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상징] (50) 왼쪽 : 중립적 경우와 부정적 경우 나타내 우리말에서 ‘오른손’을 ‘바른손’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옳다’, ‘바르다’라는 뜻이다. 반면 ‘왼손’에서 ‘외다’는 ‘물건이 좌우가 뒤바뀌어 놓여서 쓰기에 불편하다’, ‘마음이 꼬여 있다’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왼쪽을 뭔가 잘못된 것으로 인식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왼쪽에 해당하는 말은 약하고 불길하고 사악한 뜻을 포함하고 있다. 왼손은 많은 언어에서 부정적 면을 보여준다. 그래서 왼손을 부정한 것으로 보는 습관이 있는 나라도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왼쪽의 주술’은 사람을 질환 속에 몰아넣기 위한 주술로 본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처칠 수상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일이 있다. 당시 처칠은 영국 최고급 자동차인 롤스로이스를 사우디아라비아 왕에게 선물했다. 그러나 왕은 그 자동차를 이용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영국차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고, 왕은 운전사 왼쪽에 앉아야 했기 때문이다. 오른쪽을 높은 자리로 생각하고 있던 이슬람 전통에서 왕이 왼쪽에 앉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여러 국가나 문명에서 왼쪽은 오른쪽보다 무시당하고 천대받아왔다. 그래서 어머니들은 자식들이 왼손잡이면 억지로라도 오른손을 쓰도록 무리하게 습관을 고치려 한다. 그러나 실제로 왼손잡이는 상황을 파악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특별한 직관, 인식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는 관습을 뛰어넘어 문제 핵심에 도달하고, 예상하지 못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능력이다. 성경에서 왼쪽은 중립적 경우와 부정적 경우를 나타낸다. 아브라함은 조카 롯에게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원하는 방향을 택하도록 했다. 여기서 특별히 어느 방향을 선호했다는 기록은 없다. “온 땅이 네 앞에 펼쳐져 있지 않느냐? 내게서 갈라져 나가라. 네가 왼쪽으로 가면 나는 오른쪽으로 가고, 네가 오른쪽으로 가면 나는 왼쪽으로 가겠다”(창세 13,9). 이처럼 성경에서 대부분 경우는 어느 쪽이 더 가치있다고 판단하지 않고 방향만을 제시한다. “그런 다음 사제는 기름 한 록에서 얼마쯤 가져다 자기 왼손바닥에 붓는다”(레위 14,15). 오른쪽으로나 왼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곧바로 가야 한다는 표현도 있다. “너희는 그들이 너희에게 내리는 지시와, 너희에게 일러 주는 판결대로 실행해야 한다. 그들이 너희에게 알려 주는 결정에서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벗어나서는 안 된다”(신명 17,11). 그러나 성경에는 왼쪽을 유난히 부정적으로 다룬 곳들도 있다. 야곱이 에프라임과 므낫세를 축복할 때 손을 엇갈리게 내밀어, 에프라임이 작은 아들인데도 오른손을 에프라임의 머리에 얹고, 므나쎄가 맏아들인데도 왼손을 므나쎄의 머리에 얹었다(창세 48,13-14). 지혜는 오른쪽으로, 어리석음은 왼쪽으로 향하는 경향이 있다고 표현한 대목도 있다. “지혜로운 마음은 오른쪽에 있고 어리석은 마음은 왼쪽에 있다”(코헬 10,2). 예수님께서 마지막 심판을 양과 염소를 갈라놓는 것으로 비유하신 대목에서도 왼쪽은 부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때에 임금은 왼쪽에 있는 자들에게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주받은 자들아, 나에게서 떠나 악마와 그 부하들을 위하여 준비된 영원한 불 속으로 들어가라”(마태 25,41). [평화신문, 2009년 6월 2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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