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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Re:기념제물 카테고리 | 성경
작성자허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10 조회수648 추천수0 신고
 제사와 제물

 

거의 모든 종교에서 제사는 신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이루려는 하나의 시도이다. 그래서 종교사에서는 근본적으로 세 가지 관점에서 제사에 관한 연구가 진행된다. 첫째는 신에게 바치는 ''예물''로서의 제사이고, 둘째는 신과의 ''통교''를 이루는 방도로서의 제사이며, 끝으로, ''속죄(贖罪)''와 신이 베푸는 용서를 목표로 하는 제사이다. 이스라엘의 제사들은 매우 쉽게 이 세 범주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번제물과 곡식제물과 맏물 봉헌은 ''예물'', 친교제물은 ''통교'', 그리고 속죄제물과 보상제물은 ''속죄''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사정이 바뀌면서 이와 관련된 변화가 나타난다. 곧, 예루살렘의 파괴와 유배라는 엄청난 종교적, 민족적, 정치적 재앙에 대한 숙고를 거듭하면서, 이스라엘은 죄악의 힘과 용서의 필요성에 대하여 더욱 생생한 의식을 지니게 된다. 레위기가 피를 통한 사죄(赦罪)에 큰 중요성을 부여하고, 곡식제물을 희생제물의 보조물로 그 의미를 축소시키면서, 희생제사가 지니는 화해의 구실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가. 가장 거룩한 것. ''거룩한 것들의 거룩한 것''이라 직역할 수 있는 히브리말 "코데쉬 코다쉼"은 흔히, "지성소"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1열왕 6,16) 성소(또는 만남의 천막이나 성전) 안쪽을 특별히 가리키는 장소적인 뜻을 지녔는데, 레위기의 편집자는 이 표현을 하느님께 봉헌되어 어떤 세속적 용도로도 쓰일 수 없는 것을 가리키는 데에만 사용한다. 곧, 이 편집자에게 "가장 거룩한 것"은 근본적으로 사제들의 몫으로만 유보되는 속죄제물과 곡식제물의 일부분만을 뜻한다.

나. 거룩한 것. 이에 해당하는 히브리말 "코데쉬"는 사람, 장소, 시간, 물건, 제물, 자세 등 여러 가지를 가리키거나 특징짓는다. 아래 ''(4) 성성(聖性)'' 참조.

다. 곡식제물. 이에 해당하는 히브리말 "민하"는 본디 ''예물''과 ''통교''의 범주에 속하는 제물 전체를 가리켰다(창세 4,3-5; 1사무 2,17). 그러다 후대에 와서는 동물을 잡아서 바치는 것 이외의 제물을 뜻하게 된다.

라. 기념제물. 곡식제물 가운데에서, 제단 위에서 (향과 함께 또는 향 없이) 불에 태워 바치는 부분을 가리킨다. 이 말의 뜻과 이 제물의 목적에 대해서는 2,2 각주 참조. +

마. 번제물(燔祭物). 이에 해당하는 히브리말 "올라"는 본디 ''(제단 위에서, 또는 연기로 하느님을 향해) 올라가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 제사는 사실상 가죽을 뺀(7,8 참조) 짐승 전체를 제단 위에서 불에 살라 바치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는 ''굽다, 사르다''를 뜻하는 ''번(燔)''자를 붙여 이름지었다. 이렇게 거의 통째로 하느님께 바치기 때문에 이 번제물은 ''예물''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제사는 고대 그리스, 그리고 기원전 2000년대 중엽까지 팔레스티나 북부지방에 존재했던 우가릿 왕국에서 바쳐졌지만, 다른 셈족들에게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바. 보상제물(아래 ''속죄제물'' 참조). 유배 이후에 세워진 제2성전 시대에 거행된 속죄제사와 보상제사는 둘 다 의식은 같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곧, 보상제사에는 저질러진 잘못에 대한 보상으로, 본디 값어치의 오분의 일을 더한 값이 바쳐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제사는 속죄제사보다는 더욱 특수하고 개인적인 경우에 드렸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보상제사는 이스라엘인들이 지냈던 대축제 때에는 드리지 않았다. 어쨌든 이 두 제사 또는 제물은 이스라엘의 독창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스라엘 주변의 민족들이나 동시대의 어느 곳에서도 이와 같은 형태의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사. 속죄제물. 속죄제사를 보상제사와 실제적으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위 ''보상제물'' 참조). 본디는 서로 다른 두 제사였다가 점차 혼합되었는지, 아니면 이름은 두 가지로 불리었지만 실제 제물 자체는 하나였다가 최종 단계의 편집자들이 이 둘을 인위적으로 두 개의 제물 또는 제사로 갈라놓았는지 분명하지 않다.
속죄제사의 제물은 범죄의 정도나 그 사람의 형편에 따라 달라진다. 이 제사에서는 피가 가장 큰 구실을 하는데, 그것은 피가 죄의 사함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굳기름은 친교제물에서처럼 제단 위에서 불에 태운다. 제물의 살코기는 일반적으로 사제들의 몫이 되지만, 범죄자가 사제이거나 백성 전체일 경우에는 예외이다. 속죄를 받으려고 희생제물을 바치면서 동시에 그 제사의 혜택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제물로써 고의적인 죄에 대한 용서를 받을 수는 없다. 오직 실수로 지은 죄나(4,2 각주 참조) 부정한 상태로 말미암아 짓게 된 죄 때문에(14,19 참조) 훼손된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아. 예물(위 ''곡식제물'' 참조). 히브리말로는 "코르반"이라 하는 이 명칭은, ''사제계 법전''에서는 모든 종류의 제물, 그리고 제사 외의 방식으로 바치는 것까지 가리킨다(민수 7장 참조). "코르반"은 말 그대로는 하느님께(또는 제단에) ''가까이 가져가는 것''을 뜻하지만, 점차 ''봉헌된 예물'' 또는 ''봉헌된 물건''까지도 뜻하게 된다. 마르 7,11에서 "코르반"이 바로 이러한 뜻으로 사용된다.

자. 친교제물. 제물의 굳기름은 제단 위에서 불에 태워 하느님께 바치고, 살코기 일부는 사제들의 몫이 되며, 나머지는 봉헌한 사람과 그의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 초청된 이들이 성소에서 일정 기간 안에 함께 먹는 제물이다. 이를 ''화목제물''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제사는 다른 제사들과는 달리 하느님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벌이는 잔치의 성격을 지닌다. 레위기에서는 예식 자체보다는, 봉헌자가 어떤 의향으로 제물을 바치는지에 따라 제물을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한다(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종류가 있었을 수도 있다). 곧, 감사 또는 찬미의 제물(7,12-15), 서원제물(7,16), 그리고 자원제물이다(7,16). 친교제물은 번제물처럼 우가릿과 고대 그리스에서는 볼 수 있지만, 다른 셈족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

차. 향. 만남의 천막과 성전의 지성소 안에는 분향제단이 놓여있었는데(4,7) 그 위에 특별히 만들어진 향을 피웠다(탈출 30,34와 각주 참조). 이 낱말과 같은 어근에서 파생한 것으로 레위기에서 자주 쓰이는 동사가 있는데(''불에 살라 연기로 바치다''), 이는 번제 제단 위에서 희생제물을 사르는 것을 뜻한다. 이런 낱말의 사용은 하느님께서 ''향기로운 연기''로 당신께 봉헌되는 제물을 매우 즐거이 받으신다고 여긴 고대인들의 생각을 반영한다.

카. 향기. 이 낱말은 화제물(火祭物)과(아래 ''화제물'' 참조) 밀접히 병행하여 쓰이는데, 불에 태워진 제물이 향기로운 연기로 하느님께 올라가서, 그분의 노여움을 풀어드림을 말한다(코를 분노의 자리로 여겼기 때문에 이러한 의인화가 가능하였다). 이 표현은 본디 바빌론의 대홍수 이야기 가운데, 살아남은 사람이 제물을 바치는 장면에서 쓰인 아카드말 표현에서 유래한 것으로 여겨진다(창세 8,21과 각주 참조). 이는 호의적인 신과 평온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봉헌자의 갈망을 드러낸다.

타. 화제물(火祭物). 히브리말로 "이쉐"라 불리는 이 말은 제단 위에서 불에 태워 하느님께 바치는 모든 것을 뜻하는 일반적인 명칭으로, 넓게는 이런 식으로 거행되는 제사에서 바치는 제물 모두를 가리키기도 한다(이에 반해 번제물은 짐승만을 가리킨다). 그렇지만 속죄를 위한 제사에서 불에 태워 바쳐진 부분들을 가리키기 위해서는 이 낱말이 한 번도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말의 어원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히브리말에서는 그 자음과 모음이 ''불(히브리말로는 에쉬)''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화제''로 번역함이 옳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우리말 번역본들 가운데에서는「개역 한글판 성경전서」와 「현대인의 성경」에서만 이 명칭을 채택하고(몇몇 우리말 사전에도 올라가 있다),「공동번역 성서」를 비롯한 다른 번역본들에서는 ''살라 바치는 제사(제물, 것)'' 등으로 내용을 풀어 옮기고 있다. 물론 듣기에 따라서는 이 ''화제(火祭)''를 다른 말과 혼동할 염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번제''처럼 구약성서의 제물과 제사를 가리키는 전문 용어로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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