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7)
9. 성경과 성전
1) 가톨릭과 개신교의 차이점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성모님께서 동정으로 잉태하셨다는 것과 예수님을 출산하신 후에도 평생 동정으로 사셨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개신교에서는 “성경에 마리아가 동정 잉태를 했다는 구절은 나오지만, 예수님을 낳고도 평생동정이라는 언급은 없다. 그러므로 천주교는 성경에 충실하지 못한 잘못된 교회이다.”라고 공격을 합니다.
개신교는 이처럼 “성경에만 근거해서” 신앙 생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가톨릭 교회는 개신교가 주장하는 “성경에만 근거해서”라는 원칙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신앙 생활의 근거가 “성경뿐만 아니라 성전(聖傳)”이라고 믿습니다. 마리아의 평생동정에 대한 교리는 성경에 나오지 않지만, 가톨릭 교회는 이것을 믿습니다. 왜냐하면 그 교리는 성전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 성전이란 무엇인가?
하느님의 완전한 계시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 내용은 사도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사도들은 예수님을 따라 다니면서 그분의 가르침과 행적을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사도들은 이것을 기억하고 마음에 새겼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기억과 체험을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사도들이 하나 둘씩 순교하기 시작하자 사도들의 기억과 체험을 문서로 작성하여 보존할 필요성이 생겨났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약성경입니다.
그렇지만 사도들의 기억과 체험의 전부가 신약성경에 기록될 수 없었습니다. 더 많은 내용들이(예를 들자면 성모님의 평생 동정) 계속해서 구전으로 사도들의 후계자들에게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사도들의 후계자들은 자신들이 들은 내용들을 강론이나 교리교육의 형태로 기록했습니다. 이런 내용들이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전해지는 것이고, 바로 이런 내용들이 성전입니다.
예를 들어 오리게네스라는 신학자는 <로마서주석>이라 는 작품에서 “교회가 유아들에게도 세례를 주는 것은 사도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라고 기록했습니다. 또한 다른 주교님들과 신학자들도 이구동성으로 같은 말을 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유아세례가 성경에는 근거가 없지만 예수님과 사도들을 통해서 전해진 성전임을 알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가톨릭 교회는 유아세례를 주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성전을 무시하고 오로지 성경만을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성전과 성경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고 또 상통한다. 이 둘은 동일한 신적 원천에서 솟아 나와 어떤 방식으로든 하나를 이루며 같은 목적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80항).
3) 성경의 증언
“우리 가운데에서 이루어진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엮는 작업에 많은 이가 손을 대었습니다. 처음부터 목격자로서 말씀의 종이 된 이들이 우리에게 전해 준 것을 그대로 엮은 것입니다. 존귀하신 테오필로스님, 이 모든 일을 처음부터 자세히 살펴본 저도 귀하께 순서대로 적어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는 귀하께서 배우신 것들이 진실임을 알게 해 드리려는 것입니다”(루카 1,1-4).
루가 복음서의 서문에서 우리는 성전의 존재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에게 전해 준 것”(=성전)을 그대로 엮은 것이라고 밝힙니다. 또한 테오필로스가 이미 신앙의 내용을 여러 경로를 통해서 배웠다는 사실도 지적함으로써 성전의 존재를 확인시켜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책에 기록되지 않은 다른 많은 표징도 제자들 앞에서 일으키셨다(요한 20,30).
예수님께서 하신 일은 이 밖에도 많이 있다. 그래서 그것들을 낱낱이 기록하면, 온 세상이라도 그렇게 기록된 책들을 다 담아 내지 못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요한 21,25).
사도 요한도 요한 복음서의 결말에서 복음서에 수록되지 않은 다른 많은 내용이 있음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성전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4) 사도 전승과 교회 전승
성전(거룩한 전통)이라는 말 마디 때문에 성전을 “교회의 관습” 정도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2천년을 내려오면서 우리 교회에는 수많은 관습들이 쌓여 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적인 관습일뿐, 성전이 아닙니다. 사도들로부터 내려온 신앙의 핵심 진리를 담고 있는 성전과 교회의 인간적인 전통을 구별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성전을 보다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사도 전승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반면에 개별 교회들의 인간적 전통들은 교회 전승이라고 부릅니다.
교회 전승의 예를 들자면 “영성체를 손으로 할 것인가 입으로 할 것인가”, “사순절 시작 날짜(로마 전례는 재의 수요일, 다른 전례에서는 날짜가 다릅니다)” 등입니다. 이런 것은 사도로부터 내려온 신앙의 핵심이 아니므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역교회에서 생겨난 신학적, 생활 규범적, 전례적 또는 신심에 관한 ‘전승들’은 사도 전승과 구별해야 한다(가톨릭교리서 83항).
[2012년 12월 9일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의정부주보 4-6면, 강신모 신부(선교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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