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가톨릭 교리] (29) 사귐ㆍ섬김ㆍ나눔
주님 사랑 안에 형제적 친교ㆍ일치 이뤄야
- 교회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친교와 사랑 안에서 친교와 일치를 이루는 사귐ㆍ섬김ㆍ나눔의 공동체다. 그림은 '그리스도, 제자들의 발을 씻으심' (조반니 아고스티노 다 로디 작, 1500년).
삼위일체 하느님 공동체
삼위이신 하느님은 성부ㆍ성자ㆍ성령 상호 간 일치와 사랑, 친교와 나눔 안에서 일체(一體), 즉 하나가 된다. 성부ㆍ성자ㆍ성령의 삼위일체 하느님은 각자 주된 자신의 활동을 담당하면서 동시에 다른 위격의 활동에도 참여하는 '하나의 공동체'로 존재한다.
초대교회 공동체
초대교회 공동체는 날마다 성전에 모여 사도들 가르침을 듣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했고, 빵과 음식을 함께 먹으며 친교를 나눴다. 한마음 한뜻으로 모든 것을 공동 소유했고, 저마다 필요한 만큼 나눠 받아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서로 형제자매로 여기면서 사랑하는 가운데 하느님의 큰 은총을 누렸다. 또 교회는 세상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 부활을 증언하면서 하느님을 전했고, 사람들을 구원의 공동체인 교회로 초대했다.
'친교'의 교회 공동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부ㆍ성자ㆍ성령의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친교를 따라 친교로 이뤄진 교회 공동체를 지향하면서 이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찰한다. 첫째, 하느님과 인간의 친교를 강조한다. 인간은 하느님 자녀로서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며 하느님 행복에 참여하도록 부름받은 존재다. 따라서 그 소명에 충실할 때 비로소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할 수 있다.
둘째, 인간과 인간의 '형제적 친교'를 강조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성령을 주시어 당신 몸인 교회 안에서 모든 이가 여러 가지 은사에 따라 서로 봉사하는 새로운 형제적 친교를 이루게 하셨다. 인간의 형제적 대화는 인간 공동체 안에서 더 깊이 이뤄지며, 상호 존중을 요청한다고 강조한다.
셋째, 성체성사가 "형제적 친교의 만찬이며 천상 잔치를 미리 맛보는 선취"(「사목헌장」 38항)라고 말하면서 공의회는 '성사적 친교'를 강조한다.
넷째, 성령께서 교회를 친교와 봉사로 일치시켜 주신다고 말하면서 공의회는 교회 내 구성원 사이의 '사도적 친교'와 '교계적 친교'를 강조한다.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신앙고백과 성사, 교회 통치와 친교의 유대, 형제애로 결합된다고 말한다.
다섯째, 공의회는 교회와 비가톨릭 그리스도인 사이의 친교, 교회와 비그리스도인들과의 친교를 강조하면서 그들의 구원 가능성 또한 천명한다. 여섯째, 순례하는 교회와 천상 교회의 친교,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복된 사도들과 순교자들, 모든 성인과의 통공,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 등 공의회는 신비체 전체의 친교를 언급한다.
가정, 구역ㆍ반 소공동체, 본당 공동체
교회가 서로 친밀하게 사귀고 나누며 섬기려면 소규모 공동체들이 활성화돼야 한다. 따라서 교회는 가정 공동체, 구역ㆍ반 소공동체, 본당 공동체의 공동체성을 확립해 친교의 교회 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
△ 구역ㆍ반 소공동체
한국교회에서 이해하는 소공동체는 크게 '삶의 자리', '복음', '활동(실천)', '보편교회와의 일치'라는 네 가지 요소를 갖는다. 이들 네 가지 요소 중에서 하나라도 결핍되면 소공동체라고 하기 어렵다. 예컨대 '삶의 자리'라는 요소가 결핍되면 본당 단체와 다를 바 없고, '복음'이라는 요소가 결핍되면 비신앙인들의 지역 공동체와 마찬가지이며, '활동(실천)'이라는 요소가 결핍되면 기도 모임과 같고, '보편 교회와의 일치'라는 요소가 결핍되면 사이비 종교와 같기 때문이다.
- 삶의 자리 : 소공동체는 삶의 자리에서 이웃으로서 교우들이 모이는 것을 의미한다. 집이든, 직장이든, 학교든 교우들이 자리하는 삶의 현장에서 모임을 갖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신자라면 누구나 모임에 참가할 수 있고, 예비신자까지 함께할 수 있다면 더 좋다. 인원이 너무 많으면 대화 자체가 어렵기에 한자리에 모여 복음과 삶을 나누고 친교를 나누는 범위로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 복음 : 소공동체는 복음을 중심으로 생활하고 복음 나누기를 하기 때문에 '복음'을 둘째 요소로 한다.
- 활동(실천) : 복음 말씀을 읽고 삶을 나누며 친교를 도모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삶으로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선교, 병자방문, 어린이 교리교육, 예비신자 돌보기, 전입 신자나 냉담교우 방문하기, 연도와 장례 돕기, 주일 전례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역동적으로 할 필요성이 있다.
- 보편교회와의 일치 : 소공동체는 보편교회, 즉 다른 소공동체들과 본당 공동체, 교구 공동체, 세계교회 공동체와 친교와 일치를 나눠야 한다. 본당 사목자들도 소공동체가 보편교회, 소속 본당과 더 강한 유대를 맺도록 소공동체를 정기적으로 방문해야 한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공동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직자와 평신도를 구별하는 위계적이고 수직적 관점에 앞서 먼저 다 같은 하느님 백성으로 규정한다. 하느님께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일치와 사랑으로 함께하시는 하나의 공동체이듯, 교회도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로 이뤄지는 단일한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인 것이다.
따라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의 관계가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 형제ㆍ자매의 수평적 관계라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예수님께서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많은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쳐 몸값을 치르러 오셨다고 말씀하셨고,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하느님 뜻에 순종하심으로써 '하느님의 종'으로서 사명과 역할을 완수하셨기 때문이다.
[평화신문, 2012년 1월 8일, 제공=서울대교구 사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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