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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약 여행33: 바빌론 임금을 섬기십시오(예레 27,17)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8-03 조회수3,573 추천수1

[안소근 수녀와 떠나는 구약 여행] (33) “바빌론 임금을 섬기십시오”(예레 27,17)


이스라엘의 멸망, 이 또한 하느님의 뜻임을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바빌론 왕 네부카드네자르(왼쪽) 부조.


예레미야서에서는 요시야 통치 13년부터 예루살렘 주민들이 유배될 때까지 주님의 말씀이 예레미야에게 내렸다고 말합니다(예레 1,3). 기원전 627년부터 587년까지, 멸망 직전의 40년간입니다. 결코 평탄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예레미야의 예언은 그의 시대와 깊이 얽혀 있었기에, 이제부터 그 시대의 역사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문제가 좀 있기는 합니다. 예레미야서에서 우상 숭배를 비판하는 본문들은 요시야 통치 초기를 배경으로 하는 것일 수 있지만, 기원전 622년에 있었던 요시야 임금의 개혁에 대해서 예레미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초기 활동은 좀 의심스럽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요시야 통치 13년이 예레미야가 태어난 해라고 설명합니다. 그가 모태에서부터 예언자로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예레미야가 요시야의 개혁에 만족해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잘 알 수 없습니다. 어떤 경우이든, 므나쎄와 아몬의 영향으로 요시야 통치 초기에 우상 숭배가 만연했고 예레미야가 우상 숭배를 비판하기는 하지만 요시야 시대에 예레미야가 많은 활동을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시리아 수도 니네베는 기원전 612년에 함락되었습니다. 아시리아는 이미 저물어갑니다. 그러나 아직은 누구도 패권을 장악하지 못했습니다. 이집트는 아시리아를 도우려 하고, 바빌론은 아시리아에 대항하려 합니다. 유다 임금 요시야는 아시리아의 영향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이 상황에서 이집트가 아시리아를 돕기 위해 군사를 일으키고, 요시야는 그런 이집트를 막으러 나섭니다. 그러나 기원전 609년, 요시야는 므기또 전투에서 전사합니다. 이로써 유다 왕국의 마지막 희망은 꺼집니다. 이후의 임금들인 여호아하즈, 여호야킴, 여호야킨, 그리고 치드키야는 멸망을 향해 걸어갈 뿐입니다.

요시야 사후 백성들은 그의 아들 여호아하즈가 아버지의 정책을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요시야가 파라오 느코 2세에게 맞서다가 전사했으니, 이제 이집트가 개입합니다. 즉시 여호아하즈를 폐위시켜 이집트로 끌고 가고, 친 이집트적이라고 여긴 요시야의 다른 아들 여호야킴을 즉위시킵니다(기원전 609년). 그러나 이집트의 세력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기원전 604년의 카르케미스 전투에서 바빌론에 패배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패권은 바빌론에게 넘어갑니다. 이때에 바빌론 임금은 네부카드네자르였습니다. 그 네부카드네자르가 장차 예루살렘을 함락시킬 것입니다.

예레미야서 1장에서 하느님은 예레미야에게, “북쪽에서 재앙이 터져 이 땅의 모든 주민 위에 덮칠 것이다”(1,14)라고 말씀하시며 멸망을 선포하라고 하십니다. 카르케미스 전투 이후로는 ‘북쪽’이 바빌론을 가리키는 것임이 분명해집니다. 예레미야는 멸망이 임박했음을 압니다. 이스라엘이 하느님께 충실하지 않았기에,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깨졌기에 이스라엘은 무너지고 있습니다. 예레미야는 바빌론의 지배를 받아들이라고 말합니다.

듣기 싫은 말입니다. 다른 예언자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예루살렘은 주님께서 계시는 곳이고 성전은 결코 무너질 수 없다고, 거짓 예언자들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 줍니다. 사제들도 주님의 성전은 안전하다고 말합니다. 그 성전이 강도들의 소굴이 되고 이스라엘은 다른 신들을 따라가고 있는데도(예레 7장 참조), 그들은 멸망이 다가온다는 말을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임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여호야킴은 이집트가 여호아하즈를 몰아내고 세운 임금입니다. 그러니 이집트의 허수아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하여 여호야킴 시대에 예레미야는 모든 이들과 맞서게 됩니다. 예레미야의 고백록이라고 불리는 글들도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여호야킴 사후에는 그의 아들 여호야킨이 즉위하지만(기원전 598년), 곧 바빌론이 예루살렘을 포위 공격하고 여호야킨은 결국 바빌론에 굴복합니다(기원전 597년). 이로써 제1차 바빌론 유배가 이루어집니다. 아직 유다 왕국이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여호야킨도 수인으로 바빌론에 끌려가고 그와 함께 많은 중요한 인물들이 끌려갑니다.

바빌론은 요시야의 또 다른 아들 치드키야를 임금으로 세웁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요시야의 아들들 가운데 세 명이 왕위에 오른 셈이 됩니다. 그러나 임금이 된 치드키야는 이 위기에 대처할 만한 능력이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예레미야를 불러 그의 의견을 듣기도 했으나, 결국은 신하들에게 휘둘립니다. 임금은 바빌론에 저항하는 것이 승산이 있는지 확신이 없으면서도 친이집트 정책을 취하면서 바빌론에 저항하려 합니다.

예레미야는 하느님께서 네부카드네자르에게 통치권을 넘겨 주셨다고 보아 이에 반대하지만, 치드키야는 바빌론에 바치는 조공을 중단합니다. 결국 바빌론은 다시 예루살렘을 공격하여, 기원전 587년에는 예루살렘이 함락되고 다윗 왕조가 무너집니다. 네부카드네자르는 치드키야가 보는 앞에서 그의 두 아들을 처형합니다. 치드키야는 바빌론으로 끌려가 그곳에서 죽게 됩니다.

기원전 587년, 예루살렘 함락. 이스라엘 역사에 큰 획이 그어집니다. 이 멸망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아직은 깨달을 수 없습니다. 예언자만이 그 멸망을 받아들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서야 이스라엘은 그 멸망이 당신 백성을 구원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뜻 안에서 이루어진 일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5년 8월 2일, 안소근 수녀(성 도미니코 선교수녀회,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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