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서 읽기의 새로운 방법 8 - 이야기의 사회적 배경 사회적 배경의 의미 복음서 이야기의 사건은 공간적 배경, 시간적 배경뿐 아니라 사회적 배경 안에서 일어난다. 사회적 배경이란 이야기가 펼쳐지는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상황과 당시 사람들의 생활 풍습 및 사고방식 등을 가리킨다. 따라서 복음서 이야기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 사회적 배경 중에는 오늘의 독자가 금방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복음서의 사회적 배경은 우선적으로 역사 비평적 분석의 대상이 되는데, 이것은 기원후 1세기 이스라엘의 정치 상황, 경제 체제, 종교 제도, 사회 관습 등에 대한 연구의 도움을 받게 된다. 또한 당시 사회적 배경에 대한 연구는 이야기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구성 요소이기 때문에 복음서를 하나의 이야기로 읽는 문학 비평적 분석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성서 안의 사람들은 삼층 구조의 세계관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즉 맨 위의 하늘과 그 아래의 땅, 맨 아래의 셔올로 이루어진 이 세계관은 성서 이야기의 배경을 이룬다. 하늘은 하느님의 세계이고 땅은 인간의 세계이며 셔올은 죽은 이들의 세계이다. 이 배경 안에서 예수 사건이 서술된다. 예를 들어 복음서에서는 예수님이 인간이 되신 것을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신 것으로 표현되고, 그분이 돌아가신 것은 셔올로 내려가신 것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은 죽은 이들 중에서 일으켜지신 것이고, 하느님의 영광 안에 들어가신 것은 승천, 즉 하늘로 올라가신 것으로 표현된다. 이와 같이 복음서는 예수님에게 일어난 일들을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에 입각하여 하강과 상승, 즉 내려오심과 올라가심으로 표현한다. 예수님이 활동하시던 당시의 이스라엘은 로마 제국의 식민지였다. 빌라도는 유다를 다스리는 로마 제국의 총독이었고, 헤로데 안티파스는 로마 제국의 위임을 받아 갈릴래아를 다스렸다. 이 시기를 제2차 성전 시대라고 하는데, 이 시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바빌론 유배로부터 귀환하여 예루살렘의 성전이 재건된 이후 기원후 70년, 이 성전이 파괴되기까지의 시기를 가리킨다. 제2차 성전 시대의 유다이즘에는 바리사이파, 사두가이파, 에세네파, 젤롯파 등의 다양한 종교적 그룹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이 시기의 유다인들에게는 할례, 안식일, 음식 규정과 정결 규정 등과 같은 율법 준수가 매우 중요하였다. 이러한 당시 유다인들의 생활 방식, 종교 사상과 실천이 복음서의 사회적 배경을 이룬다. 복음서 이야기의 등장 인물 중에서 로마 제국의 지도자들과 대사제, 수석 사제들, 최고 의회 의원 등과 같은 유다 지도자들은 사회의 상층을 이루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정치, 경제, 종교의 중심지인 수도 예루살렘에 살며 사회적 지위와 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바리사이, 율법 학자는 모세 율법을 연구하고 해석하는 종교적 엘리트들이었다. 한편 농부, 어부, 소작인, 종, 품삯 일꾼, 세리, 창녀 등은 사회의 하층민들이었다. 특히 나병 환자, 거지, 눈먼 이, 귀먹은 이, 병자, 더러운 영이 들린 이 등은 밑바닥의 소외된 이들이었다. 그리고 당시는 엄격한 신분 사회이며 가부장적인 사회였으므로 여성이 차별되었다. 사회적 배경과 예수님 복음서의 예수님은 갈릴래아 출신으로서 사회적으로 낮은 신분의 기술자이셨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행동에 나타난 기본적인 정신은 포용과 관용이었다. 특히 그분은 변두리로 내몰려 소외된 밑바닥 사람들과 친교를 나누셨다. 이 친교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자리가 바로 예수님과 소외된 이들, 세리와 죄인들과의 식사였다.(마르 2,13-17; 마태 9,9-13; 11,19; 루카 5,27-32; 7,34-36; 15,1-2) 이 예수님의 식탁 친교는 그분의 정신이 잘 드러나는 자리이고, 그것은 당시 유다이즘 안에서 획기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복음서 이야기에 나타나는 예수님의 독창성은 율법 문제와 관련하여 잘 드러난다. 예수님 당시의 유다이즘 안에서 안식일 준수는 창조의 일곱째 날에 하느님께서 쉬신 것에 기초한 율법의 근본적인 규정들 중의 하나였다.(탈출 20,8-11) 안식일은 거룩하며, 안식일 준수는 구원의 표징으로 이해되었다.(출애 31,12-17) 그런데 복음서의 예수님은 유다인들 보다는 훨씬 완화되고 관대한 율법 해석을 제시하신다. 그분에게 있어서 자비로운 행동은 안식일 준수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요구된다. 이러한 예수님의 관대한 태도는 안식일에 행하신 기적과 치유에서 잘 드러난다. 그분은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안식일의 준수보다 더 우위에 두신다. :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마르 2,27-28 병행) 이러한 예수님의 율법 해석은 정결 규정(마르 7,1-23; 마태 15,1-20; 루카 11,37-41), 죽은 이들의 장사(마태 8,22; 루카 9,62) 등에서도 잘 나타난다. 특히 루카 14,12-14에서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은 잔치에 초대 받을 대상이다. 그러나 당시 유다이즘에서는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 등은 제의적으로 부정하기 때문에 모세 율법의 이름으로 메시아 시대의 잔치에서 배제된다고 여겨졌다. 따라서 이러한 예수님의 태도는 당시 유다인들의 지도자들 즉 율법학자들, 바리사이들, 성전의 사제들과의 갈등을 일으키게 되었다. 사회적 배경과 독자 지금까지 우리는 복음서 이야기의 사회적 배경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제 우리는 복음서를 읽을 때 각 사건이 어떠한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배경 안에서 일어났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그 배경이 이야기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야기의 사회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는 본문의 의미를 더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독자가 가지는 사고방식과 생활 풍습과는 전혀 다른 복음서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본문의 메시지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복음서 이야기의 사회적 배경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복음서 읽기의 다양한 방법들인 역사 비평적 방법과 문학 비평적 방법, 즉 통시적(diachronic) 방법과 공시적(synchronic) 방법이 만나고 통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 두 방법론은 상호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것이다. 우리는 복음서 본문의 문학적인 측면뿐 아니라 역사적인 측면을 함께 고려할 때 비로소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복음서를 ‘하나의 이야기’로 읽는 우리의 방법론은 본문의 역사적 특성을 전제하고, 역사 비평적인 방법들과 끊임없이 만나고 대화한다. 이것이 복음서 읽기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우리의 방법론적인 기본 태도이다. [월간 빛, 2009년 8월호, 송창현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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