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상징] (68) 숫자 일(1)의 상징 : 그리스도는 한분, 성령 믿음도 하나 일반적으로 전체성을 의미하는 숫자 일(1)은 태양이나 빛, 생명과 자연의 기원을 나타낸다. 일(1)은 창조와 시작을 뜻하는 유일한 수로 권위와 리더십을 상징하기도 한다. 서구 전통에서 1은 그 자체로서 남성적이고 공격적이며 능동적 의미를 갖는다. 피타고라스학파에게 1은 점, 모든 계산의 공통적 기초였다. 따라서 숫자 일(1)은 시초와 자아, 고독의 상징이다. 이집트에서 1은 위대한 태양신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일신교에서 신을 나타내는 숫자인 1은 원초적 통일성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바빌로니아인들은 일(1)이란 수를 불행의 수로 여겼다. 성경에서 '하나'라는 수는 특히 한 분이신 하느님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신명 6,4). 사실 구약시대 근동지방에 있던 종교들은 신들의 활동 영역에 제한이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당시 그들은 유일신에 관해서는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 유일신 신앙은 유다인의 가장 큰 특징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하나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다. 우선 하느님은 유일하신 분으로 다른 신들 위에 존재하기에 다른 신들에게는 예배를 해서는 안 된다(탈출 20,1-6). 그러므로 성경에서 하나는 전체와 첫째이자 으뜸을 가리키며 모든 것의 근원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 성경에서 숫자 일은 절대 불가분의 기본적 수로서 시작을 상징한다.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셨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첫날이 지났다"(창세 1,5). 또 하느님의 유일성(마태 19,17)이나 신앙의 유일성(에페 4,5-6)과 같은 것을 나타내는 데도 숫자 일을 잘 사용했다. 하나라는 숫자는 하느님과 인간을 연결하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극적으로 나타난다. 놀랍게도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와 하나라고 선언하신다. 그러나 예수님의 주장에 대해 유다인들은 신성모독이라 하여 돌로 쳐서 죽이려 했다.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 그러자 유다인들이 돌을 집어 예수님께 던지려고 하였다"(요한 10,30-31). 사도 바오로도 모든 인류의 단일성과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하느님 아버지 한 분이 계실 뿐이라고 강조한다. "모든 것이 그분에게서 나왔고 우리는 그분을 향하여 나아갑니다. 또 주님은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이 계실 뿐입니다. 모든 것이 그분으로 말미암아 있고 우리도 그분으로 말미암아 존재합니다"(1코린 8,6).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일치를 주장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부르실 때에 하나의 희망을 주신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도 하나이고 성령도 한 분이십니다. 주님도 한 분이시고 믿음도 하나이며 세례도 하나이고,"(에페 4,4-5). 예수님 죽음과 부활은 하느님 뜻을 완전하게 계시하셨다. 그리스도 희생으로 우리 신자들은 그분과 한 몸이 되는 영광을 지닌다(1코린 10,16-17). 그리스도와 하나가 된다는 것은 사랑과 돌봄, 자비, 일치된 마음, 겸손 등을 가능하게 한다. 예수님과 하나가 된다는 것은 새로운 인간의 독특함을 보여준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는 가르침은 잃어버린 양과 동전의 비유에서 잘 표현했다(루카 15,1-l0). 특히 예수님은 병자들, 죄인들에 대한 하느님 사랑은 이웃 사랑과 하나임을 더욱 분명하게 강조했다. "그러면 임금이 대답할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평화신문, 2009년 11월 29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