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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유대인 이야기36: 순교의 행렬 - 성전도, 율법도 모두 짓밟히고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14 조회수4,005 추천수2

[유대인 이야기] (36) 순교의 행렬


성전도, 율법도 모두 짓밟히고 …

 

 

그리스인과 유대인들은 물과 기름이나 다름없었다. 그리스인과 유대인들은 종교 안에서 융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통치자의 명령에 따르느냐, 죽음을 선택하느냐는 두 가지 선택 앞에서 유대인들은 용감히 순교하는 쪽을 택한다. 그림은 율리우스 슈노르 폰 카롤스펠트가 그린 「안티오코스 왕의 박해」.

 

 

▨ 문제 : 그리스도 탄생 300여 년 전, 알렉산더 대왕에 의해 유대인들의 주인이 페르시아인에서 그리스인으로 바뀌었다. 그리스 지배 초기에 유대인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아래에서 정답을 고르시오.

 

① 그리스 지배에 적극 협력했다.

② 철저히 반항하며 독립 운동을 전개했다.

③ 그리스에 어느 정도 협력하며 공존을 모색했다.

④ 광야로 나가, 철저한 신앙을 고수했다.

 

▶ 정답 : 없음

 

그리스의 지배에 대한 유대인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제각각이었다. 이는 일제의 침략으로 국권을 상실했을 때 한국사회 지식인들이 보인 반응과도 상응한다.

 

우선 광야로 나가 종교적 전통을 고수한 부류가 있었다. 이들에게 예루살렘은 더 이상 회복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타락한 도시였다. 이들은 깨끗한 광야로 나가 ‘나 홀로 깨끗함’을 추구했다. 이들은 하느님의 평화가 이 땅에 도래할 날을 기다리며 철저한 신앙생활을 고수했다. 반면 무력 저항을 꾀하던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그리스를 무력으로 몰아내고, 신앙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태도를 광신으로 바라보며, 우려하던 유대인들도 있었다. 그리스 사회에 완전히 적응하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그리스 문화를 습득하는 것이야말로 일류 시민이 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출세를 원했고, 이름까지도 그리스식으로 바꾸었다.

 

이러한 고립주의자와 그리스주의자 사이에 또 다른 큰 규모의 그룹이 있었다. 예레미야, 에제키엘 예언자의 전통을 이어받는 경건한 유대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원칙적으로 그리스의 지배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리스가 자신들의 신앙을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기꺼이 세금을 낼 용의가 있었다. 이들은 그리스와 유대사회가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것은 ‘희망사항’이었다. 그리스인들은 유일신론자가 아니라 다신론자들이다. 그리스인들에게 있어서 유대인들의 하느님은 제우스, 이집트의 암몬신, 페르시아의 아후라-마즈다 신과 동일시되었다. 심지어 이들은 인간을 신격화하기까지 한다.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말을 했다.

 

“만약 한 국가 내에서 탁월한 한 개인이 존재하고, 일반 대중이 그 개인에게 필적할 수 없을 경우, 그 탁월한 개인은 인간 가운데 거하는 신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이쯤 되면 그리스인과 유대인들은 물과 기름이나 다름없다. 그리스인과 유대인들은 종교 안에서 융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난다. 안티오코스 4세라는 왕이 있었다. 알렉산더 대왕 사후 분열된 제국 중 시리아 지역을 통치하던 왕이었다. 유대인들은 지금도 역사에서 가장 흉악한 지배자를 꼽으라면 안티오코스 4세를 꼽는다.

 

도대체 이 왕이 어떤 일을 저질렀을까. 기원전 167년, 왕이 사고를 친다.

 

“임금은 사신들을 보내어 예루살렘과 유다의 성읍들에 이러한 칙서를 내렸다. 유다인들이 자기 고장에 낯선 관습을 따르게 할 것. 성소에서 번제물과 희생 제물과 제주를 바치지 못하게 하고, 안식일과 축제를 더럽힐 것. 성소와 성직자들을 모독할 것. 이교 제단과 신전과 우상을 만들고, 돼지와 부정한 짐승을 희생 제물로 바칠 것. 그들의 아들들을 할례 받지 못하게 하고, 온갖 부정한 것과 속된 것으로 그들 자신을 혐오스럽게 만들도록 할 것. 그리하여 율법을 잊고 모든 규정을 바꾸게 할 것. 임금의 말대로 하지 않는 자는 사형에 처할 것”(1마카 1,44-50).

 

율법서는 발견되는 대로 찢어 불태워 졌다. 계약의 책을 가지고 있다가 들키거나 율법을 따르는 이는 누구든지 왕명에 따라 사형에 처해졌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아도, 아기에게 할례를 시켜도, 안식일을 지켜도 사형에 처해졌다. 예루살렘 성전에 제우스 신을 위한 제단이 설치됐으며, 이 제단에는 돼지고기가 제물로 바쳐졌다.

 

유대인으로서는 경악할 일이었다. 그동안 그리스 지배에 어느 정도 협력했던 제사장들까지 격분했다. 그럼에도 유대인들은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리스 병사들이 안식일을 골라 유대인 거처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율법에 따라 유대인들은 안식일에 싸움을 할 수 없었다.

 

이제 불쌍한 유대인들 앞에는 통치자의 명령에 따르느냐, 죽음을 선택하느냐는 두 가지 선택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때 유대인들은 용감히 순교하는 쪽을 택한다. 유대인들은 힘으로 누르면 되는 그런 민족이 아니다.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수많은 이들이 피로써 신앙을 증거했다.

 

이런 고난의 시기에는 반드시 민족을 구원할 영웅이 나타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유대 민족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유대민족이 기다리던 영웅이 나타났다. 우리는 그 이름을 ‘마카베오’라고 부른다.

 

[가톨릭신문, 2009년 11월 15일, 우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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