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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이혼에 관한 풍습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7 조회수3,703 추천수0

[성서의 풍속] 이혼에 관한 풍습

 

 

"월요일은 참으세요." 법원에 이혼하러 오는 부부가 월요일에 가장 많다고 한다. 아마도 주말 동안 부부가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이혼율도 자꾸 늘어나 세계에서 상위권이라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누가 아내를 맞아 부부가 되었다가 그 아내가 무엇인가 수치스러운 일이 있어 남편의 눈밖에 나면 이혼증서를 써주고 그 여자를 집에서 내보낼 수 있다."(신명 24,1 참조)

 

고대 사회에서 남자는 별로 어려움 없이 그의 아내와 이혼할 수가 있었다. 또한 이혼의 경우에 있어서 주도권은 항상 남자에게 주어져 있었다. 바빌로니아에서는 아내가 심각한 질병을 앓거나 자식을 낳지 못하는 경우에도 이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성서에서는 이혼의 사유로 여자가 '수치스런 일'을 행했을 경우만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후대에 와서 랍비 힐렐(Hillel)은 남편이 아내를 버리는 경우인 '수치스러운 일'을 임의적으로 넓게 해석하여 사소한 일을 가지고서도 아내를 충분히 추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아내가 요리를 잘못했거나, 말대꾸를 하거나 단순히 자기 아내보다 다른 여자가 더 마음에 드는 경우에도 이혼을 할 수 있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랍비 샴마이(Schammai)는 간음과 나쁜 행실만을 아내 추방의 원인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서의 이혼규정은 본래는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점차 남자들의 권리를 행사하는 편리한 도구로 변질되었다. 남자는 남성 위주의 결혼 법을 통해 성적 방종이 허락되었고, 여성은 남자가 버리거나 취할 수 있는 소유물로 전락했다.

 

간단히 이혼장만 써 주면, 남편은 자기의 아내를 내쫓을 수가 있었다. 아내를 추방하는 형식도 간단하였다. 남편은 "너는 더 이상 나의 아내가 아니다"라는 선포와 함께 이혼장을 써주면 이혼이 성립되었다. 여자는 이혼장을 근거로 다시 다른 남자와 결혼할 수가 있었다(신명 24,2).

 

반대로 남편의 권리는 율법에 의해서 겨우 일부만 제한되어 있었다. 자기의 아내가 싫어져서 결혼할 때 처녀가 아니라고 부당하게 허물을 뒤집어 씌워 고발했을 경우 진실이 밝혀지면 남편은 장인에게 벌금을 물고 평생동안 결코 그 여자를 추방할 수 없었다(신명 22,13-19).

 

또한 처녀를 강간했다가 꼼짝없이 결혼하게 되었던 남편도 아내를 추방할 수 없었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이혼 풍속은 절대적으로 남성 중심적이었다.

 

함무라비 법전은 여자 편의 잘못으로 이혼하게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자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여자에게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여자는 이혼 당할 때, 지참금은 물론 자녀의 양육비와 자신의 생계를 위해 필요한 경비까지 요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구약성서에서는 위자료에 대하여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서도 일반적으로 남편이 아내를 추방할 때 재정적인 대가를 치렀다. 일반적으로 이혼할 때 남편은 아내에게 일정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부인은 자기가 시집올 때에 가지고 온 모든 것들을 가지고 남자의 집을 나가는 것이 관습이었다.

 

신약성서에 와서 예수님께서는 산상설교에서 이혼에 대한 엄격한 금지를 가르치신다(마태 5,31-32). 이혼에 대한 금지는 아내에 대한 남편의 보호와 사랑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은 이혼장을 써주고 결혼을 파기하려는 남자들의 자기정당화를 공격하신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여인은 독자적 생존을 위협받았다. 예수님은 가부장적인 질서가 지배하던 시대에 남성 중심의 결혼 법에 맞서 이혼을 금지함으로써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려 하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혼하지 말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인간의 근본적인 존엄성에 대한 가르침이었다. 이혼금지는 당시의 절대적인 약자였던 여성과 어린 자녀들에 대한 보호였다고 할 수 있다.

 

예수님의 이혼에 대한 가르침은 단순한 금지가 아니다. 예수님은 무엇보다 결혼은 육체적인 결합보다도 더 인격적인 결합을 강조하신 것이다. 또한 결혼한 부부는 인격적인 사랑 안에서 우선적으로 하느님의 나라를 구해야 한다.

 

그래서 결혼은 하느님께서 맺어주시고 부여하신 것이기에 어떠한 이혼도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결혼이란 단순히 남녀의 인간적인 선택과 행동을 넘어선 거룩한 행위임을 늘 기억해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02년 11월 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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