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회법 해설 (4)
이번 달부터는 혼인법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서 교회에서 가르치는 혼인의 목적과 가치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사례1 : 세례를 받지 않은 비신자끼리 민법에 따라 혼인하여 살다가 2년 만에 이혼을 한 자매가 있었다. 이 자매는 이혼 후 혼자서 살다 주변의 권고도 있었고 혼자 살아갈 용기가 나지 않아 사별한 비신자 형제와 재혼하였다. 이런 상태에서 그 자매는 성당에 다니는 친구의 권유로 성당에 나와 예비자교리를 받게 되었는데, 세례를 앞두고 수녀님과 면담 중에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들었다. 세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결방법 : 교리 담당자들은 이런 경우를 생각해서 예비신자가 등록되면 기본증명서와 혼인관계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미리 제출하도록 하여 혼인에 문제가 생기면 교리를 받는 기간 중에 해결책을 찾아 세례를 받는 것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사례1의 경우 재혼한 자매는 바오로특전을 적용받아 아무런 문제없이 세례를 받고 바로 미신자 장애에 관한 관면을 통해 현 남편과 관면혼인을 받으면 신앙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현 남편이 ‘당신이 성당에 나가는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내가 성당에 나가서 혼인할 수는 없다’고 완강히 버티며 교회에서 관면혼배 받기를 거부한다면 재혼한 위의 자매는 세례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비신자끼리의 혼인이라고 하더라도 교회는 민법상 합법적이고 유효한 혼인을 맺었다면 그대로 인정합니다. 그들이 비록 아직까지는 교회법의 지배를 받고 있지는 않지만 하느님께서 한 남자와 한 여자를 짝으로 맺어주셨다고 교회는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교회에 들어오려면 이제부터 교회법의 지배를 받아야 합니다. 즉 세례를 받으려면 일부일처를 인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례1의 자매의 경우 첫 번째 혼인만을 교회는 인정합니다. 교회에는 이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교회법의 눈으로 보자면 이 자매는 이혼하고 재혼했다고 하지만 두 명의 남자와 결혼을 한 셈인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사도 바오로께서 주셨습니다. 1코린 7,15의 말씀에 따라 결혼 후에 한 쪽만 세례를 받은 경우 세례 받지 않은 배우자가 신앙을 인정하지 못하고 화목하게 살기를 거부하여 떠나간다면 세례 받은 신자는 재혼할 수 있다고 교회는 인정합니다. 그래서 이 경우를 ‘바오로특전을 적용 받는다’라고 말합니다. 물론 바로오특전을 받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은 있습니다. 첫 번째, 비신자 남녀간의 혼인이 국법상 유효한 혼인이어야 합니다. 두 번째, 결혼 후 한 쪽만 세례를 받았어야 합니다. 둘 다 세례를 받고 헤어진 경우는 혼인무효소송을 통해서만 새로운 혼인을 맺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세례 받지 않은 쪽에서 민법상 이혼하고 실제로 떠났어야 합니다. 위의 조건이 채워진 경우라면 자매님의 경우에 현 남편만 동의한다면 본당신부님께서 바오로특전을 통해 세례를 줄 수 있고 바로 이어서 관면혼배를 받아 신앙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 남편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 자매의 세례는 보류될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세례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 후의 성사생활은 금지됩니다.
이 경우 사목자는 이 자매가 현 남편과의 사이에 자녀도 있고 오랜 세월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헤어질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면 이 자매의 신앙생활을 위해 교구 직권자(대부분의 교구에서 교구장 주교는 사법대리에게 이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에게 이들 부부의 혼인에 대한 근본 유효화를 신청하여야 합니다.
교구 직권자(혼인법과 관련되어서는 사법대리 혹은 법원장)는 이들의 신청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근본 유효화라는 은전을 통해 이 자매가 관면혼 없이 즉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할 수 있습니다.
혼인법은 복잡할 것 같아 보이지만 어느 경우에든 길이 있습니다. 이혼하고 재혼하신 교우님들께서는 용기를 가지시고 법원의 문을 두드리십시오.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2011년 4월 17일 주님 수난 성지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김진화 마태오 신부(봉동 성당 주임겸 교구법원장)]
함께하는 교회법 해설 (5)
사례2 : 비신자였던 마리아씨는 처녀시절 연애결혼을 했는데, 남편될 사람도 비신자였었고 이혼경력이 있어서 집안의 반대와 어려움이 많았었다. 그래도 마리아씨는 사랑이 모든 것을 극복하리라 믿고 예식장에서 결혼하였다. 결혼 당시 비신자였던 마리아씨는 결혼 후에 아이를 낳고 10년을 살다가 성당에서 교리를 받고 세례를 받았다. 그 후 마리아씨는 현 남편이 결혼할 당시 법적으로 이혼한 상태여서 민법상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본인은 초혼이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줄 알고 남편에게도 신앙을 권유하였다. 남편도 흔쾌히 동의하여 세례를 준비하고 있던 중 교리시간에 혼인법을 설명하는데 듣다보니 자신에게 뭔가 문제점이 있음을 발견하고 교구법원에 전화를 했더니 자신의 세례가 불법적이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이런 경우에 남편은 세례를 받을 수 없는 것인가? 그리고 이미 세례받은 자신의 세례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해결 방법 : 위의 사례는 얼마든지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사례 중 하나이다. 우리는 흔히 민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교회법에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민법과 교회법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즉 민법에서는 누구라도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또 재혼하고 해도 이전 혼인에 대한 이혼확정판결만 받으면 아무런 문제없이 새로운 혼인을 맺을 수 있다. 그러나 교회법에서는 두 사람이 모두 비신자였어도 초혼만을 인정한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혼인만을 인정하는 일부일처제를 우리에게 주셨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법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교회법적으로는 재혼, 삼혼을 인정하지 않기에 첫 번째 혼인만을 인정하고 있다. 교회법의 눈으로는 그들이 첫 번째 혼인생활 중에 별거를 하고 있으며 별거 중에 여러 사람과 불법적 동거를 하는 것으로 바라본다. 물론 이들이 교회에 오기 전에는 교회도 아무런 조처를 취할 수 없다. 다만 이들이 교회에 들어오려면 교회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채워야 세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마리아씨의 경우는 사목자의 부주의로 세례를 받은 경우이다. 왜냐하면 마리아씨는 초혼이지만, 남편의 경우는 민법상 재혼이기에 교회법의 눈으로 보면 문제가 있다. 둘 다 비신자이지만 남편의 초혼이 유효하기에 남편은 교회법적으로 두 여자와 살고 있는 셈이 되어 일부이처의 삶을 사는 것이다. 따라서 마리아씨가 세례받기 전에 남편의 이전 혼인에 대한 유대(vinculum, 끈)를 풀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먼저 남편이 세례를 받고 바오로특전을 적용받아 이전의 혼인을 풀고 마리아씨도 바로 세례를 받던지 아니면 두 사람이 관면혼배를 한 다음 마리아씨가 세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사목자가 세례를 주었으니 불법인 것이다. 이제 마리아씨의 문제의 해결책을 차례대로 찾아보자. 현 남편의 첫 부인이 현재 세례를 받지 않은 미신자 상태라면 남편은 세례를 받음과 동시에 본당신부에게서 바오로특전을 적용받아 현재의 혼인(마리아씨와의)을 유효화시켜야 한다. 만일 첫 부인이 이혼 후 재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례를 받았다면 현 남편은 교회법원에 첫 부인과의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무효소송을 받으면 현 남편은 아무런 문제없이 세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 남편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마리아씨가 세례를 받았지만 성사생활은 금지될 수밖에 없다. 남편의 문제가 바오로특전에 의해서이건 소송에 의해서이건 해결된 후에야 마리아씨는 정상적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 [2011년 5월 29일 부활 제6주일(청소년주일, 생명의 날) 전주주보 숲정이 3면, 김진화 마태오 신부(봉동 성당 주임겸 교구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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