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65) 종교계 사회적 기업 현황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 전하는 ‘교회 발자취’
지난 1997년 발생한 IMF 외환위기는 교회 안팎으로 적잖은 시련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아울러 사회적 약자나 가난한 이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투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 속에 희망을 잃어가고 있을 때, 가톨릭교회를 비롯한 종교계는 사회적 약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가는 길을 안내함으로써 인간의 외적 안정적 삶과 정신적, 영성적 선익을 도모하는 종교 본연의 몫을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 펼쳤던 것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이 시기에 시대적 상황에 대한 통찰을 통해 사회적 기업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교회는 이미 다른 종단에 비해 오랜 체험과 역사를 지닌 빈민사목이나 노동사목 등 사회 안에서의 다양한 사목적 활동을 통해 오늘날 사회적 기업의 단초가 되는 튼실한 토대와 기반을 다져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불교 등 다른 종단들보다 앞서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교회 차원에서 다양한 모색과 행동에 나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가톨릭교회를 비롯한 뜻있는 이들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 자선과 기부 등 나눔 문화가 우리 사회에 널리 확산되고 뿌리내릴 수 있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나아가 서구 선진교회의 경험과 역사를 바탕으로 사회적 기업이라는 새로운 씨앗을 들여올 수 있었던 것은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읽어낸 통찰의 결과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제도 미비, 이해 부족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그간 기울여온 노력에 비해 사회적 기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구사회의 경험을 통해 보았듯이 사회적 기업은 복음화의 중요한 방편이기도 하기 때문에 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이웃종교의 사회적 기업
그런 면에서 사회적 기업을 둘러싼 이웃종교들의 활동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지난 2010년 5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열매나눔재단)와 기독교경영연구원이 주최해 열린 ‘기독교 사회적 기업가 아카데미’는 가톨릭교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이 행사에서 개신교 목회자들은 사회적 기업의 신학적 선교적 의미를 성찰하고 지적하면서,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업을 활용할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이를 위한 교육과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개신교계는 이어 2010년 12월 정부와 공동으로 한국교회 100주년기념관에서 기독교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를 열어, 개신교회가 운영하는 복지사업들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나아가 사회적 기업이 한국 개신교가 추진해야 할 하나의 소명이 된다는 공감대를 이뤄냅니다. 이러한 인식의 바탕에는 개신교계가 ‘선성장 후복지’로 지나치게 양적 성장을 강조하고, 사회적 책임에 무관심하여 사회적 신뢰를 잃어버림으로써 개신교의 교세가 감소하게 됐다는 냉철한 비판과 평가가 깔려 있습니다. 이 같은 이론적 작업을 바탕으로 2011년 4월에는 개신교계 초교파 단체인 ‘기독교 사회적 기업 지원센터’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 사회적 기업을 발족시키고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개신교는 사회적 기업의 의미를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국한하지 않고 신학적·신앙적으로 접근하면서 선교의 새로운 돌파구로 여기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도 발 빠르게 사회의 징표를 읽고 사회를 향한 경제적 정의를 정립하기 위한 의식 전환과 교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진력해야 할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12년 10월 28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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