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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토빗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1-05 조회수2,145 추천수1

[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토빗기

 

 

성경 목록에 따르면 토빗기는 역사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토빗기가 전하는 연대를 보면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먼저 토빗기 1장 머리글을 보면 토빗이 살만에세르 시대에 티스베에서 니네베로 끌려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1,2-3 참조). 하지만 열왕기 하권 15장 29-30절을 보면 토빗이 속한 납탈리 지파가 포로로 끌려갔던 것은 살만에세르 5세때가 아니라 전 임금인 티글랏 필에세르 3세때입니다. 또한 라파엘이 토비야에게 멕바타나에서 라게스까지의 거리를 두고 꼬박 이틀 길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실제로는 열흘 가량이 걸리는 거리입니다. 이러한 것들로 미루어볼 때 토빗기는 실제 역사를 다룬 책이 아니라 교훈적인 내용을 전하기 위해 작성된 역사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토빗기는 하느님의 율법에 충실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 하느님의 구원을 얻게 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토빗기의 구조와 함께 이를 살펴보면 먼저 1-3장은 토빗기의 서문으로 소설에서 갈등 단계에 해당합니다. 북 이스라엘 납탈리 지파의 후손이었던 토빗은 아시리아의 침공으로 인해 니네베로 유배를 가게 됩니다. 하지만 토빗은 유배지에서도 율법을 지키면서 올바르게 살아갑니다. 그러던 가운데 에사르 하똔 시대에 토빗은 유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아내인 안나와 아들 토비야를 되찾았습니다. 유배에서 돌아온 다음에도 죽은 동포의 장사를 대신 치러주는 등 토빗은 하느님 보시기에 합당한 삶을 살았지만 참새의 배설물로 인해 안타깝게도 장님이 되고 말았습니다. 토빗은 하느님께 간절한 탄원을 올립니다. 그리고 같은 날 메디아의 엑바타나에 사는 사라라는 여인에게도 불운이 찾아왔습니다. 사라는 일곱 번 결혼했지만 매번 첫째 날 남편이 죽는 변괴를 겪게 되었고 그 결과 여종조차도 사라를 모욕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사라는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면서 간절한 기도를 바쳤고, 하느님께서는 라파엘 천사를 보내시어 토빗과 사라를 고쳐주셨습니다.

 

4-11장은 소설의 해결 단계이며, 하느님께서 토빗과 사라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시고 그들의 시련과 고통을 좋은 방향으로 해결해주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토빗은 아들 토비야를 메디아로 보내서 자신이 맡겨 두었던 돈을 찾아오게 합니다. 그리고 길을 떠나는 토비야에게 유언으로 선조들로부터 이어받은 이스라엘의 전통적인 지혜들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천사 라파엘은 자신을 같은 이스라엘 민족이며 대하난야의 아들 아자르야라고 소개한 뒤 메디야로 향하는 토비야의 여정에 함께합니다. 메디아에 들어선 뒤 엑바타나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라파엘은 토비야에게 사라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사라를 아내로 맞이하라고 권유합니다. 토비야는 사라와 결혼한 남편들이 다 첫날 밤에 사망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주저하였지만, 라파엘은 여행 중에 함께 잡았던 물고기의 간과 염통을 태운 연기를 피우면 불행으로부터 보호받을 것이라고 알려주면서 용기를 불러일으킵니다. 토비야는 사라와 결혼을 하였고, 라파엘이 알려준 방법으로 마귀를 물리쳤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인 토빗이 명령한 대로 돈을 찾아서 아내 사라와 함께 다시 고향 땅으로 돌아가는 길을 떠났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토비야는 라파엘의 말에 따라 함께 잡았던 물고기의 쓸개를 토빗의 눈에 바릅니다. 그러자 토빗의 시력이 회복되었습니다. 토빗은 아들의 목을 껴안고 울면서 하느님께 찬미의 기도를 바칩니다.

 

12-14장은 소설의 결말 단계로 토비야의 여행을 동반했던 라파엘 천사는 자신의 정체를 밝힙니다. 그리고 토빗의 선행과 의로움을 칭찬한 뒤 하느님께 감사하면서 그분을 찬양할 것을 지시합니다. 토빗은 라파엘의 말에 따라 하느님께 찬미의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자선을 베풀며 하느님 보시기에 올바른 삶을 이어가다가 112살에 죽음을 맞이하고, 토비야 역시 아버지를 따라 명예롭게 살다가 117살에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처럼 토빗기는 잘 짜여진 소설의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토빗기는 유다인들과 그리스도인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토빗기에는 전통적인 인과응보의 상선벌악의 원리 외에도 의인들의 고통에 하느님께서 개입하시어 그들의 선행을 보상해주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조는 토빗기가 작성된 BC 3-2세기 헬레니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디아스포라 공동체 사람들에게 큰 희망과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토빗기는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동족 사이의 혼인과 그로 인한 가정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이방인들의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을 결속하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한 하느님께서 라파엘을 통해서 토빗의 의로움을 칭찬해주시는 모습에서 현재 자신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말고 동족들에게 계속해서 자선을 베풀어야 한다는 하느님의 격려를 느낄 수 있었으며, 라파엘 천사가 함께 하는 여정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자신들을 보호해주시며 늘 함께 하신다는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역사 소설인 토빗기는 BC 5세기경의 작품으로 고대 근동의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었을 만큼 많은 인기를 누렸던 「아키카르(Ahiqar)의 지혜」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아키카르는 아시리아 임금 산헤립과 에사르 하똔의 대신인데, 후손이 없어서 조카인 나답을 양자로 맞아들인 뒤 자신의 뒤를 이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래서 나답에게 잠언을 알려주고 나답이 현인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합니다. 하지만 나답은 궁정에서 높은 자리에 오르자마자 양아버지인 아키카르를 중상모략하고 그로부터 받은 지혜인 잠언을 경멸합니다. 아키카르는 나답을 피해서 도망치지만 형리의 도움으로 복권하고, 나답을 꾸짖은 뒤 옥에 가둡니다.

 

토빗기는 고대 근동의 유명한 현인인 아키카르를 토빗의 조카로 내세웁니다. 그리고 토빗이 아시리아 임금의 총애를 받다가 나중에 노여움을 사는 대목, 토빗이 토비야에게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유언을 하는 대목 등 상당 부분을 차용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나답과 달리 토비야는 아버지를 공경하고 아버지가 알려주신 가르침을 따른다는 점 등이 다른데, 이를 통해서 토빗기 저자는 토비야의 지혜가 아키카르의 지혜보다 뛰어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이스라엘의 지혜와 그에 따른 교육이 이방인들의 지혜와 그에 따른 교육보다 뛰어남을 시사합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2년 1월호, 노현기 신부(사목국 기획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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