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법아 놀자] 관면혼인 없이 살다 이혼 후 재혼할 경우
궁금해요 : 신부님, 저는 초등학생 때 세례를 받았습니다. 초중고 학생 때는 열심히 학생회활동도 하고 성당에 다녔습니다. 대학을 진학하면서부터 냉담이 시작되었습니다. 졸업 후에 직장을 구하고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물론 제가 냉담 중이었기에, 성당에서 관면혼인을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저의 결혼생활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있다가 이혼을 하고 지내던 중, 저의 마음에 드는 새로운 짝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결혼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저의 배우자가 될 사람은 열심한 가톨릭 신자입니다. 저희가 성당에서 결혼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궁금합니다. 자꾸만 저의 첫 번째 혼인이 마음에 걸립니다. 해결방법을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대답입니다 : 형제님의 첫 번째 혼인은 교회에서 볼 때는 무효한 혼인입니다. 비록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하고 혼인신고를 하였더라도 교회에서 볼 때는 무효한 혼인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냉담 중이라 하더라도 형제님이 성당에서 세례를 받으셨기 때문에 신자라면 교회의 혼인법을 따를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냉담한 교우라고해서 예외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교회법대로라면, 형제님은 미신자와의 혼인하는 것에 대한 관면을 받고 성당에서 혼인예식을 올렸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상황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군요. 그리고 지금은 신자인 자매님과 새로운 혼인을 계획하고 계시는군요. 방법이 있습니다. 교회법원까지 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형제님의 첫 번째 혼인이 무효라는 선언을 본당신부님이 하실 수가 있습니다. 형제님이 세례받은 신자인데, 성당에서 관면혼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는 선언을 본당신부님이 서류로 해 주실 것입니다. 교회법적인 용어로 표현한다면, 형제님의 첫 번째 혼인은 ‘교회법적 형식의 결여’로 인한 무효한 혼인입니다. 무효선언을 받으신 다음에 지금 사귀는 자매님과 성당에서 혼인을 맺으시면 됩니다. 지금 가장 먼저 하실 일은 본당신부님을 찾아뵙고 사정을 말씀드리는 일이겠지요. 새로운 가정 안에 주님 축복 가득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가톨릭신문, 2012년 4월 15일, 신동철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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