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67) 개신교 사회적 기업의 배울점
지역민과 서로 협력하는 ‘소통의 장’
사회적 기업의 신학적 선교적 의미를 인식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개신교회는 다른 종단에 비해 다양한 모습의 사회적 기업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습니다.
개신교 안에서 다양한 양상의 사회적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연구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와 실천을 밑거름으로 개별 교회들이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직접 찾아가 컨설팅을 해주고 있으며, 게다가 ‘1교회 1사회적 기업’ 참여운동을 벌이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개신교회의 모습은 가톨릭교회에도 적잖은 자극이 되고 있습니다.
개신교계 사회적 기업의 첫 번째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사회공익형 교육기업인 ‘파워스터디’입니다. 이 기업은 사교육비 거품을 제거하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교회가 지방자치단체 등과 연합해 새로운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일부 상위 학생들만이 누리는 혜택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꿈을 키우고 결실을 거둘 수 있는 교육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개신교회와 교육기관이 교육 공간을 제공하고 ‘파워스터디’가 교육기자재 구입 및 장치, 교육운영, 광고홍보 등을 통해 실질적 도움을 주어 공익형 교육 사업을 실시함으로써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개신교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 가운데 또 하나가 무하마드 유누스에 의해 설립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뱅크를 모델로 한 소액창업 자금 대출사업을 하는 ‘밑천나눔뱅크’입니다. IMF 사태의 여파가 가시기 전인 2003년 지역교회인 숭의교회가 서울역 앞 쪽방촌 주민을 돕기 위한 밑천나눔공동체 운동의 일환으로 설립한 밑천나눔뱅크는 쪽방촌 안에 자활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창업자금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자활프로그램과 연계해 직업훈련을 병행함으로써 안정적인 사업을 지속하도록 도와 양극화 해소에도 일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사회 안에 거점을 두고 있는 교회를 기반으로 동네 카페 형태의 작은 규모로 출발하여 전국적으로 세를 넓혀가고 있는 사회적 기업인 공정무역 카페 ‘커피밀’은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함께 선교의 거점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좋은 사례입니다. 이러한 개신교회의 활약상은 다른 이웃종교에 자연스럽게 전해지면서 종교시설 내에 누구나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카페 등 쉼터를 마련해 지역사회를 위해 개방하는 모습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개신교 안에서 사회적 기업이 새로운 선교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지난해 12월에는 교계에서 처음으로 사회적 기업들의 상품 판로를 열어주기 위한 기독교사회적기업 박람회가 열릴 정도로 교회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람회에는 개신교계 사회적 기업 15개 업체의 상품이 전시되고, 교회와 사회적 기업을 이어주는 업무 협약식도 진행돼 큰 찬사를 받은 바 있습니다.
이처럼 교회와 지역공동체, 그리고 정부가 서로 협력해 상호 소통의 장 역할까지 하는 사회적 기업의 확산은 계속 되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이 땅에 하느님 나라의 진리를 전하시고 그 나라를 세우기 위해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전 생애를 걸고 따르는 사람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12년 11월 11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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