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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주교도 기독교냐?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22 조회수6,026 추천수0

천주교도 기독교냐?

 

 

그리스도와 기독교

 

그리스도(Christus, Christ)라는 말은 그리스어 CristoV를 소리 나는 대로 옮긴 것입니다. 히브리어 메시아를 옮긴 그리스도는 '기름부음 받은 이'라는 뜻을 지닌 칭호입니다. 구약 성서에 따르면, 사제들(출애 29,29; 레위 4,3), 왕들(1열왕 10,1; 24,7), 예언자들(이사 61,1)이 그 직무를 시작할 때에 기름부음을 받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메시아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삼중 직무를 수행하시는 구세주이십니다.

 

그리스도라는 말을 중국어로 소리 나는 대로 적으면 '基利斯督'이 되고 이를 줄여 '基督' 또는 '基多'로 쓴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를 중국어로 줄여서 기독교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기독교라는 말이 프로테스탄트 교회인 개신교만을 일컫고 천주교는 기독교와 다른 것이라고 잘못 쓰는 사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천주교와 기독교가 공동으로 무슨 일을 하였다는 기사들을 가끔 볼 수 있고, 또 우리 신자들도 별 생각 없이 천주교는 기독교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가 곧 기독교이고 천주교 또한 기독교 곧 그리스도교입니다. 한자를 쓰는 중국, 대만, 홍콩 등지의 자료에서도 천주교와 프로테스탄트의 여러 교파들을 아울러 기독교라고 합니다. 우리 정부에서 종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인 문화관광부의 자료들도 프로테스탄트 교파들만을 기독교라고 하지 않고 그리스도교를 천주교와 개신교로 구분합니다.

 

 

개신교, 프로테스탄트

 

신성 로마 제국의 국회(Diet)는 1529년 4월 스파이어에서 열린 회의에서 1524년 보름스 국회의 결정에 따라 개신교 공동체들을 인정하면서 미사 거행을 금지하거나 가톨릭 신자들의 미사 참여를 방해하여서는 안 된다고 결의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새 복음 교회의 추종자들인 작센의 선제후 프리드리히를 비롯 14개 자유 도시 대표자들이 국회의 이 결의가 부당하다고 저항하였습니다. 그래서 자기네 영지나 도시에서는 결코 가톨릭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저항하였는데, 이 사람들을 프로테스탄트(Protestantismus, Protestant)라고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가톨릭 불용'이라는 본래의 의미가 사라지고 가톨릭 교회에 반대한다는 뜻만 강조되어, 모든 개신교 신자들이 프로테스탄트라는 말을 스스로 자랑스럽게까지 여기며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천주교용어위원회는 "가톨릭 교회에서 갈라져 나간 교회나 공동체를 이를 때에 '개신교'라 하고, 그 형제들을 '개신교 신자'라 한다."라고 그 개념을 정리하였습니다. '가톨릭'이라는 말과 대비하여 갈라져 나간 그리스도교 형제들을 프로테스탄트라고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 그들이 사용하는 '개신교'라는 말을 그대로 쓰기로 한 것입니다.

 

개신(改新)이라는 말이 구악(舊惡)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가톨릭에 대한 비난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폭 넓은 형제애로 그 형제들이 자기들을 가리켜 쓰는 말을 따라 쓰기로 하였습니다. 동방 정교회(正敎會)도 정통 교회(Orthodox Church)라는 뜻이어서 가톨릭은 정통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이 말 또한 같은 취지에서 그대로 쓰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신교'나 '구교'라는 말은 쓰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가톨릭, 천주교

 

"'가톨릭'이라는 말은 전체성, 완전성, 보편성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그리스도를 믿는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가톨릭' 교회, 또는 '천주교'라고 한다." 이는 천주교용어위원회에서 정리한 개념입니다.

 

우리 나라 가톨릭 교회는 중국을 통하여 전래되었기 때문에 중국에서 쓰는 '천주교'라는 말을 그대로 함께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톨릭'이라는 말은 천주교와 그 신자는 물론 교리나 가르침, 사상, 전통, 예법, 단체, 운동 등을 꾸미는 말로 널리 쓰입니다. 그리고 동방 정교회의 작은 분파들에서도 해당 예법의 수좌 주교를 가톨릭 총대주교(KaqolikoV)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교회법 제300조는 어떠한 단체나 개인이든 교회 관할권자의 동의가 없는 한 '가톨릭' 또는 '천주교'의 명칭을 붙이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부 신자들이 모인 단체라고 하여 모두 다 '가톨릭'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그들의 행동이나 의견이 곧 교회의 공식 입장으로 비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신자 개인이 세운 병원이나 사업체의 이름에도 '가톨릭'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데, 이는 그 개인의 열심한 신앙심을 드러내는 것으로 좋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삼가야 할 일입니다.

 

 

천주, 하느님

 

우리 나라 교회에서는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구원하시고 완성하시는 초월적 절대자를 '천주'(天主)라는 명칭으로 불러오다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기도문을 개정하면서부터 순 우리말인 '하느님'과 함께 사용하여 왔습니다.

 

'천주'라는 명칭은 중국 명나라 때 예수회 선교사들이 라틴어 'Deus' 또는 그리스어 'qeoV'의 번역어로 사용하였으며, [천주실의] 등의 서적이 국내에 반입되면서, 한국 교회가 이 용어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하느님'이라는 말은 선사 시대 이래 우리 민족 종교 생활의 기층을 이루고 있는 무속의 최고 신인 '천신'(天神), 곧 '하늘의 님'이라는 명칭과 같습니다. 삼국 시대의 '감닭밝'(편집자 주 : 원래 각 낱말의 중성 'ㅏ'가 아래아이나, 웹상 표기법이 없어 이렇게 적습니다.) 삼신이나 천지신명을 고려조에 이르러 '한알님'(편집자 주 : 원래 낱말은 '알'의 중성인 'ㅏ'가 아래아입니다.)이라 하고 그 뒤에 '하느님'이라 부른 듯합니다.

 

이 하느님이 유교의 '천'(天) 사상, 불교의 제석천 신앙, 도교의 옥황상제 개념이 어우러져 더욱 포괄적인 개념으로 발전하였습니다. 하늘에 대한 천신 신앙에서 발전한 이 하느님 개념이 만물의 창조주이시고 구세주이시며 완성주이신 하느님, 곧 그리스도 신앙의 신 개념과 부합되어 오늘날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가톨릭이 1970년대에 개신교와 공동으로 성서를 번역한 이래로 '하느님'이라는 말이 '천주님'이라는 말보다 더 널리 쓰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도 '천주'와 '하느님'이라는 말을 똑같은 뜻으로 함께 쓰고 있습니다. 미사 통상문 등 전례문에서는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하느님의 위격 성부, 성자, 성령을 함께 일컬을 때에는 주로 '천주'라는 같은 한자어를 써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 '천주 성부', '천주 성자', '천주 성령'이라 하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하느님'이라고 합니다.

 

[사목, 2001년 6월호, 강대인(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행정실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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