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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유다인의 머리카락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7 조회수4,147 추천수0

[성서의 풍속] 유다인의 머리카락

 

 

거리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의 머리색과 모양은 아주 다양하고 독특하다. 오늘날까지 머리카락은 자신을 표현하는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때로는 머리카락이 그 사람의 사고방식, 문화, 그리고 종교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머리카락은 사람들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하고 젊음의 일반적 상징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의 머리카락에 대한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대단하다.

 

가장 오래된 이집트의 파피루스 문서에도 탈모 치료에 대한 방법이 기록되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집트 시대에 파라오의 아들들은 바로 귀 뒤쪽 머리의 오른쪽 편 위에 독특하게 머리를 쪽매어 다녔다고 한다. 또한 파라오들은 절대 가발을 쓰지 않고는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고대사회에서 머리카락은  마치 옷이나 보석처럼 사회적, 종교적 지위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영국에서는 법원의 판사들이 마치 말갈기 모양의 가발을 쓰고 재판을 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제로 가발은 18세기 중반까지도 신분과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머리카락은 중요하고 상징적 역할을 했다. 초기 그리스도교의 수도사들은 정수리까지 머리를 잘라서 삭발을 했다. 수도사들에게 있어서 삭발은 세상에 대한 자신들의 순결성을 표현한다. 또한 삭발은 자신들의 맹세를 선언하는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삭발은 세상일에 대한 허무함과 부에 대한 관심이 없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동시에 하느님께 대한 헌신적 봉사를 의미하기도 했다. 중세 시대의 그리스도교도 세속적 것보다는 삶의 정신적 측면에 대한 관심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수도사들의 삭발은 아주 엄격하여 성직위계를 받자마자 거의 머리카락 전체를 다 자르거나, 머리 주위에 머리카락을 조금만 남겨두는 전통이 계속되었다. 오늘날 수도자들이 머리를 가리는 것도 이런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구약시대에도 외모를 가꾸는 데 머리카락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특히 아시리아인들은 불에 달군 쇠로 머리카락에 온갖 웨이브를 시도했고 머리 염색 기술도 대단히 발전했다고 한다.

 

그리스 시대에는 금발이 유행해서 사람들은 금발 염색을 해서 한껏 멋을 부리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러나 로마인들의 경우에는 검은 머리를 선호해서 머리카락을 까맣게 염색하기도 했다. 유다인들도 남녀 모두 길고 검은색 머리를 좋아했다. 특히 노인들의 백발은 영광의 대상이 되었다(잠언 20,29).

 

구약시대에는 긴 머리카락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었다. 삼손의 이야기는 머리카락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손의 연인 들릴라가 불레셋의 영주로부터 보화를 받고 삼손의 머리카락을 자르게 된다.

 

삼손의 엄청난 힘의 원천은 바로 머리카락에서 나왔기 때문이었다. 삼손은 머리카락을 자르자마자 힘을 잃고 적에게 잡히고 만다(판관기 16장). 이처럼 유다인들은 머리카락이 힘의 원천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삼손과 다윗의 아들 압살롬처럼 우아하고 긴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2사무14,25-26). 그러나 신약시대에는 그리스와 로마의 영향으로 남자들은 머리카락을 짧게 깎는 것이 유행이었다. 남자가 여자보다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런데 구약 시대에는 유다인들이 머리카락을 자를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몇 가지 엄격한 규정이 있었다. 우선 머리카락 전체를 완전히 삭발할 수 없었다. 상을 당한 사람이나 병에서 회복된 사람 이외에는 머리카락이나 수염을 완전히 밀어버릴 수 없었다(신명 14,1). 머리카락을 자르는 시기도 정해져 있었다. 이러한 풍습은 유다인과 다른 종족을 구분하려는 목적과 함께 머리카락에 대한 나름대로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머리카락은 일부를 잘라내도 고통을 느끼지 않고 계속 자라는 신체의 부분이다. 또한 머리카락은 사람이 죽은 뒤에도 계속해서 자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머리카락에 어떤 능력이나 특별한 힘의 원천이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유다인 중에도 수염을 깍지 않고 귀 바로 위의 머리카락은 자르지 않고 꼬아서 기르는 풍습을 자랑스럽게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유다인들은 머리카락이 없는 대머리를 가진 이들을 업신여기고 혐오의 대상으로까지 간주하기도 했다(2열왕2,23).

 

또한 유다인들은 머리카락이 빠지면 피부병과 문둥병에 감염되었다고 생각했다(레위 13,40-44참조).

 

[평화신문, 2002년 12월 2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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