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충희 신부의 '바오로 서간' 해설] (29) 성만찬례는 주님을 기억, 찬양하는 잔치 그리스도인들은 성만찬 거행 때“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라는 말씀을 반복하면서 과거 예수님의 죽음이 하느님과 인류 사이의 화해를 이룩한 사건이었음을 상기했으며(2코린 5, 18~21), 나아가서 포도주를 마실 때마다 포도주 안에 임재하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모신다고 믿었다.(1코린 10, 16) 바오로가 전해 받아 전해 준 성만찬기에는 반복실행명령(24b. 25b절)이 빵과 잔에 관한 말씀에 각각 실려 있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24b절)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25b절) 반복실행명령은 그리스도인들이 매 일요일마다 성만찬을 거행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해 주는 그리스도 교회의 지침으로서 요즘 미사통상문 안에 들어 있는 전례지침서(rubrica)와 같은 것이다. 사실 주님의 만찬은 그리스도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매주 반복되었으며, 이를 통해 교우들은 언제나 예수님을 살아계신 분으로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바오로는 코린토 교회에 자신이 전해 받은 성만찬기를 전해 주면서 성만찬에 대한 이해를 덧붙였는데 그 내용이 26절에 실려 있다. “사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입니다.”(26절) 바오로는 성만찬례가 선교와 관련하여 거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곧,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행해야 할 것은 빵과 포도주의 나눔이요, 기억해야 할 분은 예수 그리스도이며, 알려야 할 것은 주님의 죽으심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교우들은 주님의 만찬에서 빵을 먹고 잔을 마실 때마다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 빵과 포도주 안에 임재하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모시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날 우리 모두의 죄를 사해주시기 위해 죽으신 주님의 죽으심을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빵과 포도주의 모습으로 현존하시지만 현상적으로 부재하시는 주님께서 오실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한마디로 성만찬례는 십자가에서 죽으신 과거의 예수님을 기억하고, 부활하여 빵과 포도주 안에 현존하시는 현재의 그리스도를 찬양하고, 장차 재림하실 주님을 기다리는 예수잔치라 하겠다. 바오로의 성만찬 이해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미사에서 교우들이 암송하는 신앙고백문에 잘 드러나 있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희망) 주님의 죽으심을 전하며(회상) 부활을 선포하나이다.(현존)” 또한 바오로는 1코린 10, 16~17에서 성만찬의 의미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와의 친교요 그리스도인들 서로간의 친교라고 하였다. “우리가 축복하는 그 축복의 잔은 그리스도의 피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가 떼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빵이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 우리 모두 한 빵을 함께 나누기 때문입니다.” 즉, 성만찬은 친교와 나눔을 통해서 교우들 모두가 한 몸을 이루는 식사라는 것이다. 따라서 성만찬례에 참석하여 같은 빵과 같은 잔을 나누어 먹고 마시는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한 몸을 이루어 하느님의 거룩한 가족이 되는 것이다. 바오로는 성만찬기를 코린토 교회에 전해 주면서 교우들이 취해야 할 자세를 11장 27~34절에서 상세하게 피력하였다. 이 말씀에 의하면 교우들이 부당하게 주님의 빵을 먹거나 그분의 잔을 마시는 것은 주님의 몸과 피에 죄를 짓는 것이고 또한, 분별없이 주님의 몸을 먹고 마시는 것은 자신에 대한 심판을 먹고 마시는 것이다. 여기서, “부당하게” 그리고 “분별없이” 빵을 먹거나 잔을 마시는 것은 11장 17~22절에 의하면 애찬을 합당하지 않게 행하고서 성만찬에 참석하는 행위를 뜻한다. 또한 주님의 몸을 “분별없이” 먹고 마시는 것은 공동체 회식에서 부유한 교우들이 상대적으로 가난한 교우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가리킨다(11, 21.22). 그래서 바오로는 이런 비행을 지지르지 않도록 부유한 교우들이 먼저 “자신을 돌이켜보고”(11, 28.31) 성만찬 전례를 거행하기 위해서 모일 때에는 가난한 교우들을 기다려서 그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으라고 권고했다. “그러므로 나의 형제 여러분, 여러분이 만찬을 먹으려고 모일 때에는 서로 기다려 주십시오. 배가 고픈 사람은 집에서 미리 먹어, 여러분의 모임이 심판받는 일이 없게 하십시오.”(11, 33.34) [가톨릭신문, 2008년 9월 7일, 유충희 신부(원주교구 백운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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