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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바오로 서간 해설41: 공동체 일치 위해 형제애 발휘 당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7-24 조회수2,989 추천수1

[유충희 신부의 '바오로 서간' 해설] (41) 공동체 일치 위해 형제애 발휘 당부

 

 

로마서 14 · 15장을 보면 고기와 술을 먹지 않고 특정한 날을 중시 여기는 ‘믿음이 약한 이들’(유다계 그리스도인들)과 이 규정에 대해 자유로운 ‘믿음이 강한 이들’(이방계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분열이 있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아무 것이나 먹는 믿음이 강한 사람은 가려 먹고 믿음이 약한 사람을 업신여겨서는 안 되고, 반대로 믿음이 약한 사람은 믿음이 강한 사람을 심판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두 부류의 신자들이 공동체의 일치와 성장을 위해서 형제애를 발휘해 줄 것을 권면했다.

 

“믿음이 강한 우리는 믿음이 나약한 이들의 약점을 그대로 받아주어야 하고, 자기 좋을 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좋은 일이 생기도록, 교회의 성장이 이루어지도록, 저마다 이웃이 좋을 대로 해야 합니다.”(15, 1·2)

 

로마서는 바오로 사도가 직접 쓴 마지막 서간으로 가장 길고 신학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서간이다. 로마서가 신약성경 서간 목록 맨 첫머리에 나오는 것은 신약성경을 편찬한 이들이 로마서를 가장 귀중한 서간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바오로는 지중해 동부 지역에서 행한 세 차례의 선교 여행을 마무리할 무렵인 57년 경에 코린토 교회에서 석 달 가량 쉬면서 자신이 선포한 복음 내용과 신학사상을 총 정리하여 쓴 편지를 로마 교회로 보냈다. 바오로는 로마 교회 신자들이 자신의 사상을 잘못 이해하여 자신에 대한 헛소문에 현혹될까 염려해서 로마서를 썼을 것이다(1, 5·13;15, 16).

 

바오로는 오래전부터 로마 교회 신자들을 찾아보고 복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여(1,10~15), 코린토에서 선교를 마무리하고 예루살렘을 거쳐 로마에 들렀다가 에스파냐로 가서 전도할 계획을 세웠다(15, 22~29).

 

그래서 바오로는 자신이 세우지 않은 로마 교회에 자신이 이방인을 위한 사도임을 알리려는 뜻으로 이 편지를 써 보낸 것이다. 아울러 바오로는 자신이 예루살렘에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유언 삼아 로마서를 썼다. 바오로는 로마서를 테르티우스라는 사람에게 받아쓰게 했다(16, 22).

 

로마서는 머리말(1, 1~17)과 맺음말(15, 14~16, 27), 그 사이에 ‘사상편’(1, 18~11, 36)과 ‘훈계편’(12, 1~15,13)으로 이뤄져 있다. 사상편에는 인간이 구원받는 길이, 훈계편에는 구원받은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가 실려 있다.

 

로마서는 바오로의 서간집 가운데서 가장 방대하고 조직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오로의 모든 사상이 수록되어 있지는 않다. 실례로 로마서에는 교회론, 성사론, 종말론 같은 사상은 거의 들어 있지 않다.

 

반면에 로마서를 통해서 신론, 그리스도론, 성령론, 구원론, 인간론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바오로가 로마서에서 비중을 둔 주제는 ‘의화론’(義化論)이다. 즉, 인간은 유다인, 이방인 가릴 것이 없이 누구나 죄인이기 때문에 결코 자력으로는 구원받을 수 없고 ‘하느님의 의로움’에 힘입어 오직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원받는다는 것이다(1, 16~17; 3, 21~31; 4, 7~8; 8, 33~34).

 

이러한 가르침을 가톨릭에서는 ‘의화론’ 또는 ‘성의론’(成義論)이라 하고, 개신교에서는 ‘의인론’(義認論) 또는 ‘칭의론’(稱義論)이라고 한다. 사도 바오로가 전개한 의화론·의인론을 두고 가톨릭과 개신교가 신학적인 입장 차이 때문에 500년 가까이 갈등을 겪어왔는데 아직도 완전한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1999년 10월 31일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대성당에서 그리스도인 일치촉진평의회 의장인 카시디(Cassidy) 추기경과 루터교 세계연맹의 크라우제(Krause)회장이 의화론·의인론에 관한 합동선언문에 서명함으로써 일치를 위한 분위기를 마련하였다. 로마서를 시작하면서 가톨릭과 개신교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의화론 교리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의화론

 

의화론은 바오로가 친서 특히 로마서와 갈라티아서에서 제시한 구원개념들 가운데 하나다. 종교개혁 전통에 서 있는 개신교 신학계는 의화론이야말로 바오로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개혁 학자들에게는 교회의 사활이 걸려있는 신앙조항으로 바오로 신학의 중심이며 그리스도교 복음의 정수라고 주장한다.

 

이 의화론은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키는데 신학적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로마 가톨릭 교회 역시 종교개혁 직후 1545년에 열린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에서 의화론 교리를 천명했다. 의화론 이해의 출발은 “하느님의 의로움”이다. 왜냐하면 바오로는 하느님의 의로움에 근거하여 의화론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가톨릭신문, 2008년 12월 7일, 유충희 신부(원주교구 백운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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