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상징] (53) 흰색 : 완전한 순결, 청정, 불멸의 영광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흰색을 즐겨서 백의(白衣)민족이라 불렸다. 흰색은 검정, 빨강, 파랑과 함께 여러나라 국기에 많이 쓰인다. 흰색 깃발은 종종 항복의 의미로 사용된다. 유럽의 결혼식에서 신부 예복은 흰색이 일반적이다. 신부의 흰색 옷은 청정무구와 처녀성을 암시한다. 흰색이 깨끗함과 순결함을 상징하지만 자연 상태에서 흰색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색상이라 한다. 자연과 동화를 이뤄 살아가는 동물들에게 흰색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 방어수단을 빼앗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동물들은 저마다 자연과 동화될 수 있는 자연색과 무늬를 가지고 있다. 또한 흰색은 여러 종교에서 신성하게 여겨졌다. 그리스 제사장은 흰 옷을 입었다. 힌두교와 불교에서는 흰색 코끼리를 신성한 짐승으로 여긴다. 그리스도교에서 천사는 종종 흰색 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흰색은 이처럼 옛날부터 제사와 미신에서 큰 역할을 맡아왔다. 신들에게 바쳐지는 동물의 색 중에는 흰색이 우선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로마에서는 흰 짐승이 하늘의 신들에게 희생물로 바쳐졌다. 흰색은 정신적, 윤리적 청렴과 완전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흰색은 기쁨과 제사의 색이었다. 성경에 보면 다니엘 꿈에 나타난 하느님의 옷을 흰색으로 묘사하고 있다. "내가 보고 있는데 마침내 옥좌들이 놓이고 연로하신 분께서 자리에 앉으셨다. 그분의 옷은 눈처럼 희고 머리카락은 깨끗한 양털 같았다"(다니 7,9). 예수께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시는 장면에서 보면 얼굴이 하얗게 변화하는 모습을 천상의 모습으로 상징하고 있다. "엿새 뒤에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는데, 그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마태 17,1-2). 같은 사건을 전하고 있는 마르코복음 저자도 예수님 옷의 광채가 흰색으로 변모됐음을 드라마틱하게 전하고 있다. "그분의 옷은 이 세상 어떤 마전장이도 그토록 하얗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빛났다"(마르 17,2). 천사를 나타낼 때도 흰색의 이미지를 이용하고 있다. 예수님이 처형당한 후 무덤을 찾아온 마리아가 무덤 안을 들여다보는 장면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흰 옷을 입은 두 천사였다. "마리아는 무덤 밖에 서서 울고 있었다. 그렇게 울면서 무덤 쪽으로 몸을 굽혀 들여다보니 하얀 옷을 입은 두 천사가 앉아 있었다. 한 천사는 예수님의 시신이 놓였던 자리 머리맡에, 다른 천사는 발치에 있었다"(요한 20,11-12). 요한묵시록에서 흰색은 더 분명하게 완전한 순결, 청정, 불멸의 영광을 상징한다. 최후 전쟁에 진군하시는 그리스도는 흰말을 타고 계시는 분으로 묘사된다. "나는 또 하늘이 열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곳에 흰말이 있었는데, 그 말을 타신 분은 '성실하시고 참되신 분'이라고 불리십니다. 그분은 정의로 심판하시고 싸우시는 분이십니다"(묵시 19,11). 그리고 하늘에 있는 군대들이 흰 아마포 옷에 흰말을 타고 따른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하늘의 군대가 희고 깨끗한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서 흰말을 타고 그분을 따르고 있었습니다"(묵시 19,14). 그래서 초대교회 때 세례 받는 사람은 흰색 세례복을 입었다. 새 영세자들은 부활절 날에 세례를 받고 일주일 후에 흰옷을 벗었다. 이처럼 빛나는 흰색은 그리스도교에서는 부활을 상징하는 신성한 기본색이 됐다. [평화신문, 2009년 7월 19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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