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에 따른 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합시다] (2) 대림 제2주일 - 회개
온 마음으로 하느님께 돌아오는 삶의 방향 전환
- 회개는 단순히 잘못을 뉘우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의 방향 전환이다. 사진은 요한 세례자가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했다는 요르단 강.
"요한은…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였다"(루카 3,3)
대림 제2주일의 주제는 회개입니다. 오시는 주님을 잘 맞이하려면 회개가 필요합니다. 회개는 죄를 뉘우치고 잘못을 바로잡는 것입니다.
◇ 살펴봅시다
㉠ 죄 : "죄는 어떤 비뚤어진 애착 때문에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참다운 사랑을 저버리는 것"으로 "이성과 진리와 올바른 양심을 거스르는 잘못"(1849항)을 말합니다. 이성과 진리와 올바른 양심을 지킨다는 것은 곧 하느님의 법을 지킨다는 것이지요. 성 아우구스티노는 하느님의 법에 어긋나는 말이나 행위나 욕망을 죄라고 규정합니다. 잘못된 행동만이 아니라 잘못된 말과 의향까지도 죄가 된다는 것입니다.
교회는 "죄는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거슬러 맞서며, 우리 마음을 하느님에게서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한다"(1850항)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죄를 지으면 하느님을 외면하게 되고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죄는 또 인간 본성에 상처를 입힙니다. 죄를 지으면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죄는 나아가 인간 연대성을 해칩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멀어지게 합니다.
㉡ 회개 : 이렇게 죄로 인해 멀어진 하느님과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바로잡는 것이 바로 회개입니다. 회개(悔改)는 말 그대로 뉘우치고 고친다 또는 바로잡는다는 뜻입니다. 회개는 "죄에 대한 자각을 요구"(1848항)합니다. 잘못을 인정해야만 그 잘못을 뉘우치고 고칠 수 있는 것입니다.
나아가 참다운 회개는 내적 참회를 요구합니다. "내적 참회는 삶 전체의 근본적 방향 전환이며, 온 마음으로 하느님께 돌아오고 회개하는 것이며, 우리가 지은 악행을 혐오하고 악에서 돌아서서 죄를 짓지 않는 것이다. 동시에…하느님 자비에 대한 희망을 갖고 하느님 은총의 도움을 믿으며 생활을 바꾸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1431항).
㉢ 다양한 참회 형태 : 그리스도인의 내적 참회는 다양한 형태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참회 형태로 단식과 기도와 자선이 있습니다. 이 셋은 각각 자신에 대한 회개, 하느님께 대한 회개, 다른 사람들에게 대한 회개를 나타낸다고 합니다(1434항).
일상 생활에서 회개는 △ 상대방과 화해하기 △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 갖기 △ 정의를 실천하고 다른 사람의 권리를 옹호하기 △ 형제들에게 잘못을 고백하기 △ 형제적인 충고 △ 생활의 반성 △ 양심성찰 △ 영적 지도 받기 △ 고통을 받아들이기 △ 정의를 위해 박해를 견디기 등을 통해 실현됩니다(1435항).
일상 생활에서 회개와 참회의 원천은 성체성사입니다. 우리를 하느님과 화해시키신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가 성체성사 안에 현존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성체로 양육되고 굳세어진다. 성체는 날마다 짓는 죄로부터 우리를 구해 주고 죽을 죄에서 보호해주는 해독제이다"(1436항).
용서의 성사, 화해의 성사라고 부르는 고해성사 또한 회개와 참회를 표현하고 실현하는 성사입니다. 신자들은 고해성사를 통해 죄를 용서받고 교회와 화해를 이룹니다(1436, 1440~1444항).
이 밖에 "성경 읽기, 시간전례(성무일도)와 주님의 기도, 모든 참된 예배와 신심 행위는 우리 마음에 회개와 참회의 정신을 되살려주고, 죄의 용서를 받는 데 도움이 된다"(1437항)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 알아봅시다
원죄(396~406, 415~418항)
인간은 선을 행하고 악을 피하고 싶어하지만 그런 원의와는 달리 인간 안에는 악으로 기우는 경향이 마치 본성처럼 존재하고 있습니다. 악으로 기우는 이 경향을 '탐욕'이라고 부르는데, 교회는 인간 안에 본성처럼 존재하는 악으로 기울어지는 이 경향의 원인을 원죄 교리로 설명합니다.
창조주 하느님께서는 인류의 첫 조상 아담과 하와를 당신 모습대로 거룩하고 의롭게 창조하셨습니다. 하지만 첫 인간 아담은 악의 유혹에 넘어가 자신의 자유를 남용해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 하느님께 반항하고 불순종하는 죄를 지었습니다. 이를 통해 아담은 원초적 거룩함과 의로움을 잃어버렸을 뿐 아니라 후손들에게까지 원래의 거룩함과 의로움을 상실한 손상된 인간 본성을 전해줬습니다.
이렇게 아담이 지었지만 그 영향이 본성처럼 후손에 대대로 미치는 이 죄를 원죄라고 부릅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원죄를 안고 태어납니다. 그래서 원죄는 각자가 '범한' 죄가 아니라 '짊어진' 죄이며 죄를 짓는 행위가 아니라 죄 중에 있는 상태입니다. (404항)
원죄로 인해 인간이 원래의 거룩함과 의로움을 잃어버렸지만 그렇다고 인간 본성이 온전히 타락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인간 본성이 그 본연의 힘에 손상을 입고 무지와 고통과 죽음의 세력에 휘둘리며 죄에 기우는 것"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죄에 기우는 이 경향을 '탐욕'이라고 부릅니다.
교회는 세례를 통해 원죄가 사해진다고 가르칩니다. "세례는 그리스도 은총의 생명을 줌으로써 원죄를 없애고 인간을 하느님께 돌아서게 한다"(405항). "사람들은 복음을 믿고 세례를 받음으로써…모든 죄를 용서받고 새 생명의 선물을 받게 된다"(1427항).
하지만 사욕(邪慾) 혹은 탐욕이라고 부르는 악에 기울어지는 경향은 세례를 받은 인간 안에서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들도 자신 안에 남아 있는 이 사욕에 맞서 부단히 영적인 싸움을 해야 합니다.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들도 끊임없이 회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1426항).
◇ 새겨둡시다
㉠ 회개는 하느님 은총(1432~3,1989항)
- 회개는 인간의 행위이지만 또한 하느님 은총으로 이루어집니다. 인간의 마음은 무디고 완고해서 하느님께서 새 마음을 주셔야만 인간은 회개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새롭게 시작할 힘을 주십니다. 우리 마음은 하느님 사랑의 위대하심을 알게 됨으로써 죄의 두려움과 무게 때문에 떨게 되고 죄를 지어 하느님을 모욕하고 그분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 회개는 성령의 은총이 작용하여 내는 첫 결실입니다. 성령께서는 인간의 마음에 참회와 회개의 은총을 주시는 위로자이십니다.
◇ 생각해봅시다
- 나는 악에 기우는 경향에 나 자신을 맡기고 있는가 아니면 하느님께 돌아서는 회개의 싸움을 하고 있는가?
- 나는 회개의 싸움을 하면서 하느님 은총을 구하는가 아니면 나 자신의 의지를 자신하는가?
- 대림시기를 지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회개의 참회 행위는 무엇일까?
[평화신문, 2012년 12월 9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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