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상징] (77) 목소리 : 그 사람의 특성을 드러내는 요소 가수 바비킴(안토니오) 스토리가 얼마 전 일간지에 실렸다. 바비킴은 준비해 발표한 앨범마다 실패했다고 한다. 음반 제작자들은 한국인이 싫어하는 목소리라고 혹평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공황장애가 나타났다. 부모님은 아들을 병원 대신 성당에 보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외국생활을 했기 때문에 우리말을 못했다. 성당 뒷자리에 앉아 미사 내내 "빨리 이 고통에서 해방시켜달라"고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할 뿐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학생 여럿이 다가와 성가대에 가입하라고 권했다. 성가대에서 활동하던 중 1년 만에 기적이 일어났다. 공황장애가 사라진 것이다. 과거에 배척받던 그의 목소리는 지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목소리는 그 사람의 개인적 특징을 드러낸다. 각 사람 음성은 고유성을 지니고 있으며, 또 특별하다. 성경에서도 음성은 그 사람의 특성을 드러내는 요소이다. "바위틈에 있는 나의 비둘기 벼랑 속에 있는 나의 비둘기여! 그대의 모습을 보게 해 주오. 그대의 목소리를 듣게 해 주오. 그대의 목소리는 달콤하고 그대의 모습은 어여쁘다오"(아가 2,14). 그래서 예수님 음성도 그를 따르는 이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문지기는 목자에게 문을 열어 주고, 양들은 그의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그리고 목자는 자기 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요한 10,3). 착한 목자 음성은 안전과 보호의 의미를 갖는다. 사람 목소리는 감정뿐 아니라 성격도 보여준다. 부드러운 목소리는 온순함이나 인내를 나타낸다. 따라서 사람 목소리는 그 사람에 관한 많은 정보를 주고 친밀감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성경에는 하느님 음성에 대한 언급도 많다. 하느님 음성은 때로는 알기 어렵고 불확실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때에 주님께서 불 속에서 너희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말씀하시는 소리는 들었지만, 어떤 형상도 보지 못하였다. 너희는 소리만 들었을 뿐이다"(신명 4,12). 하느님 음성은 성경의 중요한 주제로 여러 번 언급돼 있다. 때로 하느님 음성은 인간과 만남의 통로가 된다. "그러니 당신께서 가까이 가시어 주 우리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모두 들으십시오. 그리고 주 우리 하느님께서 하신 모든 말씀을 우리에게 전해 주시면, 우리가 듣고 실천하겠습니다"(신명 5,27). 신비로움과 초월성 때문에 엄청난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들이 나아갈 때에는 날개 소리가 들리는데, 마치 큰 물이 밀려오는 소리 같고 전능하신 분의 천둥소리 같았으며, 군중의 고함 소리, 진영의 고함 소리 같았다. 그러다가 멈출 때에는 날개를 접었다"(에제 1,24). 이처럼 하느님 음성은 그분 능력을 나타낸다. 또한 하느님 음성은 심판을 암시적으로 연상시켜준다. "그때에는 그분의 소리가 땅을 흔들었지만, 이제는 '내가 한 번 더 땅만이 아니라 하늘까지 뒤흔들리라'하고 약속하셨습니다"(히브 12,26). 하느님 계시는 음성을 통해 온다. 요한 세례자의 '광야에서의 소리'(마태 3,3)나 바깥에서 외치는 지혜의 소리(잠언 1,20)가 좋은 예다. 하느님과 이 세상이 만나는 중요한 순간에 하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예수님께서 세례받을 때 하늘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좋은 예다. "그리고 하늘에서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7). [평화신문, 제1056호(2010년 2월 14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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