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1)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2012년 10월 11일부터 2013년 11월 24일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 1년간을 신앙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신앙의 해를 구체적으로 지내는 방법에 대해서 교황님께서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모든 신자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마음에 새길 것을 권고하십니다. 신앙의 해의 핵심은 교리교육입니다.
1992년에 출간된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가톨릭 교회의 믿음을 총정리해 놓은 역작입니다. 만일 누군가로부터 “가톨릭 교회가 무엇을 믿습니까”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보여주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신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닙니다. 교리 내용을 정확히 표현하려다 보니까 일반 신자들에게는 낯설은 전문적인 용어들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분량도 부담스러울만큼 많습니다. 그러므로 신앙의 해 기간 동안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가장 핵심되는 내용들만 골라서 쉽게 설명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하기 위해 알아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으셨을 때,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고 대답하셨습니다(마르 12,28-34). 이것이 우리 믿음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많은 신자들이 믿음에 자신 없어 합니다. “하느님을 잘 사랑하지 못하고, 이웃에 대해서도 사랑을 베풀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에 앞서서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하느님을 알아야 합니다!
새로 이사 온 신자가 반모임에 나왔습니다. 처음에 우리는 그 신자를 환영해 줍니다. 그런데 그 신자의 말투나 행동거지가 눈에 거슬린다면 즉시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겉으로는 예의바르게 대해 주지만, 속으로는 “뭐 저런 사람이 있나” 하며 거리를 두게 됩니다. 그런데 반모임을 몇 차례 하다가 그 사람의 사정과 속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이 전혀 달라지고,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고, 더 나아가 사랑하는 마음도 생깁니다. 이처럼 우리는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랑으로 우리를 창조하셨고, 우리의 죄에도 불구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구원하시어, 구원에로 인도하십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마음이며, 하느님의 계획입니다. 우리가 이런 하느님의 마음을 깊이 알게 되면, 감동이 일어나고, 감사한 마음이 생깁니다. 자연스럽게 하느님을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게 됩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깊은 마음을 알지 못하고, 형식적으로만 신앙생활을 한다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부담스런 윤리 계명이 될 뿐이고, 우리의 신앙생활은 활력을 잃고 말 것입니다.
오랜 세월 함께 생활한 부부들은 서로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이상 상대를 알려 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큰 문제입니다. 사람은 참으로 신비한 존재입니다. 몇 가지 정보만으로 그 사람을 다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계속 알아 나가야 합니다. 서로에 대해 알기를 멈출 때, 사랑도 식어 버립니다.
신앙 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모두 예비신자 교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세례 후에도 여러 가지 신앙 교육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아는 일은 멈추어서는 안됩니다. 교리교육은 예비신자들만 받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신자들이 평생을 살아가며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아버지, … 영원한 생명은 곧 참되시고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 아버지를 알고 또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요한 17,3).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다 구원을 받게 되고 진리를 알게 되기를 바라십니다”(1디모 2,4).
가톨릭 교회 교리의 4부분
“이 교리서는 교리서의 위대한 전통을 따라서 세례 때의 신앙 고백(신경), 신앙의 성사들, 신앙 생활(계명)과 신앙인의 기도(주님의 기도), 이 네 편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3항)
1편 신앙 고백 : “우리가 무엇을 믿는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우리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믿습니다. 이 내용은 ‘사도신경’에 핵심적으로 요약되어 있습니다.
2편 신앙의 성사들 :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사랑은 ‘일곱 가지 성사’들을 통해서 오늘날 우리들 안에 살아 움직입니다. 그 사랑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일곱 가지 성사의 깊은 의미를 이해해야 합니다.
3편 신앙 생활 :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변입니다. 신자들은 성령의 사랑 안에서 성부의 자녀로서 누리는 그들의 품위에 어울리는 일들을 수행하도록 주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십계명’입니다.
4편 그리스도인의 기도 : 기도하는 이의 완전한 모범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그리스도인 역시 기도 가운데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도록 초대받고 있으며, 이 대화의 가장 뛰어난 표현은 예수님께서 친히 우리에게 가르치신 ‘주님의 기도’입니다.
[2012년 10월 21일 연중 제29주일(전교 주일) 의정부주보 4-6면, 강신모 신부(선교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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