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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약성경의 맥7: 신명기계 역사서 안에서 여호수아기가 갖는 기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7-30 조회수4,603 추천수1
[신앙의 해 - 구약성경의 맥] 제7주제 : 신명기계 역사서 안에서 여호수아기가 갖는 기능


느보 산에 서면 사해와 사해 저편으로 펼쳐진 가나안 땅이 눈에 환히 들어옵니다. 여호수아기는 그 장소에서 시작합니다. 여호수아의 영도 아래 이루어진 가나안 땅의 정복과 분배 과정을 보여주는 여호수아기는 역사서의 첫 권으로 역사서를 여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호수아기를 잘 이해하려면 전체 역사서 안에서 여호수아기가 갖는 기능이 무엇인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먼저 ‘신명기계 역사서’라는 용어를 소개합니다.


신명기계 역사서

1943년 독일의 성서학자 마르틴 노트는 여호수아기, 판관기, 사무엘기, 열왕기 안에서 공통적으로 신명기의 정신이 나타나고 있음에 주목하여 이 역사서를 ‘신명기계 역사서’라고 지칭하였고, 그 뒤 많은 학자들이 이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노트 이후 신명기계 역사서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이 제시되는데 간단히 요약하면, 신명기의 근본정신에 바탕을 두고 일련의 성경 저자들이 이스라엘의 역사를 기록하였고, 이 역사는 이스라엘이 어떻게 해서 가나안 땅을 차지하게 되었으며, 또 왜 그 땅을 잃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면서 그 땅의 회복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자 기록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신명기의 근본정신은 무엇입니까? 신명기는 하느님과 이스라엘이 맺은 계약과 그 계약에 대한 충실성을 강조합니다. 그 내용은 이스라엘이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만을 섬길 것과 주님께서 선택하신 한 곳에서만 하느님을 예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이 계약에 충실하지 않으면 그 계약에 따라오는 모든 축복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신명기계 역사서의 곳곳에 이런 정신이 요약되어 나타납니다.

여호수아기는 하느님의 약속과 계획이 성취되기 위한 이상적인 조건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제시합니다. 여호수아기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서 조상들에게 약속하셨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차지하게 되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말씀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런 목적 때문에 여호수아기에는 여호수아라고 하는 이상적인 지도자와 그 지도자의 영도 아래 일심단결한 이상적인 백성이 등장하며, 온전히 하느님만을 신뢰할 때 가능한 이상적인 정복의 과정이 소개됩니다. 이 모든 것을 통하여 여호수아기는 이스라엘이 땅을 차지하게 된 것은 하느님의 선물이며, 순수하게 하느님의 주도권 아래 이루어진 일임을 고백합니다.


이상적인 지도자, 여호수아

이제 여호수아기 안에서 여호수아가 어떻게 이상적인 지도자로 그려지고 있는지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모세오경 안에서 소개된 여호수아부터 간략히 살펴본다면, 그는 에프라임 지파 출신 눈의 아들로, 원래 이름은 호세아였으나 모세가 그의 이름을 여호수아로 고쳐 불렀습니다(민수 13,16 참조).

여호수아는 아말렉족과의 전투에서 이스라엘 진영의 지휘자였으며, 만남의 장막을 지키곤 하였습니다. 그는 자기 지파의 대표로 가나안 정탐에 참여하였고, 이집트를 탈출했던 세대 가운데서는 칼렙과 함께 유일하게 가나안에 들어가도록 허락받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모세의 후계자로 지명되어 백성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할 임무를 맡았습니다.

여호수아기에서 그는 모세의 가르침을 실천한 이스라엘의 이상적인 지도자로 묘사됩니다. 여호수아기의 저자는 여호수아가 이상적인 인물임을 강조하려고 모세가 한 행위를 되풀이한 사람으로, 모세가 명령한 바를 글자 그대로 지킨 사람으로 묘사합니다. 여호수아와 모세의 유사성은 다음 일곱 곳에서 강조됩니다.

① 모세가 가나안 땅을 살펴보려고 정탐꾼을 보낸 것처럼(민수 13장, 신명 1,19-25) 여호수아도 예리코 성에 정탐꾼을 파견하였습니다(여호 2장). ② 모세가 갈대바다를 건널 때 물이 둘로 갈라졌다면(탈출 14,15-29), 여호수아가 백성을 이끌고 요르단 강을 건널 때 물이 둘로 갈라졌습니다(여호 3장). ③ 모세가 이집트를 떠나기 직전에 과월절 축제를 지내게 했다면(탈출 12장), 여호수아는 요르단 강을 건넌 뒤 과월절 축제를 지내게 합니다(여호 5,10-12). ④ 모세가 사명을 수행하기 직전에 할례와 관련된 사건을 경험하였다면(탈출 4,24-26), 여호수아는 요르단 강을 건넌 뒤 백성들에게 할례를 받게 합니다(여호 5,2-9). ⑤ 아말렉족과 전투에서 모세가 팔을 들고 있는 동안 승리하였다면(탈출 17,8-13), 아이 성을 공략할 때 여호수아가 창을 들고 있는 동안 그 성을 함락할 수 있었습니다(여호 8장). ⑥ 모세가 시나이 계약의 중개자가 되었다면(탈출 24장), 여호수아 역시 백성들이 스켐에서 계약을 갱신할 때 중개자가 되었습니다(여호 24장). ⑦ 모세가 고별사를 남긴 것처럼 여호수아도 고별사를 남겼습니다.

이와 같이 여호수아는 모세가 명령한 대로 요르단 강 동쪽의 세 지파(르우벤, 가드, 므나쎄 반쪽 지파)가 가나안 땅 정복에 합세하게 하였으며(여호 1,12-18; 민수 32장; 신명 3,12-20), 가나안 땅의 주민들을 전멸시키고(여호 11,8-15; 신명 20,16), 아낙인을 멸족시키고(여호 11,21; 신명 9,2-3), 정복한 땅을 분배할 때 모세가 명령한 대로 제비뽑기를 통해 땅을 분배하였으며(여호 14,2; 민수 34,13), 도피성을 설치하고(여호 20장; 민수 35,9-15; 신명 19,1-10), 레위인들에게 성읍을 분배해 주었습니다(여호 21,1-42; 민수 35,1-8).


역사서 안에서 여호수아의 기능

이러한 이상적인 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이스라엘 열두 지파는 일심단결하여 가나안 땅을 차지하는 일에 참여하였으며, 요르단 강 동쪽의 지파들은 이미 모세로부터 땅을 분배받았음에도 서쪽의 지파들이 땅을 모두 분배받을 때까지 정복전쟁에 함께하였습니다.

정복전쟁이 끝날 때까지 어느 지파도 자신들이 차지한 땅에 물러나 있지 않았으며, 정복전쟁이 완결된 뒤에 제비뽑기를 통해 땅을 나누어 받고서 비로소 각 지파의 땅으로 물러가 살았다고 여호수아기는 보도합니다.

그러나 판관기 1장의 보도에 따르면 지파별로 그들이 정착할 땅을 정복하였으며, 거의 모든 지파들이 그 땅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을 완전히 몰아내지 못하고 그들과 섞여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신명기계 역사서 내에서 여호수아기가 갖는 기능을 고려할 때 이해될 수 있습니다.

여호수아기는 이스라엘이 어떻게 땅을 차지하게 되었는지를 신명기 정신에 입각하여 설명하는 책입니다. 곧 이스라엘이 땅을 차지하게 된 것은, 이스라엘은 여호수아의 영도 아래 일치하여 적들과 싸웠으며, 야훼만을 예배하는 일치된 공동체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더 현실적인 이스라엘의 모습은 판관기가 보도하는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신명기계 역사서 안에서 여호수아기가 갖는 이러한 기능은 이스라엘 백성이 예리코 성을 정복하는 과정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예리코 성의 정복이 전적으로 야훼 하느님의 승리이며 그분에 대한 신뢰를 통해 이루어진 것임을 보여주려고, 성경의 저자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주님의 궤를 멘 사제들을 선두로 그 성을 6일 동안 돌고, 7일째 되는 날 그 성 주변을 일곱 바퀴 돈 뒤 함성을 지르니 예리코 성이 무너졌다고 말합니다(여호 6장).

예리코 성이 정복된 것은 뛰어난 전술이나 강력한 무기 때문이 아니라 여호수아가 전해준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이스라엘 백성의 전적인 신뢰 때문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을 신뢰하였고, 그 믿음을 보고 하느님께서 그 땅을 이스라엘에 선물로 주신 것입니다.

바로 이어서 나오는 아이 성의 공략과 아칸의 범죄에 관한 이야기(여호 7장)는 이 사실을 더욱더 강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아칸이 한 것처럼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을 때 땅을 차지하는 것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미 차지한 것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는 것이 아칸의 범죄 이야기입니다.

창녀 라합의 이야기(여호 2장)와 이스라엘 사람들을 속여 그들과 평화조약을 맺었던 기브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왜 이방인들이 이스라엘 사람들과 섞여 살게 되었는지를 설명합니다. 하느님의 약속이 온전히 성취되었다면 가나안 땅은 전적으로 이스라엘 것이 되었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여호수아기는 이상적인 이방인(라합)의 개종과 속임수를 통해 맺은 계약일지라도 그 계약(기브온과 맺은 계약)에 충실하고자 하는 이스라엘의 의지에 따라오는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여호수아기 전체는 이스라엘이 하느님과 맺은 계약에 충실하기만 하다면 하느님께서는 그 약속을 반드시 성취하시는 약속에 충실하신 하느님이심을 선포합니다.

약속에 충실하신 하느님에 대한 고백은 여호수아의 유언에서도 언급됩니다.

“보라, 오늘 나는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을 간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를 두고 이르신 그 모든 좋은 말씀 가운데에서 하나도 빠지지 않고 이루어진 것을, 너희는 온 마음과 온 정신으로 잘 알고 있다. 그 말씀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너희에게 다 이루어졌다”(여호 23,14).

그러나 이 약속은 이스라엘의 충실성을 조건으로 하는 것입니다. 여호수아기에 뒤이어 오는 역사들은 이스라엘이 이 약속에 충실하지 못할 때 어떤 결과가 따라오게 되는지를 예증하게 될 것입니다.

* 김영선 루치아 - 마리아의전교자프란치스코회 수녀. 가톨릭대학교에서 석박사 통합과정 2년을 마치고 미국 보스톤대학(예수회)에서 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서강대학교에서 구약성서 입문을 강의하고,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구약성경과 피정 지도’라는 제목으로 구약성경 세미나를 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7월호, 김영선 루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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