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교리상식] 한국의 신흥종교 (3) 계보와 유형(비 그리스도교 계열)
우리나라 신흥종교의 계보와 유형을 분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편의상 비 그리스도교 계열과 그리스도교 계열로 양분하여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1. 동학계
한국 신흥종교의 효시는 동학이라고 할 수 있다. 동학(東學)은 가톨릭인 서학(西學)에 대응하기 위하여 발생한 종교다.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1824~1860)는 외래종교인 서학이 조정의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확산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1860년에 민족고유의 신앙인 천신사상(天神思想)을 기본으로 하여 유·불·선(儒彿仙)교리를 통합하여 동학을 창시하였다. 동학은 창교 직후부터 민중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당시 지배계급은 이 종교운동을 단순한 종교운동으로 보지 않고 민중의 저항운동으로 규정하여 창시자인 최제우를 사형에 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학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1894년의 갑오농민전쟁으로 연결되어 반봉건과 반외세운동으로 발전하였으며, 청일전쟁이 한반도에서 치러지는 결과를 가져 오기도 하였다.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이 노골화되면서 동학은 친일을 주장하는 시천교와 그에 반대하는 천도교로 양분되었지만, 시천교는 민중의 불신을 사게 되어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동학은 절대신인 한울님(天主)을 섬기는데, 이 한울님이 인간 안에도 내재한다는 이른바 ‘인내천(人乃天)’사상을 주장한다.
2. 증산계
증산교는 증산 강일순(1871~1909)의 호를 딴 명칭이다. 강일순도 처음에는 동학교도였다. 그의 교리가 동학교리와 흡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갑오농민전쟁에 참여하면서 그 전쟁에 참여하였던 동학교도들을 중심으로 전도활동을 하였다.
증산교의 중심교리는 천지공사(天地公事)이다. 천지공사란 천·지·인(天地人) 삼계(三界)를 주관하는 절대신인 강일순이 이 세상에 내려와서 모든 원한을 해소하고 후천선경(後天仙境)을 이룬다는 것이다. 증산교에서는 강일순을 상제님·천사님·한울님·천주님·하느님 등으로 부른다. 그의 사상에는 유불선의 통합인 동학과 민간신앙이 뒤섞여 있고, 흥미로운 점은 중국 선교사였던 예수회 신부 마테오 리치(《천주실의》의 저자)를 공경한다는 사실이다.
이 증산계통의 종파는 전국적으로 50여 개가 산재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비교적 근래에 창교되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종파는 ‘대순진리회(大巡眞理會)’와 증산도(甑山道)이다. 부산에 있는 태극도(太極道)와 보천교(普天敎), 용화사(龍華社), 미륵불교, 모악교 등도 증산계열의 신흥종교다. 증산도는 주로 대학가에서 동아리 중심으로 뿌리를 내렸고, 민족중심사상 덕분에 젊은이들로부터 한 때 많은 호응을 받기도 하였다.
3. 단군계
단군계 신흥종교는 국조(國祖) 단군을 신앙대상으로 하는 종교를 말한다. 단군신앙이 오늘날과 같은 교단조직으로 체계화된 것은 일본의 침략이 본격화되면서부터이고 항일독립운동을 활발히 전개하였다. 대표적 종파가 대종교(大倧敎)인데, 1909년에 나철(1864-1916)이 단군교로 시작했다가 이듬해 한일합방이 되자 대종교로 개명하였다.
현재 단군계 신흥종교의 종파는 대종교를 비롯하여 단법숭조회, 한얼교(정일교), 개천교 등 50여 개에 이르며, 신도 수는 2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4. 유교계
유교계 신흥종교의 발생은 조선왕조의 몰락과 관련된다. 유교적 이념에 의해 유지되어 오던 조선왕조가 외세의 침략에 의해 위기를 맞게 되자, 사회의 일각에서는 쇠퇴와 병폐현상이 보이는 유교를 수정·보완하여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려는 운동이 일어났다. 1907년에 공자를 신앙대상으로 하는 태극교(太極敎)가 생겨났고, 일제 강점기에 생겨난 공자교, 모성원, 대성원, 대성교회, 성도교, 조선유도회 등이 이런 운동의 결과였다. 하지만 유교에 대한 반발의식이 강했던 민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였고, 일제 당국의 탄압과 ‘유사종교 해산령’으로 인해 거의 소멸되고 말았다.
현재 남아 있는 유교계 신흥종교로는 일심교(一心敎)가 있다. 정식명칭은 시운기화유불선동서학합일대도대명다경대길유도갱정교화일심(時運氣和儒佛仙東西學合一大道大明多慶大吉儒道更定敎化一心)인데, 줄여서 갱정유도 혹은 일심교라고 부르고 있다. 1945년에 강대성(姜大成, 1890~1954)이 창시했고 위의 정식명칭에서 드러나듯이 교리는 유·불·선에 근거로 하여 동·서학을 합일하되 그를 다시 유도로 구세한다는 기본골격을 가지고 있다. 신자들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영선도인법을 행하고 두 발을 손질한다. 치성을 드릴 때에는 한복에 푸른 조끼를 입으며 성인은 갓과 망건을 쓰고 아이들은 머리를 기른다. 지리산 청학동 마을을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5. 불교계
한국 불교는 70여 개 이상의 종파로 나누어져 있고 조계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신흥종파라고 할 수 있다. 불교계 신흥종파 중에는 박대륜을 종정으로 하는 태고종(1970년)이 가장 크고 천태종(1945년 박상월) 진각종(1947년 손규상) 등이 있다.
불교계 신흥종교 가운데 독특하고도 활발하게 성장하는 종파를 들자면 1916년에 창교한 원불교다. 원불교는 창시자인 박중빈(1891~1943)이 깨달은 바가 석가모니의 깨달음과 같다고 하여 불교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기존 불교 종단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독창적인 종파다. 원불교의 신앙대상과 수행의 표본은 ‘○’으로 상징하는 일원상(一圓相)이다. 원불교에서는 시주나 동냥, 불공을 폐지하고 각자가 자기 직업에 종사하면서 교화사업을 전개한다. 원불교는 원광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교육기관과 양로원, 고아원, 병원 등의 사회복지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꾸준히 교세를 넓혀가고 있다.
[월간빛, 2012년 2월호, 하창호 가브리엘 신부(매호성당 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