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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본당신부의 지상 교리: 기도 - 술집주인 믿음 있음! 본당회장 믿음 없음?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30 조회수3,040 추천수0

[본당신부의 지상 교리] 기도 - 술집주인 믿음 있음! 본당회장 믿음 없음?

 

 

어느 날 신자 한 분이 “신부님은 기도를 많이 하십니까?” 하고 물으셨습니다. 얼른 대답하지 못하였습니다. 실은 기도를 소홀히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에게는 기도하라고 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기도를 소홀히 하였으니 속을 보인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실은 누가 기도를 부탁하면 “예, 기도해 드리죠.” 하고 대답하고는 잊어버린 때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죄송한 마음으로 그 잊었던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 또는 ‘영혼의 호흡’, ‘심장과 심장의 만남’ 등 그 의미하는 바에 따라서 다양하게 표현됩니다.

 

기도에서 중요한 것은 “하느님을 향하여 마음을 들어 높이는 것이며, 하느님께 은혜를 청하는 것입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590항). 따라서 어떤 기도든지 생명력 있는 기도여야 합니다. 곧 기도가 온 삶이 되어야 합니다. 기도는 매순간 주님의 뜻을 헤아리고 그에 걸맞은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응답받는 기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기도를 합니다. 그러나 기왕 기도할 바에야 효과 있는 기도, 응답받는 기도를 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그러면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마르 11,24)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응답받지 못하였다는 것은 믿음으로 기도하지 않았다는 말이 됩니다.

 

요한 사도는 “우리가 그분에 대하여 가지는 확신은 이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이든지 그분의 뜻에 따라 청하면 그분께서 우리의 청을 들어주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청하든지 그분께서 들어주신다는 것을 알면, 우리가 그분께 청한 것을 받는다는 것도 압니다.”(1요한 5,14-15) 하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기도할 때에 온 마음을 기울여 기도에 집중하고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기도의 대상인 하느님 외에는 아무것에도 기웃거리거나 마음을 빼앗겨서는 안 됩니다”(성 치프리아노). 따라서 기도를 하려거든 믿음으로 해야겠습니다.

 

도심의 한 성당 옆에 큰 술집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술집에서 떠드는 소리, 음악소리, 현란한 불빛이 성당의 기도 분위기를 망쳤습니다. 그래서 신자들이 한마음으로 술집이 망하길 기도하였습니다. 얼마 뒤 술집이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술집주인은 신자들이 한마음으로 기도했다는 소리를 전해 듣고 성당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그래서 성당 대표로 본당회장이 진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술집 망하라고 기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꼭 그것 때문에 망했겠습니까?” 그러자 술집주인이 펄쩍 뛰며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기도해서 망한 것이 맞습니다. 당신들이 기도하기 전까지는 아주 호황이었습니다.” 드디어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술집주인 믿음이 있음, 본당회장 믿음이 없음.

 

 

하느님께 의탁

 

예수님께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시고 집에 들어가셨을 때 제자들이 그분께 “어째서 저희는 그 영을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마르 9,28-29) 하고 대답하셨습니다.

 

더러운 영을 쫓아내는 힘은 바로 기도에서 나오는데 기도란 무엇보다도 모든 것을 가능케 하시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합니다.

 

기도는 하느님의 뜻을 찾는 것이기도 하지만 하느님께 의탁하는 것입니다. 내 뜻을 접고 ‘그분 마음에 드는 것이 무엇일까? 기뻐하시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맡기는 것입니다.

 

 

꾸준한 기도

 

우리는 기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안에서 하느님의 힘과 능력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기도를 소홀히 하기 시작하면 하느님을 멀리하게 되고 그분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며, 더 나아가 하느님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게 되고 제멋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결국 하느님의 능력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기도해야 합니다. “비록 잘못에 떨어졌다 할지라도 기도하기를 그쳐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 잘못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힘은 꾸준히 계속되는 기도를 통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예수의 성녀 데레사). 하루를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끝맺는 가운데 기쁨을 차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심장과 심장의 만남

 

“하느님께서는 저에게 이야기하십니다. 그리고 저는 그분에게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간단합니다. 그것이 기도입니다. 저의 심장으로부터 예수님의 심장에로, 저의 심장으로부터 마리아의 심장에로, 저의 심장으로부터 성인들의 심장에로 기도합니다”(마더 데레사).

 

기도는 이렇게 ‘심장과 심장의 만남’입니다. 기도는 입으로,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뜻을 헤아리고 알아듣는 것입니다. 그러니 빈말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주님께서는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마태 6,8)고 하시며 친히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청하기도 전에 알고 계시니만큼 우격다짐으로 떼를 쓰지 말고,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듣게 해주십사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기도는 하느님을 향해 마음을 여는 데서 시작합니다. 마음을 열면 그분은 사랑과 기쁨, 희망과 평화로 채워주십니다. 기도의 의미를 안다면 믿음의 기도를 해야 하고 믿음으로 열매를 희망해야 합니다. 기도는 머리로 하기보다는 사랑으로 합니다. 그리고 의지의 실천으로 합니다.

 


많이 사랑하는 것

 

교부 푀멘은 말합니다. “‘기도 중에 졸고 있는 형제를 보거든 깨어 기도하도록 꼬집어주어야 됩니까?’ 하고 제자가 물으면, ‘어느 형제가 조는 것을 보게 되면 나는 내 무릎을 베고 쉬게 해주겠습니다.’ 하고 사부는 말할 것입니다.” 기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제가 잘 아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십니다. “함께 기도하실까요?” 하면서 묵주를 꺼냈더니, 할머니께서 정성껏 묵주알을 굴리시며 기도하셨습니다. “은총이 아멘. 또 아멘. 은총이 아멘. 또 아멘!” 연세가 드시면서 기도문을 다 잊었지만 사랑이 담긴 ‘은총’과 ‘아멘’은 여전히 할머니를 지켜주셨습니다. 많이 기도하는 것보다 사랑이 담긴 믿음의 기도가 중요합니다.

 

요즘 부자들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답니다. “낙타를 아주아주 작게 만들어주시든지, 바늘구멍을 아주 크게 만들어주시든지 해주십시오.”

 

 

주님의 뜻을 따라 청하면

 

우리가 가장 즐겨하는 ‘주님의 기도’는 주님께서 직접 가르쳐주신 기도입니다. 그 핵심은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나라는 사랑의 나라요, 아버지의 뜻 역시 사랑으로 하나 되는 것입니다. 사랑이 담긴 믿음의 기도로 모든 것을 얻기를 바랍니다.

 

어느 날 건강상의 이유로 늦은 밤에 숯가마에 갔습니다.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른 채 땀을 뻘뻘 흘리면서 9일 기도 책을 펴들고 묵주알을 돌리고 계셨습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라고는 해도 좋은 표양은 아니었습니다.

 

‘9일 기도는 꼭 들어주신다.’는 확신이 있다면 가장 귀한 시간을 주님께 내어드릴 수 있어야 합니다. 주님과 하나가 되는 마음의 일치를 빠뜨린 채 기도문을 외우기에 급급해 한다면 기도의 열매는 맺어지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주시는 줄로 생각한다”(마태 6,7).

 

우리가 무엇이든지 주님의 뜻을 따라 청하면 그분께서 반드시 그 청을 들어주십니다. 정성과 사랑을 담아 기도하는 가운데 능력의 주님을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마태 7,7-8). 사랑합니다!

 

* 반영억 라파엘 - 신부. 청주교구에서 1991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꽃동네대학교 사무처장, 청주시노인복지관장을 역임했다. 현재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 주임 겸 음성지구장이다.

 

[경향잡지, 2011년 10월호, 반영억 라파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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