사적인 업적이나 개인들의 삶을 은혜롭게 이끄심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서 하느님은 희생 제사의 제도들을 설립해서 이스라엘에게 당신 자신과의 계속적인 관계 유지의 가능성을 열어 주셨던 것이다. [경향잡지, 1992년 10월호, 박광호 베드로(대구 가톨릭 대학 교수 · 신부)] 정결법(11-16장) 불결에 관한 내용은 레위기 11-16장에 잘 나타나 있으며, 그 종류로는 짐승에 관한 불결(11장), 출산에 의한 불결(12장), 피부병에 의한 불결(13-14장), 생식적 유출에 관한 불결(15장) 그리고 성소와 백성의 불결(16장)이 있다. 이와 같이 정결한 것과 불결한 것에 관한 율법은 사람, 음식, 장소 그리고 물건에 적용된다. 1) 사람 불결은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부정한 사람이나 사물과 접촉하여 불결을 입을 수 있었다. 율법에 의하면 사회에서 쫓겨날 정도의 강한 불결이 있는데, 그것은 문둥병, 몸의 유출물에 의한 불결, 시체 접촉(민수 5,2-4) 등이다. 문둥병에 관한 율법의 전문(全文)이 레위기 13-14장에 잘 나타나 있다. 고대인들은 문둥병을 악마의 짓이거나 죄에 대한 하느님의 형별로 보았다. 흉측하고 일그러진 모습을 초래하는 문둥병은 강한 불결의 대상이었다. 이 병은 완전히 치유되거나 죽을 때까지 불결은 계속되었다. 몸에서 나오는 유출물(流出物), 즉 피, 정액, 월경, 출산에 따르는 분비물은 고대인들에게는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정액으로 말미암은 불결은 그날 저녁까지 계속되지만, 부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사출된 경우에는 7일 동안 그 남자는 불결했다(레위 15, 1-15). 중요한 우주의 율동(달의 변화)과 닮은 순환적인 발생, 생식과의 연관성, 그리고 피 속에 담긴 생명력과의 관계로 인해서 여자의 월경은 강력한 불결의 대상이었다(레위 15,19-24). 아기의 출산도 그와 비슷한 불결을 초래하는데 산모가 사내아이를 낳은 경우에는 7일 동안, 계집아이를 낳은 경우에는 14일 동안 불결했다. 그 뒤에라도 아이 낳은 여자가 성스러운 물건을 만지지 못하는 기간은 각각 33일과 66일이었다. 사람이 뱉는 침도 그것을 맞은 사람을 불결하게 했다(레위 15,8). 사람의 시체는 공포의 대상이며, 고대인들에게는 위험의 대상이기도 했다. 죽은 자의 영이 그 시체에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구약의 제사법(민수 l9장)에서는 시체나 사람의 뼈나 무덤에 닿은 경우에는 불결을 입었으며, 여기에는 정성들인 정결 예식이 필요했다. 2) 짐승과 음식 음식은 사람의 몸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불결의 원천이 될 수 있었다. 구약의 식사 율법은 저절로 죽었거나 야수에게 찢겨 죽은 짐승(레위 17,15) 또는 그 안에 피가 들어 있거나(17,14-15) 불결한 물건에 닿은 고기(11,30) 등을 불결하다고 선언했다. 그 외에도 그 자체로 불결한 짐승들이 있는데, 굽이 갈라지지 않았거나 새김질을 하지 않는 짐승들(11,3-7),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물고기들(19,9-12), 육식을 하거나 썩은 동물의 고기를 먹는 맹금류의 새들과 황새 종류와 박쥐 등이다(11,13-19). 땅에서 뛰어오를 수 있는 다리를 가진 곤충은 정결해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이며(11,20-23), 배로 기어 다니거나 네 발로 다니는 동물과 발이 많은 동물은 불결하여 먹을 수 없다. 불결한 동물을 먹으면 불결하게 되고 그 시체를 만지거나 운반해도 마찬가지로 불결을 입는다(11,8.11.27-28.31). 3) 장소 구약의 정결법은 주로 하느님이 계심으로써 거룩한 장소에 불결한 것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주의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거룩한 땅은 억압(에제 22,24), 우상 숭배, 금지된 종교 관습(에제 36,17) 등으로 인해서 더러워졌다. 거룩한 도시 예루살렘은 죄, 우상 숭배, 거리에서 죽임을 당한 자들의 피로 오염될 수 있었고 또한 성전의 황폐함으로 인해 더러워졌다. 속죄일의 정결 예식을 통해서 한 해 동안에 이스라엘이 저지른 죄와 불순한 것들로 말미암아 더럽혀진 성소의 오염이 깨끗이 제거되었다(레위 16장). 4) 물건 물건은 그 자체로는 불결하지 않으나 보통 불결한 사람 또는 동물과 접촉하여 불결하게 된다. 문둥병에 감염된 옷이나 천, 이불 등은 태워 버려야 했다. 문둥병이 들린 집은 14일 간 폐쇄하고 감염된 부분은 제거하며 건물은 다시 회(灰)를 칠했다(레위 13,47-59; 14,33-52). 사람의 유출물이 묻은 물건은 오염되었다(15,4-12.17.20.26). 정결예식 정결을 회복하는 데에는 다음의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오염의 근원이 중단되고 난 뒤 - 예컨대 유출병이 멎은 뒤(레위 15,28) -터 시작하는 기다림의 기간이 필요하다. 이 기다림의 기간은 불결의 정도에 따라 1일, 7일, 14일, 40일 혹은 80일(레위 11,24-25; 22,7; 15,16; 12,2.4-5; 14,9; 15,13.19.28; 13,5-6)이 필요하다. 둘째, 정결 매체로서 불(민수 31,23), 물(레위 15,5), 피(14,25) 혹은 “부정을 씻게 하는 물”(민수 19,9)을 이용한다. 옷이나 몸은 물로 씻음으로써 불결을 씻어 낼 수 있었다(레위 11,25.28.40; 15,5-8.10-11.16.18). 제단(16,18-19)과 성소(16,15-16)를 정결케 하는 데에는 피만이 사용되었다. 셋째, 속죄 제물 형태의 희생 제물이 필요하다. 의식상(義式上)의 세척과 겸하여 행하여지거나 이에 앞서 행해지는 ‘희생 제사’는 유출, 출산 그리고 문둥병 뒤에 행해지는 정결 예식의 일부였다. 유출로부터 정결하게 할 때에는 산비둘기 두 마리 또는 집비둘기 두 마리가 있어야 했다(레위 15,14-15.29-30). 출산 후에는 어린 양 한 마리와 집비둘기 또는 산비둘기 한 마리를 바쳤다(12,6). 문둥병이 치유된 자는 더 많은 예물이 필요하였다(14,10). 가난한 자들은 값이 싼 짐승으로 대치할 수 있었다(레위 12,14.21-32; 루가 2,24). 정결 예식에 짐승아 쓰인 것은, 불결이 거의 물리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인간의 불결이 짐승에게 옮아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둥병의 정결 예식 후에 새 두 마리를 마련하여 그중 한 마리의 피는 불결을 씻어내는 데 쓰고, 다른 한 마리는 산 채로 들에 놓아 준다. 이 예식은 속죄 양을 속죄일에 들에 놓아 주는 것과 비슷하다. 정결의 중요성 사제계 저자의 작품인 레위기에 있어서, 정결과 불결의 문제는 결코 지엽적인 것이 아니라 중대한 신학적 관심사였으며, 그 중요성은 유배기 이후에 증대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특성과 성격을 그들의 공동체 생활에 반영해야 한다. 그분이 거룩하시니 이스라엘도 거룩한 백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결법의 골자이다. “나 야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레위 19,2; 11,45; 20,7). 정결의 문제는 이스라엘 민족의 삶과 죽음이 걸린 중대한 문제이다. 이스라엘의 불결은 하느님으로 하여금 그들을 외면하게 하며, 따라서 그분의 구원이 없으면 이 민족은 유배와 파멸의 운명에 직면하게 된다(에제 39,24). 그와 마찬가지로 민족의 정결을 보존해야 할 절박한 의식(意識)이 레위기 15장 31절에 잘 나타나 있다. “너희는 이렇게 이스라엘 백성에게 부정을 타지 않도록 일러주어서, 그들 가운데 있는 나의 성막을 더럽히다가 그 더럽힌 죄로 죽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사제계 문헌은 내적인 불결 - 즉 도덕적으로 불결한 죄 - 과 외적인 불결 사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이는 속죄제가 정결 예식에 널리 사용된 것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 속죄일의 정결 예식은 도덕적인 죄와 불결 양면에서 축적되어 온 죄를 동시에 제거한다(레위 16,16.30). 하느님이 당신의 거룩함을 계시하신 위대한 행위는 이스라엘을 에집트에서 구출해 내시고 시나이에서 그들과 계약을 맺으신 사건이다. 따라서 레위기 등의 사제계 문헌은 정결법을 이 중대한 사건들과 연관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연결을 명백히 기록한 구절이 레위기 11장 45절이다. ‘나는 너희의 하느님이 되려고 너희를 에집트 땅에서 인도하여 낸 야훼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여라.” 이것은 십계명의 서두(출애 20,2)를 연상시킨다. 이 율법은 모세의 법적 강제력을 띠게 될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에 대해 명확한 구속력을 띠게 되었다. 이스라엘을 구원하시고 또 왕으로서 자신의 법을 주신 하느님은 정결법을 당신 자신의 의지의 일부로 포함시키셨다. 그러므로 정결법은 사소한 것이라거나 도덕적 율법보다 덜 중요하다고 볼 수 없다. 정결법은 이스라엘 국가의 삶을 형성하고 있었고, 이 정결법을 필연적으로 준수해야만 했다. [경향잡지, 1992년 11월호, 박광호 베드로(대구 가톨릭 대학 교수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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