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충희 신부의 '바오로 서간' 해설] (22) 반이혼법 따라 이혼 불가 선언 3) 이혼과 재혼 바오로는 예수님의 반이혼법(마르 10, 9.11.12)에 따라 이혼 불가를 선언하였다. “혼인한 이들에게 분부합니다. 내가 아니라 주님께서 분부하시는 것입니다. 아내는 남편과 헤어져서는 안됩니다. 만일 헤어졌으면 혼자 지내든가 남편과 화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편은 아내를 버려서는 안됩니다.”(7, 10~11) 이는 이혼해서는 안 되지만 부득이 이혼한 경우 재혼만은 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바오로는 이혼문제를 언급하면서 한 가지 예외규정을 제시하는데 그것은 비그리스도 신앙인과 결혼한 그리스도 신앙인의 이혼이다. “그 밖의 사람들에게는 주님이 아니라 내가 말합니다. 어떤 형제에게 신자 아닌 아내가 있는데 그 아내가 계속 남편과 함께 살기를 원하면, 그 아내를 버려서는 안 됩니다. 또 어떤 부인에게 신자 아닌 남편이 있는데 그가 계속 아내와 함께 살기를 원하면, 그 남편을 버려서는 안 됩니다. 신자 아닌 남편은 아내로 말미암아 거룩해졌고, 신자 아닌 아내는 그 남편으로 말미암아 거룩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의 자녀도 더러울 터이지만, 사실은 그들도 거룩합니다. 그러나 신자 아닌 쪽에서 헤어지겠다면 헤어지십시오. 그러한 경우에는 형제나 자매가 속박을 받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평화롭게 살라고 부르셨습니다. 아내 된 이여, 그대가 남편을 구원할 수 있을지 혹시 압니까? 그리고 남편 된 이여, 그대가 아내를 구원할 수 있을지 혹시 압니까?”(7, 12~16) 즉, 비신자 부부 가운데 한 편만 그리스도인이 된 경우에는 신자편에서 이혼을 요구해서는 안되지만, 비신자편에서 이혼하려고 하면 갈라서도 좋다는 것이다. 비신자 편에서 이혼을 요구할 경우 신자의 신앙의 순수성을 보존하기 위해서 이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신자편에서 계속 살기를 원하면 이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부부는 서로에게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에 혼인생활은 신자인 배우자가 비신자 배우자를 신앙의 길로 이끌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바오로는 세 번씩이나 “아내를 버려서는 안된다”(7, 11.12.13)라는 표현을 써 가면서 부부가 서로 갈라서지 말 것을 권면하고 있다. 또한 바오로는 아내가 남편과 갈라섰을 때, 그 남편이 살아있을 경우에는 아내의 재혼이 불가능하지만 죽은 경우에는 다른 남자와 재혼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재혼의 상대자는 반드시 그리스도 신자이어야 한다. “아내는 남편이 살아있는 동안 남편에게 매여 있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죽으면 자기가 원하는 남자와 혼인할 자유가 있습니다. 다만 그 일은 주님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내 의견으로는 과부도 그대로 지내는 것이 더 행복합니다. 나 역시 하느님의 영을 모시고 있다고 생각합니다.”(7, 39~40) 4) 소명과 자유 7장 17~24절에는 “저마다 부르심을 받았을 때의 상태대로 지내십시오”라는 말씀이 여러 번 나온다. 이 말씀은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인들에게는 외적인 세상 질서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 열광주의자들을 겨냥하여 나온 것이다. 현재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 좋다는 말씀은 7장 25절 이하에도 계속해서 나온다. “현재의 재난 때문에 지금 그대로 있는 것이 사람에게 좋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대는 아내에게 매여 있습니까? 갈라서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대는 아내와 갈라졌습니까? 아내를 얻으려고 하지 마십시오.”(7, 26.27) 바오로는 부르심을 받았을 때 이미 혼인한 사람은 혼인한대로, 홀몸인 사람은 홀몸인 상태로 살아가라고 한다. 이는 종말을 앞둔 그리스도인들의 삶과 관련이 있는 말씀이다(7, 26.29~31).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은사가 무엇인지 그리고 부르심을 받았을 때의 처지가 어떠한 지를 깨달으며 사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마땅히 자신이 처해있는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주님께서 각자에게 정해주신 대로, 하느님께서 각자를 부르셨을 때의 상태대로 살아가야 한다. [가톨릭신문, 2008년 7월 13일, 유충희 신부(원주교구 백운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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