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윤 수녀의 성서말씀나누기] 잠언 (4) : 내용과 특성 ‘행복 추구’가 주요 내용 학교가 방학중이라 필자가 속한 수녀회 수련소에서 수련수녀님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지금 가장 힘든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그냥 뜬금없이 해 보았다. 그랬더니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웃음을 참지 못하는게, 가장 어렵다는 것이었다. 언제나 예상을 빗겨가는 젊은이들의 재기 발랄함에 순간 당황하기도 했지만, 「하느님과의 친밀」이 주는 그녀들만의 기쁨과 행복이 전염되어, 오랜만에 나까지 행복해지고 말았다(?). 「행복에 대한 추구」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책이 바로 성서의 잠언이다. 그 전반적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자. 내용 성서 잠언의 내용에 대하여 신학자들은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하곤 했었다. 잠언이 제시하는 내용이 일상 삶에 대한 「세속적 지혜」를 언급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성서의 다른 책들처럼 이스라엘의 강한 「신앙을 표현」하고 있는 것인지, 그 구분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성서 잠언에는 다른 성서에 비해 하느님에 대한 언급이 다분히 축소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용도 너무 산만하여 신학적 주제를 정리하기 쉽지 않으며, 그 구체적 내용도 문제가 된다. 제시하는 내용들이 삶에 대한 올바른 자세를 표현하고는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행동을 종교적 의무로까지 간주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잠언의 「종교적 성격」에 대하여 의문을 갖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후에 첨가되면서 전체를 수렴하는 역할을 한 서론(1~9장)부분을 보면 이 책의 「종교적 성격」이 확인된다. 잠언 1~9장은 그 어느 부분 보다 신앙적 측면을 강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현상은 이 책의 편집자 혹은 최종 편집자가 책 전체를 「하느님과 연관된 책」으로 부각시키고자 했음을 역으로 증명하고 있다. 잠언 1~9장 중에서도 특별히 1, 2~7은 책 전체 내용의 요약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는데, 성서 잠언을 일종의 「교육서」로 제시하고 있으며, 『야훼를 두려워하여 섬기는 것이 지식의 근본』(7절)임을 대주제로 천명하고 있다. 잠언에는 이러한 주제 이외에도 겸손(11, 2); 충고와 수락(13, 10); 신중(14, 8); 이해심(17, 24); 부지런함, 말조심, 신용(3장; 8장; 22~23장); 혼외정사와 간통 경고(2,16; 5, 8~9. 15; 7, 5; 22, 14; 23, 27; 30, 20), 아내에 대하여(31, 10); 악행에 대한 경고 (10, 2; 11, 28; 12, 22; 16, 22)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가르침을 통해, 그 내용을 그대로 따르고 실천하기만 하면 누구든지 삶의 성공과 행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행복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 지혜의 특성 여기서 우리는 잠깐 이스라엘의 지혜가 제시하는 그 특징적 성격과 요인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이스라엘의 지혜는 이미 고대 중동 지역에서 보편화되었던 지혜운동을 그 토양으로 하고 있다. 2) 본질적으로는 「인간의 궁극적 행복」에 관심이 있기에, 신학적 문체보다는 세속적인 경향을 띄고있는 듯이 보인다. 3) 「인간에 대한 관심」은 다윗-솔로몬 시대에 있었던 국가적 안보와 책임성을 다시 한번 회복하고자하는 현자들의 노력이라 할 수 있었다. 즉, 유배와 유배 이후의 편집자들은 당시의 난관 속에 다윗과 솔로몬시대의 영화를 상기시키면서, 인간의 삶 자체에 대한 책임과 안전을 강조하려 했던 것이다. 4) 이스라엘의 지혜는 특수계층(소위 문화적 혜택을 향유했던 지식-기득권 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가정생활, 사회 생활, 씨족 생활에서 비롯된 민속적 지혜, 비유, 우화, 은유의 모음이었다. 5) 이스라엘 지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지혜의 근원을 「하느님께 대한 경외」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데에 참된 지혜가 있음을 아는 것이 곧 「행복의 시작」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빛나는 웃음 『빛나는 눈길은 마음을 즐겁게 하고, 기쁜 소식은 뼛속을 살찌운다』(잠언 15, 30). 한국교회 안의 모든 수녀님들이 더 화사하고 빛나는 웃음을 지녔으면 좋겠다. 하느님을 삶 곳곳에서 만나고 전하는 그들이기에 행복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신문에 자기들 이야기가 나왔다고 행복해 할 우리 수련수녀님을 생각하면, 나도 그녀들처럼 웃음을 참기가 어려워질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들께도 우리들의 미소가 전염되기를! [가톨릭신문, 2004년 2월 29일, 김혜윤 수녀(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 광주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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