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가톨릭 교리] (30) 위대한 신앙의 증거자
가장 소중한 목숨마저 '기꺼이'
- 베드로는 예수님과 같은 모양으로 십자가에 못 박힐 자격이 없으므로 십자가를 거꾸로 세워 머리가 밑으로 향하게 해달라고 청한 후 순교했다. 그림은 '성 베드로의 십자가형'(카라바조 작, 1600년).
예수님의 가르침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신 제자들에게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며 당신을 따르는 것'을 요청하셨다. 그것은 결국 예수님께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구원하시려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듯 당신을 따르는 이들 역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다. 하느님께 대한 신앙과 사랑만으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목숨마저 내놓을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다.
사도들의 모범
베드로는 '반석'이라는 뜻을 가진 '케파(Kepa)'라는 이름에 걸맞게 열두 제자들의 으뜸으로 자리한다. 그는 갈릴래아에서 어부로 살아갈 때 동생 안드레아와 함께 예수님께 부르심을 받고, 즉시 예수님을 따랐다. 베드로는 로마에서 복음을 전하다 네로 황제의 박해 기간에 십자가에 매달려 순교했다. 자신은 예수님과 같은 모양으로 십자가에 못 박힐 자격이 없으므로 십자가를 거꾸로 세워 머리가 밑으로 향하게 해달라고 청한 후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안드레아도 예수님께 부르심을 받자마자 즉시 예수님을 따랐다. 전승에 따르면 안드레아는 그리스에서 X형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했다. 제베대오의 아들 대 야고보는 베드로와 안드레아, 동생 요한과 함께 예수님께 가장 먼저 부르심을 받고 예수님을 따랐으며, 열두 제자 가운데 가장 먼저 순교했다. 알패오의 아들 소 야고보는 방망이로 매를 맞아 순교했다.
필립보는 십자가에 매달려 순교했고, 바르톨로메오는 인도, 페르시아 등지에서 선교하다 아르메니아에서 붙잡혀 산 채로 살갗이 벗겨지고, 몽둥이에 맞아 순교했다. 세관에 앉아있다가 예수님께 부르심을 받은 세리 마태오도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토마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지 않는 불신을 보였지만 순교로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했다.
시몬은 예수님께 부르심을 받기 전 이스라엘 독립 운동을 주도한 열혈당원이었다. 전승에 따르면 십자가형으로 순교했다고도 하고, 톱으로 몸이 두 동강이 돼 순교했다고도 한다. 유다는 '타대오'라고도 불리며, 예수님을 배반한 유다 이스카리옷과 다른 인물이다. 전승에 따르면 유다는 시몬과 함께 복음을 전하다 페르시아에서 도끼에 잘려 순교했다.
바오로는 교회를 박해하다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체험한 다음 전도 여행을 하면서 세상 곳곳에 교회 공동체를 세운 초기 교회 공동체 중심 인물이다. 바오로는 복음을 전한다는 이유만으로 폭행을 당하고 감옥에 갇혔다. 전승에 따르면 바오로는 베드로와 마찬가지로 네로 황제 때 로마에서 참수형을 받아 순교했다.
최초의 순교자 스테파노의 모범
교회 최초의 순교자는 스테파노다. 스테파노는 사도들에 의해 일곱 봉사자(부제) 가운데 하나로 선발됐고, 큰 이적과 표징을 일으켰으며, 지혜와 성령으로 설교했다. 체포된 다음에도 최고 의회에서 설교하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유다인들을 질타했다. 결국 스테파노는 성 밖으로 끌려간 다음 사람들이 던지는 돌에 맞아 순교했다. 순교하는 순간에도 스테파노는 예수 그리스도께 자신을 맡기고 원수를 위해 기도하면서 죽음을 맞이했다.
순교자와 성인 공경
순교는 하느님 은총 안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하느님께 대한 신앙과 사랑의 가장 위대한 증거가 되며, 세 가지 조건을 전제로 한다. 먼저 참으로 죽음을 당해야 하고, 그 죽음이 신앙 때문이어야 하며, 외부 압력이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신앙과 사랑을 위해 스스로 기꺼이 죽어야 한다.
순교자 공경은 일반적으로 태어난 날이 아닌 순교한 날에, 순교자 무덤이 있는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하며 순교자의 증언과 행적을 기억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이후 '피흘림의 참순교'를 하지는 않았지만 신앙으로 인해 고문당하고 투옥된 이들에 대한 공경으로 나아갔고, 점차 공경 범위가 넓어져 모범적 신앙생활을 한 고행자, 수도자, 동정녀, 사제, 주교, 교황 등으로 확대됐다. 성인 공경은 관련 성지를 순례하고 그분 유해와 성상을 공경하며, 전기를 읽고, 해당 축일에 거행되는 전례 및 행사 중에 성인을 기억하고 증언하며 행적을 기념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교회는 순교자들이나 성인들을 공경하는 것을 공경지례(恭敬之禮)라고 말하고, 하느님을 공경하는 것을 흠숭지례(欽崇之禮)라고 말하면서 공경의 정도를 구분한다.
한국교회 순교자
한국교회 역사에서도 박해로 인해 수많은 순교자가 생겨났고, 그 가운데 김대건 안드레아와 정하상 바오로를 비롯한 103위 성인이 탄생했다. 1925년 7월 5일 교황 비오 11세는 로마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기해박해와 병오박해 순교자들 중 79명을 복자 반열에 올렸고, 1968년 10월 6일 바오로 6세는 병인박해 순교자들 중에서 24명을 복자 반열에 올렸다. 1984년 5월 6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103위 복자를 성인 반열에 올렸다. 현재 한국교회는 기해박해 이전 초기 순교자들과 병인박해 이후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다.
[평화신문, 2012년 1월 15일, 제공=서울대교구 사목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