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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앙과 경제69: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기업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24 조회수2,072 추천수0
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69)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기업

“지역과 사회에 주님의 깊은 뜻 전합니다”


우리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의 이념과 정신은 성경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공동체적 삶과 경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혈연이나 지연에 따른 공동체 의식이 유난히 끈끈한 동양권에서 매우 유용한 사목적 접근 방식이 될 수 있으리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인간 삶의 토대를 이루는 경제문제에 대해 그리스도적인 접근을 강조하고 교육하는 것은 배금주의와 물질주의, 개인주의 등에 물들어 그리스도적인 가치와 멀어지고 있는 오늘의 시대에 성경적 물질관과 경제관을 심어줌으로써 참신한 가치관의 변혁을 가져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성경에 뿌리를 둔 경제원리를 내포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은 단순히 경제적 이득을 나누고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문제 해결의 판도를 바꾸는 쇄신의 역할까지 맡는 십자가를 짊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사회적 기업이 일궈가는 사회적 경제의 모습은 인간의 끝 간 데 없는 경쟁 속에서 잃어가고 있는 그리스도적인 경제의 척도와 원리를 회복함으로써 사회를 성화시켜 나가는 복음화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회적 기업에 담긴 하느님의 뜻을 잘 읽어내 지역과 사회에서 펼치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역사에 부응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회의 도전

오늘날 가톨릭교회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회적 기업(경제)은 오랜 수도원 전통을 밑거름으로 한 협동조합의 정신과 철학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수도자들의 삶에서 비롯된, 종교적 사랑에 근거한 나눔과 연대 정신에 기초한 경제 공동체의 모습을 지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신에 뿌리를 둔 한국교회 내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위캔(wecan)센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샬트로 성바오로 수녀회가 지난 2001년 중증장애인 재활시설로 설립한 위캔센터는 장애인 유형 중 취업이 가장 어려운 지적 장애인에게 경제적 자립과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습니다.

위캔센터에서는 지적장애인 40여 명이 반죽, 성형, 포장팀으로 나뉘어 우리밀 과자를 생산하면서 진정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치료공동체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1년 11월 광주대교구 직업재활시설로 설립돼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엠마우스 산업도 좋은 본보기입니다. 천노엘 신부(성 골롬반 외방선교회)가 이끄는 사회복지법인 무지개 공동회 소속으로, 지적ㆍ자폐성 장애인들이 일하는 직업재활시설인 엠마우스 산업에서는 40여 명의 지적ㆍ자폐성 장애인들이 가톨릭 전례양초와 화장지 등을 생산해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교회라는 울타리를 기반으로 지평을 넓혀나가고 있는 사회적 기업들은 대체로 위캔센터처럼 우리 사회는 물론 교회 안에서도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는 장애인 등 소외된 이들을 위한 복지적 측면에서 접근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근래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사회적 기업 유형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랜 역사와 연륜을 지닌 교회 내 사회적 기업들의 경우 많은 수가 소외된 이들의 일자리 문제에 많은 시간과 자산을 투여하고 있는 ‘일자리 제공형’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에서 새로운 사랑의 열매를 맺으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꿔나가고 있는 사회적 기업은 하느님 사랑의 오묘한 진리를 엿보게 해줍니다.

[가톨릭신문, 2012년 11월 25일,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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