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고 힘나는 신앙 - 차동엽 신부의 가톨릭 교회 교리서 해설] (1) 초대합니다
제대로 배우면 ‘신나고 힘나는’ 은총의 신앙
안 믿으면 손해
원래 고해소에서 들은 것은 발설할 수 없지만, 특수 사안이 아니므로 공개해 본다.
10년 전 쯤 고해소에 앉아 있는데 창호문 저쪽에서 남자 목소리가 고해를 시작했다.
“저는 하느님의 존재를 의심했습니다. 하느님이 정말 계신지 안 계신지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신앙생활 몇 년 하셨죠?”
“한 30년 됩니다.”
“그러면 30년 동안 꼬박 하느님의 존재를 의심하면서 지냈단 말입니까?”
“네, 잘 믿어지지 않아서요.”
“그건 죄가 아닙니다.”
“죄가 아니라고요?”
“그럼요. 죄가 아니라 손해입니다.”
“손해요?”
“아무렴요. 30년이라는 귀한 세월을 손해 본 셈이죠. 30년 동안 의심만 하느라 허송하여, 일단 하느님의 존재를 믿으면 시작되는 기도의 도움, 평화와 행복, 그리고 은총, 이렇게 좋은 것들을 못 누리시잖아요. 그러니까 손해를 보신 거죠.”
그렇지 않은가. 풀리지 않는 문제 때문에, 첫 걸음도 떼지 못했으니.
지금도 나는 사람들에게 잔소리처럼 거듭거듭 말해준다.
“안 믿으면 손해입니다!”
나의 이 손해타령은 시리즈로 이어진다. 안 다녀도 손해! 안 배워도 손해! 안 들어도 손해! 안 읽어도 손해…….
은총이 차고 넘치면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불쑥 ‘2012-2013 신앙의 해’를 선포한 것은 역설적으로 전세계적인 신앙의 위기를 반영한다. 그 실상을 굳이 적나라하게 예거하지 않아도 우리는 감각적으로 글로벌한 신앙 무력감에 휘둘리고 있다.
특히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빈자리는 썰렁하기 짝이 없다.
왜인가? 무엇이 이런 현상을 초래했을까? 원인은 의외로 간단하다. 여태까지 가톨릭교회가 신앙을 의무로만 가르쳤기 때문이다.
“신앙?”하면 의례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의무, 부담, 죄책감, 도망치고 싶은 심정 등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요즈음과 같이 세상이 각박해지고 경제가 핍박해져 삶의 무게가 천근같이 느껴질 때, ‘신앙의 짐’이라도 내려놓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 심리가 신자들의 대거 냉담과 이탈을 부추겼던 것이다.
그런데, 신앙은 의무이기만 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의무의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은총의 성격이 훨씬 강하다. 엄밀히 말하면 신앙은 은총인 동시에 의무이며, 의무인 동시에 은총이다. 그러니까 한 현상의 양면이라는 말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간 가톨릭교회가 이 은총의 성격을 심하게 간과하거나 무시해 왔다는 데 있다. 신앙은 은총이다. 이는 내 말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이다.
“자, 목마른 자들아, 모두 물가로 오너라. 돈이 없는 자들도 와서 사 먹어라. 와서 돈 없이 값 없이 술과 젖을 사라”(이사 55,1).
그렇다. ‘돈 없이’, ‘값 없이’ 누리는 구원의 선물, 이것이야말로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앞으로 이 관점을 견지하면서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풀어 설명할 것이다. 신앙을 은총으로 배우면 신나고 힘난다! 은총이 차고 넘치면 그것에 대한 감사로서 자발적인 의무이행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굳이 시키지 않아도 신이 나서 자발적으로 행한다. 나오지 말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나온다.
이 신나고 힘나는 신앙의 회복에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 소장)
차동엽 신부는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에서 성서신학 석사, 사목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인천 가톨릭대학교 교수 및 미래사목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무지개 원리」, 「바보존」, 「맥으로 읽는 성경」, 「잊혀진 질문」 등이 있다.
[가톨릭신문, 2013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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