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신경 해설 51]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성찬의 공동체’, ‘친교의 공동체’이다. 신앙인은 그리스도의 성체를 같이 나누어 먹는 성찬 식탁에서 그리스도와 결합되고 또 그들 상호간에도 결속된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지체들 간에 혈액순환처럼 교류가 있다. 한 지체가 좋은 일이든 좋지 못한 일이든 겪으면 모든 지체가 일치로 인해 다함께 겪는다.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는다.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한다.”(1코린 12,26)
‘성인들의 통공’이란 ‘성인들’이 ‘상호 친교’를 이루어 가진 바를 ‘함께 나눈다(通共, communion)’는 말이다. ‘성인들’은 거룩한 교회의 구성원을 가리키는데 이들은 비록 죄인들이지만 거룩해진 자 ‘성도’로 서로 일치되어 있으므로 가진 모든 것을 나눈다. 교회는 거룩한 선물들을 나누는 사귐의 공동체이다. 이 친교는 미사 중 ‘영성체(communion)’로써 확실하게 실현된다. 실제로 말씀과 성체와 은총으로써 교회의 모든 이들은 결합된다.
이 신앙고백은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로 ‘거룩한 것들’ 곧 신앙, 성사, 특히 성찬례와 은사 및 다른 영적 선물들을 공유함을 가리킨다.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사도 4,32).” 통공은 “자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1코린 13,5)” 사랑을 촉구하며 또 무엇보다도 못가진 자들을 위한 봉사에 자신의 재산을 활용하도록 자극한다. 초기 교회의 신자들은 통공의 모범을 보였다.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사도 2,42).” 신도들은 신앙과 성사들 그리고 은사와 사랑 안에서 일치되어 있으며, 서로 공유하고 교류한다.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선물들을 베푸시는데 그 선물을 받은 신도들은 두루 나누어 가진다.
둘째로 통공은 ‘거룩한 사람들’ 사이의 친교, 곧 죽고 부활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된 모든 이(‘성인’)가 그리스도의 은총에 힘입어 이루는 친교도 가리킨다. ‘성인’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위하여 각자가 행하는 선과 각자가 겪는 고통은 모든 이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그 같은 친교를 누린다.
교회 전체는 거대한 친교 공동체로서 보이는 형태와 보이지 않는 형태 곧 세 가지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형태는 지상에서 거룩하게 살다가 그리스도 안에서 선종하여 하늘나라에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천상(승리, 영광)의 교회’다. 둘째 형태는 지상에서 의롭게 살았으나 죽은 후에도 여전히 씻겨져야 할 흠이나 티를 지니고 있어서 정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연옥(정화, 단련) 교회’이다. 셋째 형태는 아직도 지상에 남아있어 악과 투쟁하면서 하늘나라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지상(순례, 투쟁) 교회’이다. 세 형태의 교회들은 그리스도의 몸으로 하나로 굳게 결합되어 있기에 죽음을 넘어서까지 서로 교류하고 모든 것을 공유한다. 통공은 지상에서 순례하는 성도들, 현세 삶을 떠나 정화를 거치고 있는 성도들, 이미 하느님의 영광을 누리고 있는 성인들이 나누는 친교를 말한다.
하늘나라에 있든 연옥에 있든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모든 이들과 지상의 순례자들은 하나로 일치되어 있다. 천상의 성인들은 지상의 순례객들을 도와주므로 우리는 그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데 이를 ‘전구’라 한다. ‘간구’를 하느님께 ‘전해주는’ 일종의 청탁기도이다. 정화의 단련 중에 있는 성도들은 지상의 성도들에게서 도움 받을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 기도와 희생, 미사성제와 선행을 바칠 수 있다. 거룩한 교회에 속한 모든 이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성도이고 교우로서 다 함께 그분 안에서 삼위일체 하느님의 찬미와 영광을 드리는 하나의 큰 가족, 곧 친교의 공동체를 이룬다.
[2009년 5월 17일 부활 제6주일 가톨릭마산 8면, 최영철 알폰소 신부(거창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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