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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타작 마당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9-19 조회수2,967 추천수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타작 마당

 

 

옛 이스라엘에는 마을마다 공동으로 사용한 타작 마당이 있었습니다. 농부들은 그곳에서 곡식을 떨며, 알곡은 곡간에 쌓고 쭉정이는 태우거나 썩혀 거름으로 사용했습니다. 곡식 양이 적으면 막대기나 도리깨로 떨었지만(이사 28,27), 양이 많으면 가축이 타작기를 끌고 곡식 위를 지나가게 하여 타작하였습니다(신명 25,4). 그러면 가축과 타작기의 무게에 눌려 알곡이 빠져나왔기에, 이사 21,10에는 이런 표현도 나옵니다: “짓밟힌 나의 백성아, 타작 마당에서 으깨진 나의 겨레야.” 보리나 밀 타작은 단 기간에 끝나는 작업이 아니어서, 밭주인들은 타작 마당에 며칠씩 머물며 작업을 지휘하기도 하였습니다. 보아즈도 타작 마당에서 밤을 보내다가 룻을 맞게 됩니다(룻기 3,3).

 

성경에서 타작 마당은 심판장의 비유로 자주 쓰입니다. 왜냐하면, 수확이 심판과 관계되는 표상이기 때문입니다. 알곡은 선을, 쭉정이는 악을 상징합니다. 타작 마당은 수확 때 바빠지는 곳이라, 일생 동안 쌓은 선과 악을 헤아린다는 최후의 심판장과 비슷합니다. 옛 예언자들은 심판 신탁을 전달할 때도 타작 마당 비유를 사용하였습니다: “그들은 주님의 의도를 깨닫지 못한다. 곡식 단들을 타작 마당으로 모으듯 그들을 모아들이신 것을”(미카 4,12). 이런 비유는 신약까지 이어졌습니다: “손에 키를 드시고 당신의 타작 마당을 깨끗이 치우시어, 알곡은 당신의 곳간에 모아들이시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 버리실 것이다”(루카 3,17).

 

2사무 24장에는 타작 마당에 얽힌 다윗의 일화가 나옵니다. 다윗이 한 인구조사가 주님의 분노를 사 이스라엘에 흑사병이 내린 사건인데요, 여기서도 타작 마당은 심판과 관련된 장소로 등장합니다. 다윗의 인구조사가 죄가 된 건 왜냐면, 그것이 교만 행위였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인구조사는 군사적 목적을 주로 지니고 있었습니다(9절). 전쟁은 주님께 속한 것임에도, 다윗은 군세를 키워 제 힘으로 승리하려는 유혹에 빠진 듯합니다. 큰 병력을 거느리게 되면 주님의 뜻을 여쭤볼 필요도 없어지겠지요.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셀 수 없이 많은 백성으로 만들어주겠다.’(창세 15,5)고 약속하셨지만, 이는 믿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은총이지, 그 약속의 실현 여부를 하나하나 따져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10개월에 걸친 조사를 마친 뒤 다윗은, 이 일이 주님께 도전한 모양새가 되어 버렸음을 깨닫고 양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을 친 흑사병의 재앙은 심판 천사가 아라우나의 타작 마당에 있을 때 멈춥니다(16절). 예루살렘을 치려던 손길도 거두어집니다. 다윗은 죄를 용서받은 아라우나의 타작 마당을 사들이고 그곳에서 번제물을 바쳤고, 이후 솔로몬은 그 위에 성전을 봉헌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운명하실 때 지성소의 휘장이 찢어지며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화해가 이루어짐이 드러나게 됩니다. 곧 타작 마당이 지녔던 심판의 의미가 용서와 함께 성전에 담기고,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에게도 전달되었으니 그 역사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2년 9월 18일(다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의정부주보 6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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