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현 신부의 사회교리] 가톨릭교회의 보편성과 다문화
지난 호에서 우리는 가톨릭교회가 우리 사회에 들어와서 살고 있는 이주민들과 다문화가족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교회의 탄생과 예수님으로부터 받은 선교 소명, 그리고 사도들의 전통에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가톨릭교회의 특성 중 하나인 가톨릭(보편성)이 다문화 사회에 주는 함의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1. 가톨릭이란?
가톨릭(Catholic)이란 말은 ‘전체성’, ‘온전성’, ‘보편성’을 뜻하는데 가톨릭교회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 ‘교회가 보편되다.’는 것은 교회 안에 그리스도가 현존하고 계시기에 지체들인 교회의 구성원들이 그리스도와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원하시는 방법으로 신앙을 고백하고 온전한 성사생활과 사도적 계승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둘째, ‘교회가 보편되다.’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전 인류에 파견하였기에 교회는 모든 시대, 모든 세대, 모든 민족을 통하여 온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온 세상 모든 민족에게 퍼져나가, “처음에 인간 본성을 하나로 만드시고 흩어진 당신 자녀들을 마침내 하나로 모으고자 하신 하느님 뜻의 계획을 성취해야 한다. … 하느님의 백성을 돋보이게 꾸며 주는 이 보편성은 바로 주님의 선물이다. 이로써 가톨릭교회는 온 인류가 그 모든 부요와 함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그분 성령의 일치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하려고 힘껏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교회헌장, 13항)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가톨릭교회가 보편되다.’는 것은 가톨릭교회는 그리스도와 온전히 일치하여 완전한 신앙을 보존하고 있으며, 또 가톨릭교회는 특별한 시대, 특별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모든 시대와 모든 민족들 가운데 현존하는 하느님 백성이라는 것을 뜻한다.
2. 미사 : 보편성을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표지
가톨릭교회의 보편성은 시대를 넘어 사도로부터 이어온 신앙을 고백하는 모습과 민족, 국경의 한계를 넘어 전 세계의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 존재하고 있는 가톨릭교회의 모습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즉 가톨릭교회는 사도 시대부터 지금까지 아니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할 때까지 존재할 것이며, 교황님이 계시는 로마뿐만 아니라 세계 거의 모든 나라 심지어 가톨릭교회를 박해하는 곳에서도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가시적인 모습을 넘어서서 가톨릭교회의 보편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때는 하느님의 백성이 성찬례를 거행하는 미사에서이다. 미사에서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가 한 마음으로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한 신앙을 고백하는 모습은 교회의 구성원이 그리스도와 일치하고 있으며, 사도들과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교회의 구성원들이 각기 다른 모습의 삶을 살고 미사에서 다른 역할을 하지만 하느님 백성으로 한 자리에 모여 그리스도의 현존을 드러내고 있을 뿐 아니라, 모든 시대, 모든 세대, 모든 민족들이 하나의 백성, 거룩한 하느님의 백성으로 모든 인류와 온 우주를 위해 기도를 드림으로써 보편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하느님의 백성, 교회의 구성원이 되는 조건은 오직 하나,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신앙이다. 게다가 하느님은 모든 사람을 당신의 새로운 백성이 되도록 부르시고 계신다. 그러기에 교회는 “지상의 모든 민족 가운데에 하나의 하느님 백성”(교회헌장 13항)이 되는 것이다.
모든 미사에서 교회의 보편성이 드러나지만 특히 주님 공현 대축일에 베드로 대성전에서는 교황님이 집전하시는 장엄미사에서 잘 드러난다. 이 미사에서 교황님은 전 세계 6대주에서 오신 분들을 주교품에 올리는 주교성성식을 거행한다. 6대주에서 모인 신자들이 미사에 참례하기에 사용되는 언어는 라틴어를 비롯하여 각 대륙의 언어들이 사용되며, 복사들도 유럽 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맡게 된다. 동방 박사들이 별을 보고 주 예수의 탄생을 알고 경배한 것을 기념하는 공현 대축일에 전 세계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6대륙 출신의 주교님들의 성성과 다양한 언어의 사용, 다양한 민족들이 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미사 전례를 거행하는 모습은 모든 민족 가운데 현존하는 가톨릭교회의 보편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다.
3. 가톨릭교회 : 전 인류의 구원의 도구
가톨릭교회는 사도로부터 이어 온 신앙을 시대를 넘어서 오늘날까지 아니 종말까지 온전히 보존하고 고백하는 “그리스도의 유일한 교회”(교회헌장, 8; 가톨릭교회 교리서, 816)이다. 인류 구원을 위한 유일한 교회인 가톨릭교회는 특정한 시대, 특정한 민족, 특정한 문화에 국한될 수 없다. 만약 그러하다면 가톨릭교회는 전 인류를 위한 구원의 도구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전 인류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제헌되신 그리스도를 거부하는 것이 된다. 실상 가톨릭교회는 어떤 특정 시대 특정 집단이나 부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한계를 넘어서 모든 민족들을 향해 열려 있으며, 이들이 모여 하나의 하느님 백성을 이루고 있다. 비록 교회 안에 여러 계층(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을 이루고 지체들 사이에 다양성이 있는데 이는 서로 분리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신비체를 이루는 지체로 역할의 분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가톨릭교회의 구성원은 피부색, 종족, 민족, 언어, 성별, 나이, 국적, 사회적 신분 등에 따라 어떠한 차별도 있을 수 없다. 오히려 가톨릭교회는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똑같은 존엄성을 지니고 있고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구원에로 부르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고백하고 있다.
그러기에 가톨릭교회는 특정 부류의 사람들을 배척하는 집단이 아니라 모든 인류를 위해 열린 공동체로 모든 민족과 문화가 가진 선을 존중하고 받아들인다. “교회 곧 하느님의 백성은 어떠한 민족이든 그 현세적 선을 결코 없애지 않으며, 오히려 정반대로 민족들의 역량과 자산과 관습을 좋은 것이라면 촉진하고 받아들이며, 받아들임으로써 실제로 정화하고, 강화하며 승화시킨다.”(교회헌장 13)
4. 결론 : 가톨릭교회는 인류 일치의 도구
가톨릭교회는 자신이 지닌 보편성 때문에 특정한 민족, 특정한 문화에 고착된 존재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민족, 모든 문화에로 열린 공동체이다. 달리 말해서 가톨릭교회는 특정 집단을 위한 폐쇄된 공동체가 아니라 전 인류를 위한 구원의 공동체이며, 전 인류에서 선택된 하느님의 백성인 것이다. 교회는 이 세상에 다양한 민족, 다양한 문화의 존재가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의 다양성과 풍요함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고 다양한 민족, 다양한 문화가 가진 선을 존중하고 받아들인다.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고 그들 안에 존재하는 선을 받아들일 때 가톨릭교회는 더욱 더 가톨릭다워질 뿐 아니라 전 인류의 일치와 평화를 가져오는 공동체임을 드러내게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150만 명 이상의 외국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일자리를 찾아서, 결혼을 통해서, 학문을 탐구하기 위해 우리 사회에 들어와서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본당의 미사에도 참례하고 있다. 피부색과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들을 초대받지 않은 손님으로 등한시 하고, 배척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다양하고 풍부한 은총을 드러내는 존재로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가톨릭 신자들이 이들을 환대의 정신으로 받아들이고 이들과 하나 됨으로써 이 세상의 평화와 일치의 도구 역할을 하여야 한다. 이러한 역할은 선택의 사항이 아니라 가톨릭교회의 신자로서 당연히 행해야 할 사도직 활동임을 명심하자.
[월간빛, 2013년 1월호, 김명현 디모테오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다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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