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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리상식: 교구는 지상교회의 꽃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07-31 조회수4,207 추천수0

[알기 쉬운 교리상식] 교구는 지상교회의 꽃

 

 

불가(佛家)에서는 일 년에 두 번 하안거(夏安居)와 동안거(冬安居)의 기간을 가진다. 하안거는 음력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3개월, 동안거는 10월 15일부터 이듬해 1월 15일까지 3개월 동안 스님들이 외부와의 연을 끊고 수행에만 전념하는 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 동안 사찰에서 보직을 맡지 않는 스님들은 세속의 모든 연을 끊고 오직 홀로 참된 나를 찾기 위한 침잠의 시간을 갖는다. 안거기간이 아니더라도 몇 년을 수행에만 전념하는 승려들도 있다. 어떻게 보면 불교는 ‘홀로’의 길을 걷는 종교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교회 주변에서도 이런 말들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하느님이 계시는 것은 인정하지만 교회는 싫다.” “개인적으로 하느님을 믿으면 되지 교회에 몸담을 필요가 있나?” 그래서 “나는 하느님은 믿지만 교회는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지상교회의 한 단면을 보고 그런 생각과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는 처음부터 열두 사도를 중심으로 조직된 공동체였다. 예수님께서도 친히 당신의 이름으로 ‘둘이나 셋이 모인 곳에 함께 하시겠다.’고 말씀하셨고(마태 18,20), 신자생활의 기본을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이라고 하여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하셨다. 물론 교회 안에도 은수자나 수도생활(특히 관상수도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그 생활의 바탕에는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불교가 ‘홀로’의 종교라면 우리 가톨릭교회는 ‘함께’의 종교다. 교회를 하느님의 백성이나 그리스도의 몸이라 지칭하는 것도 교회가 공동체라는 사실을 드러내 주고 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공동체 안에서 교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이고, 교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교계제도의 영향력 아래에 놓일 수밖에 없다.

 

교계제도(敎階制度)는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공동체를 효과적으로 일치시키고 유지하기 위한 가톨릭교회의 조직을 말한다. 교계제도의 출발점은 예수님이시다. 예수님께서는 12제자를 특별히 부르시어 사도단을 구성하셨고 특별교육을 하셨으며, 나중에 72제자를 따로 파견하기도 하셨다. 교계제도가 주님의 의도에 의한 것임이 확실하지만, 그 구체적인 형태가 주교, 신부, 부제로 분화되고 고정되는 데에는 1세기 이상의 발전과정이 있었다. 그리고 3세기경에 이르러서야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교계제도가 정착되어 주교를 중심으로 한 교회가 체계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교계제도라 하면 피라미드 형식의 구조를 떠올리기 쉽다. 꼭대기에 교황님이 계시고 그 아래 주교, 사제, 부제, 수도자, 평신도의 순으로 말이다. 이런 구조는 예수님께서 원하셨던 모습이 아니다. 예수님께서는 혹여 사도들이 신자들 위에 군림하거나 통치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스승의 수난예고를 듣고도 자리다툼하는 것을 보시고 그들을 가까이 불러 타이르셨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태 20, 25-27)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만찬 때에 친히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면서 제자들도 그렇게 하기를 바라셨다.(요한 13,1-20. 참조)

 

교계제도의 중심에는 주교가 있다. 신약성경에서는 ‘감독’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사도들의 후계자, 곧 오늘날의 주교를 뜻한다. ‘감독’이라고 지칭된 이들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직접목격자들인 사도들이 연로하고 세상을 떠나자 자연스럽게 그들의 후계자로 교회를 다스렸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독들은 일정지역에 자리를 잡고 지역교회를 다스리게 되었다. 이들이 오늘날의 교구장 주교인 셈이다. 주교는 교회일치의 중심이다. 이들은 신부들과 부제들의 협조를 받아서 신자들을 한데 모으는 구심점의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지상교회의 완성된 형태는 교구이다. 본당들은 최소한의 교회단위의 부분에 불과하다. 주교는 주교로 서품될 때에 그 사목권한을 그리스도께로부터 받기에 실권 있는 고유의 사목권을 행사하지만, 본당 주임신부는 소속 주교로부터 위임 받아서 사목권을 행사할 수가 있다. 주교들은 사도들이 그랬던 것처럼 주교단의 단장(교황)을 중심으로 일치하고 긴밀하게 협조하지만, 통상적인 사목에 있어서는 타교구의 사목에 간섭하지 않는다. 가톨릭교회는 2천년 동안 철저한 지방자치제를 실천해 왔다고 할 수 있다.(교회내의 각 신분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 다루겠습니다.)

 

[월간빛, 2011년 7월호, 하창호 가브리엘 신부(제5대리구 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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