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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유대인 이야기43: 유대인 예수2 - 나는 율법을 완성하러 왔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1-06 조회수5,781 추천수3

[유대인 이야기] (43) 유대인 예수 II


나는 율법을 ‘완성’하러 왔다

 

 

예수는 유대 민족주의자가 아니라 유대 보편주의자였다. 보편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다. 예수의 선포와 그의 부활에 대한 기쁜 소식은 순식간에 당시 세계를 휩쓸기 시작했다.

 

 

‘나의 의견도 옳고, 너의 의견도 옳다’고 말하는 상대주의자들은 ‘상대주의가 틀렸다’는 말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상대주의가 성립한다. 마찬가지로 ‘보편타당하다’고 말할 때의 그 ‘보편’이 진정한 보편이 되기 위해선 특수를 포함해야 한다. 보편은 자신의 가치를 남에게 강요하기보다 특수를 허용할 정도로 폭이 넓을 때 진정한 보편이 된다.

 

이런 점에서 예수 시대 유대인들의 생각은 보편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들은 예수라는 ‘특수’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유대교가 전교한다는 말을 지금까지 들어본 일이 있는가. 유대교는 스스로의 가치를 나서서 보편화 시키지 않는다.

 

반대로 예수는 오히려 유대인들의 신앙을 ‘보편화시킨 특수’다. 유대인 예수는 구약의 약속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구원을 말한다. 그 과정에서 예수는 유대인들의 신앙을 정면 공격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율법은 당장 용도폐기하라고 외쳤다. 특히 율법은 자신에 의해 완성된다(마태 5,17)고 말해 율법학자들의 공분을 샀다. 예수는 가난하고 무지하고 죄를 지었다 해도 하느님과 멀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예수에 의해 하느님은 끊임없이 은총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하느님으로 재선포됐다. 예수는 더 나아가 구원을 위해서는 율법에 대한 순종이 아니라 믿음에 의한 구원이라고 가르쳤다. 예수는 또 자신의 피와 부활로서 이뤄질 새 언약을 예언했다(마르 14,24-28). 그는 더 나아가 죽음과 심판, 그리고 내세에 대한 명확한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유대교의 정통성 안에서 유대교를 완성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새로운 종교가 그에게서 출발하는 것이다.

 

물론 유대인 입장에서만 볼 때는 답답할 노릇이다. 예수 시대 당시 율법학자라면 이렇게 말했을 법하다.

 

“율법에 대한 상이한 견해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성전에 대한 비난도 감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를 따르는 이들이 말하는 ‘하느님이 인간이 되셨다’는 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교와 유대교는 여기서 갈라진다. 그리스도가 하느님이 아니라면 그리스도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며, 반대로 그리스도가 하느님이라면 유대교는 붕괴된다. 유대교와 그리스도교는 이점에서 타협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유대교와 그리스도 신앙을 고백하는 이들 간에 큰 반목이 없었음을 다음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사도들이 시끄럽게 복음을 외치고 다니자, 유대인들은 즉시 사도들을 체포해 최고의회를 열었다. 사도들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그 때 온 백성에게 존경을 받는 율법 교사 가말리엘이 일어섰다. 그는 일단 사도들은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 사람들 일에 관여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저들의 그 계획이나 활동이 사람에게서 나왔으면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에게서 나왔으면 여러분이 저들을 없애지 못할 것입니다. 자칫하면 여러분이 하느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사도들을 놓아주었다(사도 5,34-40 참조).

 

유대인들은 잠시 저러다 말겠지 했다. 예수라는 사람이 한 말이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면 자연스레 소멸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그리스도교는 소멸되지 않았다. 오히려 예수의 선포와 그의 부활 소식은 순식간에 당시 세계를 휩쓸기 시작했다. 예수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유대 민족주의자가 아니라 유대 보편주의자였다. 보편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다. 유대교와 달리 그리스도교는 당시 로마 사회에 급속히 파급되기 시작했다. 이는 여러 사료들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로마 제국의 속주였던 비티니아의 총독으로 재직하던 플리니우스가 112년경 로마 황제와 주고받은 편지에서도 당시 교세의 급속한 성장세를 엿볼 수 있다. 편지에서 “그리스도교 신자로 고발당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보고한 플리니우스는 또 “나이나 지위와 성별에 관계없이 앞으로 줄어들기보다 계속 늘어날 추세”라며 “이제는 도시만이 아니라 지방까지도 이 광신에 오염되고 있다”고 적었다.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도 110년경에 쓴 「연대기」에서 “64년 7월 19일 네로 황제가 로마 시내에 화재가 나자 그리스도인들을 방화범으로 지목하고 박해하였다”며 “이 사악한 미신이 계속 번져나가고 있다”고 기록하였다.

 

과거 아브라함은 하느님 선택과 약속이 단순히 유대 민족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보편적’이라는 말씀을 들은 바 있다.

 

“네가 나에게 순종하였으니, 세상의 모든 민족들이 너의 후손을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창세 22,17-18)하느님은 단지 아브라함의 자손들만의 번성을 약속한 것이 아니었다. 이 약속이 가시화되는 그 중심에 유대인 예수가 있다. 구원의 메커니즘은 구약이 아니라 이제 신약(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바뀌었다. 아브라함에게 주어졌던 계약의 약속들은 이제 그의 자손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다.

 

“약속은 믿음에 따라 이루어지고 은총으로 주어집니다. 이는 약속이 모든 후손에게, 곧 율법에 따라 사는 이들뿐만 아니라 아브라함이 보여 준 믿음에 따라 사는 이들에게도 보장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우리 모두의 조상입니다.”(로마 4,16)

 

 

예수, 메시아, 그리스도

 

‘그리스도’라는 말은 ‘기름부음을 받은 자’‘도유된 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히브리어 ‘메시아’를 그리스어로 옮긴 것이다. ‘예수’란 ‘하느님이 살리신다’ 혹은 ‘하느님이 구원하신다’, ‘하느님은 구원이시다’는 뜻이다.

 

[가톨릭신문, 2010년 1월 3일, 우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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