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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02년 세계 교리교육 대회 보고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22 조회수3,040 추천수0

2002년 세계 교리교육 대회 보고서

 

 

본 보고서는 이번 세계 교리교육 대회의 논의 내용을 충실히 전달하는 것과 한국 교회가 필요로 할 내용들을 예측하여 이에 부합하는 몇 가지 사항을 서술 형식으로 종합 보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서술 형식의 보고를 택한 이유는 항목별 나열식의 보고서가 이번 대회의 취지나 목적, 그리고 여기서 다루어진 깊은 신학적 내용(신학적 문제 제기, 방법 그리고 실천)들을 몇 가지 실천적 아이디어의 제공 정도로 축소시킬 위험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보고서는 주요 발표자들의 문제 제기와 핵심적 내용들을 파악하는 동시에 본 대회의 취지와 목적을 성실히 견지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본 대회에서 발표된 중요한 부분들은 가능한 대로 인용구를 사용함으로써 객관성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보고자의 관점, 곧 대회 참가자의 입장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 한다. 보고자의 관점이란 "도대체 이번 회의가 현대의 교리교육에 무슨 의미를 주고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는가?"이다. 이 근본적 질문은 다음과 같은 소제목의 질문들을 필연적으로 포함한다. 교회가 교리교육 분야에서 숙고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며,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에 관심을 쏟고 있고,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가? 또 이와 같은 대책 마련에 대한 신학적 사목적 정당성을 어떻게 부여하고 있는가? 궁극적으로 이번 대회가 한국 교회에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는가? 등이다.

 

 

1. 대회의 주제 및 취지

 

세계 교리교육 대회(Conventus Catechisticus Internationalis)가 2002년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4일간 신앙교리성과 성직자성의 공동 주최로 로마 바티칸 국제 회의실에서 열렸다. 신앙교리성의 [가톨릭 교회 교리서] 발간 10주년과 성직자성의 [교리교육 총지침] 발행 5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국제 교리교육 모임은, 이 두 중요한 문헌을 각 지역 교회들이 어떻게 수용하였고, 고유한 상황 안에서 어떻게 적용하였는지를 확인하고,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 언급하였다.

 

이와 같은 취지와 목적 아래 세계 각 지역 교회의 교리교육 책임자들, 곧 추기경, 주교, 신부, 수도자들 그리고 교리교육 전문 평신도들이 모임에 대거 참여하였다. 신앙교리성의 마르티넬리(Raffaello Martinelli) 몬시뇰에 의하면, 5개 대륙에서 약 2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 주교 10명, 신부 8명, 평신도 4명, 북아메리카에서 주교 6명, 신부 1명, 평신도 4명, 중앙 아메리카에서 주교 5명, 신부 2명, 평신도 2명, 라틴 아메리카에서 추기경 1명, 주교 8명, 신부 10명, 평신도 4명, 아시아에서 추기경 1명, 주교 8명, 신부 10명, 평신도 4명, 유럽에서 추기경 4명, 주교 26명, 신부 38명, 평신도 42명이 각각 참석했다.

 

 

2. 역사적 의미

 

1962년에 열린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교회의 쇄신을 불러일으킨 역사적 공의회였다. 이 공의회의 정신을 따라 세계 보편 교회는 여러 방면에서(예를 들면, 교회법 및 전례, 종교 간 대화 등) 교회의 쇄신을 위해 노력해 왔다.

 

교리교육의 경우, 우선 공의회에서 밝힌 교리교육에 관한 쇄신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방안들 중에서(주교 교령, 44항 참조) 그동안 국제 교리교육 회의의 결과들을 기초로 하여 교리교육의 전반에 걸친 새로운 쇄신의 방향을 설정하였다. 그것이 1971년에 발표된 [교리교육 일반 지침서]이다. 뒤이어 1975년에는 국제 교리교육 협의회가 발족되었다. 특히 1977년 10월에는 교리교육을 주제로 제4차 주교 대의원 회의가 개최되었으며, 그 결과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권고 [현대의 교리교육](1979년 10월 16일)이 나오게 되었다. 1985년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20주년을 맞이하여 교황 바오로 2세가 특별 주교 대의원 회의를 소집하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세계 주교들이 현대 그리스도인들의 실생활에 적합한 '교리서'나 '교리 요약본'을 내기 위해 참고가 될 가톨릭 교회의 보편 교리서 또는 요약본을 발행해야 한다고 건의한 바 있다(1985년 시노드 최종 보고서, II, B. a. 재인용; 요한 바오로 2세, Fidei depositum, 1992.10.11.). 이 건의를 즉각적으로 받아들인 교황은 1986년 교리서 준비 위원회와 그 산하에 교리서 집필 협의회를 구성하여 보편 교리서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그후 전세계 주교들과 전문 신학자들의 자문을 거쳐 신앙교리성 주관으로 1992년 10월 11일에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발행하였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후속 작품'1)으로 여겨지는 이 교리서는 처음에 프랑스어로 출판되었고, 여러 가지 부족한 점들을 보완 수정하여 1997년에 다시 라틴어로 결정판이 출간되었다.

 

같은 해, 바티칸 성직자성에서는 새로운 [교리교육 총지침]을 발행하였는데(1997년 8월 15일), 이 지침서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적절한 적용과 변화된 세계 안에서 교리교육이 대면하는 문제들에 대한 "신학적, 사목적 교리교육의 근본 원칙들을 제공하는 것"(8-9항 참조)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지역 교회에 고유한 지침서와 교리서를 발행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을 직접적으로 지향하고 있다(11항 참조).

 

이 두 교리교육 문헌의 발행에 즈음하여, 바티칸은 세계 교리교육 대회를 1997년 10월 14일부터 17일까지 개최했다. 이 모임은 이 두 문헌이 갖는 신학적 의미에 대해 다루고 교리교육에 대한 신학적 사목적 관심을 촉구하였다. 그후 5년이 지난 올해, 보편 교회는 전세계 교리교육 책임자들과 전문가들을 다시 소집하여 그동안 이 두 문헌을 각 교회가 어떻게 수용하고 적용하였는지를 확인하고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들을 심도 있게 논의하였다. 이상이 역사적 관점에서 본 이번 회의의 의미이다.

 

 

3. 대회의 진행 및 전개 방법

 

이번 대회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첫째 날부터 둘째 날 오전까지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 대해, 그 후반부는 주로 [교리교육 총지침]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하였다. 그리고 각 언어권별 그룹 토의에서 제기된 문제와 각 지역 교회의 교리교육에 관한 건의안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날에는 파견 미사 후 바티칸 클레멘스 홀에서 교황님을 알현하고, 교황님께서 각 참석자들에게 보내는 최종 서한을 듣고 폐회하였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 집중 할애된 회의에서는 우선 신학적 문제들([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신학적 가치 재조명, [교리교육 총지침]과의 상호 관계, 두 문헌의 구체적 활용 방안, 고려되어야 할 신학적, 사목적 원칙 등)을 다루고, 이어서 각 지역 교회 대표들, 곧 5개 대륙의 대표 주교 8명이 이 두 문헌을 자신들의 개별 교회에서 실제로 어떻게 수용하고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각각 15분씩 발표하였다.

 

각 지역 교회의 대표 발표자들은 자신들이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와 이에 대한 신학적 통찰 그리고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발표하였다(두 문헌에 대한 비판도 포함되어 있다). 이어서 총 4회에 걸친 언어권별 토의가 있었는데, 토론의 주제는 이미 언급한 대로 두 문헌의 수용과 적용, 그에 따라 제기된 문제점들이었다.

 

 

4. 내용 분석 및 요약

 

여기서는 로마 교황청 각 장관들의 신학적 강연의 근본 문제 제기와 핵심 내용을 중요 정도에 따라 주제별로 종합하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보편 교회가 주시하고 있는 주요 내용을 요약적으로 밝히고(보편 교회의 입장), 이어서 각 지역 교회의 반응(두 문헌의 수용과 적용)을 언급할 것이다.

 

1) 보편 교회의 입장

 

(1)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신학적 가치의 재조명

 

로마 신앙교리성 장관인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은 "[가톨릭 교회 교리서] 발행 10주년에 따른 '교의의 현재화'"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폈다. 이 강연에서 라칭거 추기경은 [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갖는 신학적 가치와 한계를 밝히고자 하였다. 그에 따르면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성서와 전승 그리고 교회의 교도권이 명백히 정통적으로 고백하는 신조들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며 총체적으로 제시하는 종합 교리서"이지, 여러 가지 신학적 이론으로 교리들을 해명하려는 "신학 서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교리서가 갖는 신학적 가치와 한계를 위해 두 관점의 구별이 필요하다. 하나는 내용의 관점이며 다른 하나는 기능의 관점이다. 현재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그 내용적 측면에서 교회의 신앙과 도덕에 관한 풍부한 내용을 전체적으로 열거, 제시하고 있다. 바로 여기서 교리서가 갖는 종합 교리서의 성격이 도출된다. 기능적 관점에서 보면, 참고적 성격을 지닌다. 곧 신자 교리교육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신자 교육용 표준 교리서라기보다, 신앙을 전파하는 이들이 자신들이 가르치는 교리(교회가 믿고, 고백하고, 전례로 거행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내용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한에서 훌륭한 참고서인 것이다.2)

 

실제로 수년간 가톨릭 교리서를 집필한, 추기경단의 대표인 오스트리아 비엔나 교구장 크리스토프 쉔보른(Christoph Schonborn) 추기경은 "과연 [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어떤 고유한 신학적 개념을 내포하고 있는가?"라는 신학적 질문을 제기하며, 이 교리서는 어떤 특정 신학 학파의 신학 개념을 포함하기보다, 오히려 유일하고도 보편적인 신앙, 곧 교회가 사도들로부터 이어받은 신앙, 성서와 전승에 바탕을 둔 교회의 보편적 가르침을 담고 있음을 재확인하였다.3) 교회가 고백하고, 실제로 살며, 거행하는 유일 보편적 신앙을 제시하는 이 교리서는 신앙의 규칙(Regula fidei)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다. 추기경은 교회의 가르침과 신학적 가르침을 구별하고, 이를 통해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교회의 보편적 가르침'에 위치시킨다.4) 따라서 이 교리서는 신학자들의 신학 작업에 "기본 자료를 제공하는 원천"이지 신학 작업의 결과가 아닌 것이다. 추기경은 이 교리서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보편적으로 고백하고 생활하는 "신앙의 유일성"을 보존하고 있다고 역설하였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신학을 공부하는 신학생들이나 교리를 가르쳐야 하는 교리 교사들에게 중요한 참고서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톨릭 교리 전체에 관심을 갖는 모든 이들이 참고할 만하다고 보았다. 간단히 말해,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그 내용 면에서 보편적 가치를 지니며, 유용성의 측면에서 참고적 기능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2) 그리스도 중심적 신앙 교리교육

 

라칭거 추기경이 강조한 사항 중에 또 다른 한 가지는, 이 교리서가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꾸며졌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스도 중심적이라는 말은 하느님의 자기 계시, 곧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셨으며, 말씀이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의 신비로 모든 교리가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권고 [현대의 교리교육]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교리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리스도를 만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분과 친교와 친밀을 갖게 하는데"(5항) 있으므로, 교리교육은 그리스도를 지식으로 알려 주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오히려 그리스도의 인격과 참된 친교를 이룰 수 있도록, 곧 그리스도께 대한 전적인 투신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교리교육이 그리스도께 대한 신비로 집중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그리스도 중심적 교리교육은 구체적으로 성사와 전례 안에서 늘 현재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라칭거 추기경이 피력하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갖는 신학적 의미요 교의의 현재화인 것이다.

 

"그리스도 중심 교리교육"5)에 대한 신학적 통찰이 성직자성 장관인 오요스(Castrill껈 Hoyos) 추기경의 제안으로 더욱 심화되었다. 추기경은 "[교리교육 총지침]과 각 지역 교회의 교리교육 지침 간의 관계와 책임"이라는 둘째 날 주제 강연을 통해, 이 지침 구성이 근본적으로 그리스도 중심적임을 부각시켰다. 교리교육의 본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리스도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실존적 지평을 여는 것이다. 교리교육은 단순히 추상적 교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생활을 통해 그리스도께 "예" 하고 실존적 응답을 하도록 이끄는 신앙 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오요스 추기경은 [교리교육 총지침]의 "하느님의 교육 방법론", 곧 신앙의 교육 방법론의 원천이요 모델인 하느님의 교육 방법론을 재강조하면서 그리스도 중심적 교리교육과의 긴밀한 연관성을 부각시켰다.6) 그리스도 중심 교리교육과 하느님 교육 방법론의 긴밀한 연관성은 그리스도 "인격", 곧 하느님을 알려 주고 인간의 신비를 밝혀 주며 하느님과의 인격적 만남으로 이끄는 스승이요 구원자이신 그리스도 인격에 있다.

 

요약하면, [가톨릭 교회 교리서]와 [교리교육 총지침]은 내용적으로 그리스도 중심적이며, 이는 곧바로 교리교육 방법론에 본질적 요소를 제공한다. 더 나아가 교리교육이 그리스도 중심적 '신앙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교리교육의 정체성에까지로 확장된다.

 

(3) 교리교육에서 숙고해야 할 신앙과 체험의 상관성

 

쉔보른 추기경은 현대의 신앙에 대한 무관심이 실제 생활 체험과 신앙의 괴리 또는 대조에서 발생함을 직시하고, 신앙과 체험의 상호 연관성을 고찰했다. 가톨릭 신앙 생활이 일상 생활과 동떨어지거나 마치 상반된다고 생각하여 교회를 멀리하는 사람들(특히 젊은이,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교리교육이 가능하겠는가? 하고 자문하면서, 추기경은 "신앙과 체험"이라는 교리교육 방법론을 통해 새로운 답을 시도한다. 곧 교리교육 대상자들의 "삶에서 출발하여 신앙으로" 이끄는 도식과 "신앙의 전달에서 시작하여 새로운 체험으로" 이끄는 도식 간의 상호 보완을 통하여, 신앙과 체험이 서로를 더욱 역동적이고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도록 하는 종합적 방법론이 요구된다는 것이다([현대의 교리교육], 22항 참조). 그에 따르면, 신앙의 본성에 대한 숙고가 이러한 방법론을 가능하게 한다. 왜냐하면 현대인들의 일상적인 체험에 전달되는 신앙은 "그들에게 새로운 지평, 전혀 알려지지 않은 세상을 열어 주는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역동적 힘"7)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교리교육이 생활과 체험을 강조함으로써 교리교육의 대상자를 존중하는 훌륭한 장점을 갖고 있고, 따라서 계속 견지해야 할 중요한 요소이지만, 동시에 신앙이 갖는 본질적 초월성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을 내포하고 있다. 곧 교리교육은 단순히 대상자들의 삶의 체험으로 내려와 이를 해석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그들이 자신들의 현재의 삶에 안주하게 만들거나 또는 그들의 삶의 체험과 협상하는 식의 방법이 아니라, 그들이 새로운 생활로 나아가도록 변화시키는 역동적이고 초월적인 신앙의 힘을 인정하고 이를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와 같은 관점은 교리교육과 복음화 간의 관계 이해에 중요한 열쇠를 제공한다. 쉔보른 추기경에 따르면 토착화란 단순히 그리스도교적인 요소를 다른 문화에 이식하는 것도 아니고, 비그리스도교적 요소에 그리스도교적인 옷을 입히는 것도 아니다. 토착화란 무엇보다 신앙의 본질 자체에서 흘러나오는 것으로서, "신앙은 새로운 문화를 열어 주고 자신의 문화를 넘어 새로운 진리의 보편성으로 향하게 하기 때문이다."8)

 

(4) 새로운 교리교육의 비전 : 성서 교리교육의 새로운 측면

 

쉔보른 추기경은 현대에 요구되는 교리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그것은 곧 "하느님의 구원 역사에 대한 전체적 일관성을 이야기해 주는 것(narratio)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9)으로, 성서의 "이야기로서의 성격"(narrativite)을 교리교육에 적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성서의 "이야기로서의 성격"을 교리교육에 적용하려는 시도란, 성서의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또는 내용 요약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치는 성서 교육에서 "성서가 이야기하는 하느님의 구원 역사 전체에 교리교육 대상자와 전 인류의 역사가 분리되지 않고 포함되어 있음을 알도록 이야기하는 방법"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원 역사의 전체적 관점을 존중하는 교리교육의 모델은 구체적으로 "사도신경 교육이나 성사 및 전례 교육 안에서 충분히 발견될 수 있다."10)라는 것이 추기경의 주장이다.

 

간단히 부연 설명을 해 보자. 성서의 "이야기로서의 성격"(narrativite de la Bible)을 강조하는 이 방법론은 최근 성서학계에서 새롭게 대두되어 연구되고 있는 성서 해석의 한 방법론이다. 곧 성서의 이야기들을 "이야기"로서 연구하는 성서 해석(analyse narrative)이라 할 수 있다.11) 이 방법론의 독창성은 성서의 텍스트 자체가 이야기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출발하여 성서의 현재화(actualisation)를 통해 마침내 하느님의 현재성(actualite)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야기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는 성서 방법론을 교리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가? 그것은 교리 교사가 성서의 단편들을 교리교육 대상자들에게 이야기(또는 낭독)함으로써 이야기를 듣는 청중이 성서 이야기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 성서 이야기 속의 등장 인물에 비추어(assimilation) 스스로를 새롭게 바라보고, 이 바라봄의 과정 안에서, 자신의 마음(삶) 안에 무엇인가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여기서의 하느님 현존 체험은 단순한 감성적 차원의 체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오히려 성서를 읽는 독자로 하여금 성서와의 만남을 통해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게 하고, 새로운 세계로 초월하게 하는 역동적 의미의 전 실존적 체험을 뜻한다.

 

이와 같은 방법론의 교리교육적 적용은 "내용 요약식"의 성서 교육이 갖는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로 보인다. 내용 요약식의 성서 이야기 전달 방법은 청중이 이들을 단순히 과거의 사건으로만 인식하게 하여(정보화 또는 개념화) 지금 이 자리에서 성서를 읽는 독자에게 직접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현존에 대한 체험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쉔보른 추기경이 피력한 것처럼 새로운 성서학적 방법론을 교리교육(특히 사도신경 교육이나 전례 교육)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매우 고무적이고 주목할 만하다. 이에 덧붙여, 한 개인과 전 인류의 역사를 하느님의 구원 역사 전체 안에서 재해석하도록 권고함으로써 성서 단편에만 치우치지 말라는 그의 당부는 매우 독창적이라 하겠다.

 

(5) 복음화 안에 있는 교리교육

 

인류복음화성 장관인 세페(Crescenzio Sepe) 추기경은 "교리교육과 복음화의 관계"에 대해서 연설했다. 추기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의 스승이나 세상 구원의 한 도구로 축소시키려는 상대주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 계시의 절정으로서 그분 인격 안에 인성과 신성이 일치된 유일한 구원자이심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교리교육과 선교의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교리교육은 본성적으로 복음화의 중요 도구요, 단계"12)이며 또한 직접적 복음화의 한 과정으로 늘 복음화를 향해 정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신학적 통찰은 새 [교리교육 총지침]의 신학적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곧 1971년에 반포된 [교리교육 일반 지침서]와 구별되는 새 지침서가 갖는 고유한 특징 중 하나가 교리교육을 복음화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서로의 관계를 신학적으로 더 깊이 있게 조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6) 지역 교회 고유의 '가톨릭 교리서'와 '교리교육 지침서' 발행 촉구13)

 

교황은 [가톨릭 교회 교리서]와 [교리교육 총지침]가 신학교의 신학 입문 과정에서 좋은 참고서로 활용되기를 희망하여 이를 권고한 바 있다. 앞서 라칭거 추기경이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신학적 가치에 대해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이들의 고유한 가치는 참고적 기능에 있다.

 

이는 각 지역 교회가 이 교리서를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상황에 알맞게 곧 평신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쉬운 용어로 그리고 요약적으로 새 교리서를 발행하도록 촉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혼돈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이미 잘 "사용하고 있는 지역 교회의 고유한 교리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 교회에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새 교리서 발행에 도움을 주는 것"(Fidei Depositum, 4항 참조) 이라는 사실이다.

 

같은 의미에서, 오요스 추기경은 각 지역 교회가 자신의 고유한 문화적 종교적 사회적 상황을 잘 인식하고 그에 알맞은 교리교육 지침서를 편찬하도록 촉구하면서 이를 위해 [교리교육 총지침]은 중요한 참고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7) 신학교 신학 입문 교육에서 문헌의 활용

 

라칭거 추기경, 오요스 추기경, 쉔보른 추기경은 [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신학생 양성 교육에 중요한 참고서가 된다고 강조했다.14) 특히 이 교리서 제작에 직접 참여한 예수회 신부 칸디도 포조(Candido Pozo) 신부는 이 주제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는 신앙과 신학의 관계 고찰을 통해 신학은 신앙을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사실에 입각하여, 이 교리서가 "전통적으로 전승된 신앙의 내용을 체계화하려고 노력한 작품"이라고 그 가치를 설명하였다. 신학생 양성에 이를 적용할 때에는 이와 같은 교리서의 체계적 종합적 성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곧 신학생들이 신앙과 신학의 종합화를 통해 계시된 진리 전체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첫째, 어떤 경로를 통해 교회가 신앙을 정식화했는지에 대한 역사적 과정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둘째, 이와 같은 정식화 작업은 교회가 늘 원천으로 삼고있는 유일한 말씀,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 이해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에 덧붙여 쉔보른 추기경은 신학을 공부하는 신학생들이 부분적, 세부적, 전문적 교리에 대한 학문적 연구에만 몰두하다 보면 자칫 가톨릭 교리 전체에 대한 개괄적이고 통일적 이해에 이르지 못할 위험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 두 문헌이 가톨릭 교리 전체를 일관성 있게 종합 제시하는 기능을 하므로 "신학 입문자뿐 아니라 이미 세분된 신학 과목을 이수한 고학년의 신학도들에게도 신앙과 신학을 재종합하는 데 중요한 참고서가 된다."라고 하였다.

 

(8) 가정 교리교육의 역할 강조

 

본 대회는 가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한편, 교리교육에서도 가정 교리교육이 긴급히 요청된다고 강조하였다. 한 예로, 한 가정의 어머니이면서 교리교육에 헌신하고 있는 브라질 평신도, 마리아 크리스티나 사(Maria Christiana Sa)를 본 회의에 초대하여 가정 교리교육의 중요성을 그의 구체적인 삶의 체험을 통해 들려주었다. 자녀들은 가정에서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부모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데 이와 같은 부모와 자녀 간의 자연적인 교육 관계(개인 소양 교육, 사회적 윤리적 행동 양식)가 신앙 교육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지적하였다. 가정은 단순한 사회 조직의 한 세포로만 볼 수 없고 하나의 가정 교회로서, 가정에서의 종교 교육은 신비주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눈에 보이고 감지할 수 있는 부모의 사랑에서 출발하여 하느님의 보이지 않는 신비스런 사랑을 향해 나갈 수 있도록 이끄는 부모들의 역할을 피력한 것이다. 가정 교리교육은 단순히 순수 종교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 교육, 윤리 교육 등을 포함해야 하며, 폭력, 마약, 성교육 등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브라질의 상황에 비추어 설명하였다.

 

지금까지 보편 교회의 강조 사항에 대해 살펴보았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와 [교리교육 총지침]의 신학적 의미와 가치에 대한 재조명이 대주제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신학적 가치의 재조명은 교리교육 방법론에 새로운 지침을 마련해 주었다. 곧 교리교육의 내용이 그리스도 중심적이어야 함을 재확인하면서, 그 방법으로 신앙과 체험의 상관성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 두 요소들은 이미 [현대의 교리교육]에서부터 늘 주지되어 온 바라 하더라도 이를 재조명, 재강조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 회의를 통해 발표된 성서의 이야기로서의 성격을 교리교육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새로운 것이라 하겠다. 교리교육의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논의된 가정 교리교육의 강조도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이제 각 지역 교회의 반응을 보자.

 

2) 지역 교회의 반응 : 두 문헌의 수용과 적용

 

(1) 두 문헌의 긍정적 수용 및 한계

 

[가톨릭 교회 교리서]와 [교리교육 총지침]의 수용에 대한 각 지역 교회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15) 두 번에 걸친 교리서의 출판으로 번역 및 출판 작업에 불편이 있었지만, 가톨릭 신앙의 내용을 충실히 전해 주는 새 교리서의 발간은 각 지역 교회에 커다란 기쁨을 안겨 주었다. 우선 이 교리서는 내용 면에서 교회의 공동 신앙을 충실히 그리고 풍성히 전해 주는 긍정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개별 교회에서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받고 곧바로 번역 위원회를 구성하여 번역서를 출간 보급하였다. 신앙교리성은 현재 약 60여 개국어로 교리서가 번역되었고 약 20여 개국이 교황청으로부터 번역본의 인준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지역 교회가 [교리교육 총지침]의 번역을 마치고 중요한 자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후속 작업으로 지역 교회 고유의 지침서 발행을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현재 약 10여 개국에서만 고유한 지침서를 발행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시아의 상황에 대한 보고에서 인류복음화성 차관보 알베르토 말콜름 란지트 파타벤다쥬(Albert Malcolm Ranjith Patabendige) 주교는 아시아의 한 나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교회가 아직 고유의 '교리교육 지침'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고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교리교육 전문가의 부족, 심한 언어의 차이,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을 들었다.

 

(2) 두 문헌의 적용과 한계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사용'이 논의의 중점 주제였다. 대부분의 지역 교회에서는 일반 신자들보다 교리교육 전문가들, 특히 사제, 수도자, 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그리고 평신도 교리 교사들이 제한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교리서가 담고 있는 내용의 방대함과 어려운 신학적 용어의 사용으로 교리 교사들(사제 수도자 평신도)도 자신들이 가르치는 교리의 정통성을 확인할 때에만 제한적으로 이용하는 실정이었다. 한편, 일반 신자들에게 보급하기 위해, 요약본을 내거나 이를 준비 중에 있는 개별 교회가 많았다.

 

쉔보른 추기경은 강연에서 "[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너무 방대하여 작금의 신자들이 원하는 단순하고 간단한 교리서에 대한 요구와는 거리가 있다."라는 비판을 받아들이면서, 바로 이 이유 때문에 [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것은 간단하고 쉬운 길잡이용 교리서 발간이 필요하다는 또 다른 표현으로 알아들을 수 있다. 아쉽게도 대부분의 아프리카 교회나 아시아 교회에서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교리서 보급에 문제를 겪고 있었다.

 

(3) 교리교육 일반 : 교리교육 대상자에 대한 관심

 

각 지역 교회의 책임 주교들이 발표한 내용 중에서 공통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고유한 특성을 분석하고 이와 같은 현실에 적합한 교리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각 지역 교회의 상황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리스도교 국가에서의 학교 내 교리교육, 비그리스도교 국가에서의 본당 교리교육이 서로 다르고, 성인 예비신자가 거의 없는 곳과 성인 예비신자가 우선적으로 중요한 곳의 교리교육 강조점이 다르다. 또한 문자 문화가 제대로 성립되지 않은 곳에서 교리서를 이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러한 다양성과 복잡성은 각 지역 교회 고유의 노력을 촉구한다.

 

지역 교회가 공통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교리교육 대상자이다. 곧 각 지역 교회는 언제나 구체적 역사적 인간을 교리교육의 대상으로 하고, 이들의 구체적 욕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연령별, 기능별 교리 교재의 발행 및 시행은 매우 고무적인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교리 교사 양성에 관한 문제들이 거론되었다. 교리 교사 양성에서 교리 교사들의 교리 지식 배양뿐 아니라 특히 영성 교육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또한 교회를 찾지 않는 이들을 기다리지 말고 대중문화에 접근하여 그리스도교 신앙과 그리스도교 가치를 알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결론

 

지금까지 본 회의에서 다룬 내용들을 주제별로 요약해 보았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논의된 여러 가지 교리교육 문제들은 신학적으로 깊은 통찰(현실에서 출발하는 신학적 문제 제기, 신학적 접근 방법, 해결 방안의 신학적 정당성 부여 등)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보고자는 이들을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였고,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정리를 시도해 보았다.

 

앞서 다루어진 각 항목들은 서로 긴밀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이를 다시 한번 요약하면, [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갖는 신학적 의미와 가치(보편 교회 신앙의 전체성, 조직성, 정통성을 갖춘 종합 교리서, 참고서로서의 가치), 교리교육의 방법론적 측면에서의 재조명과 새로운 접근(그리스도 중심적 신앙 교육, 신앙과 체험의 상관성을 고려하는 교육, 성서 교리교육에서의 '성서 이야기성' 중심 교육), 복음화를 향한 교리교육과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서 지역 교회 고유의 교리서와 교리교육 지침서 발행, 두 문헌의 신학 교육 안에서 활용 방법, 가정 교리교육의 역할 강조이다. 이어서 간략하게 두 문헌의 수용과 적용이라는 현 실태를 살펴보았다.

 

이 부분에서 각 지역 교회들의 두 문헌에 대한 적용 상황과 각 그룹의 토론내용을 좀 더 심도 있게 다루었으면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작업은 자료의 부족(일부 지역 교회 상황 보고서만 배포되었고, 각 언어권 그룹 토의 내용은 자료로 배포되지 않았다)과 지역 교회 상황의 다양성과 복잡성 그리고 보고자의 역량 부족 때문에 뒤로 미룰 수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이제 서론에서 제기한 "이번 대회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시도해 보자.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보편 교회의 교리교육에 관한 숙고의 배경에는 현대의 다종교, 다문화 그리고 세계화의 경향에서 비롯된 교회의 정체성의 위기가 전제되어 있다. 이 위기 극복을 위해 교회는 그리스도교 고유의 신앙 내용에서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이번 대회에서 두 교리교육 문헌의 내용과 구조가 근본적으로 그리스도 중심에 있음을 재강조하고, 방법론 측면에서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 교육을 재부각시킨 것이 이를 잘 증명해 준다. 만일 한국 교회가 신앙의 내용보다는 신앙 행위, 곧 신비적, 기복적 그리고 감성적 측면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면, 이와 같은 그리스도교 고유의 신앙 내용의 강조는 한국 교리교육의 방향 설정에 중요한 신학적 정당성을 부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두 가지 교리교육 문헌의 발행이나 이번 대회의 목적이 각 지역 교회에게 교리교육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제공하는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각 개별 교회가 적극적으로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숙고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독려하고 도움을 주는 데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교리교육 총지침], 9항 참조). 보편 교회의 행동 양식은 개별 교회가 곧바로 행동에 옮길 만한 결정을 내리고 이를 어떻게 실천하는지를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교회가 실천적 결정을 위해 숙고해야 할 문제들을 신학적 사목적 측면에서 고찰하도록 독려하고 이에 대한 진지한 토론의 장을 열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 교회는 교리교육 대상자들이 처해 있는 고유 상황(개인적 공동체적 문화 상황)과 그리스도교 고유의 메시지의 전달 과정에서 겪게 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고찰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적절한 교리교육 방법론의 연구를 요청받는다. 바로 이와 같은 점들이 이번 대회가 한국 교회에 주는 교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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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황은 이번 대회 마지막 알현(2002년 10월 11일)에서 이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이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연원을 두며,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리서'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이 공의회의 텍스트들은 제3천년기를 사는 신자들을 위한 분명한 '지침'(나침반)을 이루고 있다"("세계 교리교육 대회 참가자들을 향한 연설", 1항, L'Osservatore Romano, 2002년 10월 22일, 8면). 따라서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트리엔트 공의회의 후속 작품인 [로마 교리서](1563년) ― 일명, "트리엔트 공의회에 따른 교리서" ― 의 신학적 가치와 견줄 수 있다. [로마 교리서]가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언급한 주요 내용들을 신자들을 위한 교육용으로 발행한 교리서라면, [가톨릭 교회 교리서] 역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잇는 교리서이기 때문이다.

 

2)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정체성에 관한 논의는 그 출판 이후부터 계속 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출판 이후, 로마 교황청에서는 이 교리서를 "종합, 표준 교리서"라고 강조하였다. 라틴어 결정판이 나오면서 교리서의 정체성에 대한 비판이 더욱 심화되었다. 곧 "교리서가 어떻게 결정판(edition defintive)이 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신학자들이 제기하였던 것이다. 결정판이라는 표현이 더 이상 수정할 필요가 없는 완전한 것이라는 의미를 암시하기 때문이다. 이점에 대해 라칭거 추기경은 형식적 면에서 교리서가 갖는 완전성이 아닌 내용 면에서의 완전성, 곧 그리스도 신앙의 유일성과 보편성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1997년에 교황이 세계 교리교육 대회 참가자들에게 한 연설과 올해의 연설 그리고 이번 대회의 최종 메시지를 비교해 보면, 교리서가 갖는 신학적 의미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 1997년의 연설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신앙의 전달 안에서 하나의 '특별한 권위를 지닌 도구'로 소개된다."라고 밝혔다("세계 교리교육 대회 참가자들을 향한 연설", 2항, L'osservatore Romano, 1997년 10월 28일, 5면). 올해의 메시지에서는 "이 교리서가 개별 교회의 교리서 편찬 작업에서 특별한 역할 수행을 위해 제시된 '참고서'"라고 밝히고 있다("세계 교리교육 대회 참가자들을 향한 연설", 6항, L'osservatore Romano, 2002년 10월 22일, 8면). 더 나아가 오요스 추기경은 세계 교리교육 대회 "최종 메시지"라는 결정문을 모임 마지막 날에 발표하면서, "이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지역 교회의 교리서 편찬을 위해 '간과할 수 없는 참고'이며, '쇄신된 교리교육을 위한 참고서'(요한 바오로 2세, Fidei Depositum, 1항)이다."라고 하였다("세계 교리교육 대회 '최종 메시지'", 요약 부분, 2항, L'osservatore Romano, 2002년 10월 29일, 2면). 결국 이 교리서가 갖는 신학적 의미와 가치라는 측면에서, 이번 대회가 이 교리서를 '참고서'라고 규정지으면서 그의 '특별한' 역할을 부각시킨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3) 추기경은 강연 서론에서 자신의 주제를 명백히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제기한다. "이 교리서가 여러 신학적 계획들 중의 한 계획으로 꾸며진 어떤 신학적 개념을 가지고 있는가? 그 신학적 개념이 어떤 특정 신학학파의 것인가? 곧 로마 학파(만일 존재한다면)의 것인가 아니면 라칭거 학파의 것인가? 예를 들면, 라너나 발타자르의 신학 개념들과 논쟁을 벌여야 할 개념을 가지고 있는가? 아시아와 구별되는 유럽식 신학 개념의 산출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교리서는 어떤 특정 신학의 열매가 될 수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 이 교리서는 여러 특정 신학 개념들에 선행하며 오히려 그들의 기초 또는 확립의 차원에 놓여 있다"(비간행 발표문 "Il concetto teologico del Catechismo della Chiesa Cattolica", 1면.).

 

4) "이 교리서는 유럽적인 것도 로마적인(지역적 의미의) 것도 아니고, 보편적, 가톨릭적이다. 교회의 신앙 신조에 대한 공통적 가르침들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위의 글, 6면.

 

5) [교리교육 총지침], 98-100항 참조;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중심축은 '길이며 진리이며 생명이신'(요한 14,6)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123항.

 

6) [교리교육 총지침]은 [현대의 교리교육]에서 밝힌 교리교육의 여러 가지 방법론들을 좀 더 자세히 언급한다. 하느님의 교육 방법(139항), 그리스도의 교육 방법(140항), 하느님의 교육 방법과 교리교육의 관계(143항), 신앙의 독창적 교육 방법(144항) 등으로 세분하여 살펴보고 있다. 이와 같은 방법론들은 순수 신학적 의미의 방법론들이다. 교리교육 방법론이란 교육에 있어서 요구되는 여러 가지 방법(기술)들만을 다루기보다 오히려 그들과 구별되는 진정한 의미의 신앙 교육 방법론([현대의 교리교육], 58항)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교리교육에서 중시해야 할 방법론적 요소들 중에서 교리교육의 고유한 방법론으로서의 신앙 교육과 그리스도 중심적 교육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교리교육 방법론은 신앙 교육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148항).

 

7) 쉔보른, 앞의 글, 10.11면.

 

8)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신앙과 이성], 70-71항 참조. 특히 "신앙의 토착화" 개념에 대하여, [교리교육 총지침], 109항 참조.

 

9) 쉔보른, 앞의 글, 12면.

 

10) 위와 같음. 교리교육에서 다루어야 할 "구원 신비의 역사적 성격과 성서 교리교육을 통한 구원 역사에 대한 제시"에 대해 [교리교육 총지침], 107-108항 참조.

 

11) "이야기"에 관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야기는 독자가 이야기의 세계와 내용에 비추어 자기 자신의 세계와 삶을 성찰하게 하고, 그 결과 독자에게 자신의 세계와 삶의 내용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까지도 제공한다. 성서 안의 이야기들도 이 같은 특성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이 방법론의 출발점이다. 교황청 성서 위원회, [교회 안에서 성서의 해석](L'interpreation de la Bible dans l'Eglise), 파리, 1994년, 37-40면 ; D. Marguerat·Y. Bonrquin, Pour lire les reits bibliques, Le Cerf·Labor et fides·Novalis, Paris·Genve·Monreal. 2002년, 177-186면 참조.

 

12) 교회는 최초의 복음 선포와 교리교육을 구별하면서([현대의 교리교육], 19항), 교리교육을 시간적 차원에서 복음 선포 이후의 일로 생각하였다. 이와 같은 구별은 과거 그리스도교 국가 안에서 교리교육의 개념을 정립하는 데 매우 유효하였다. 그러나 세속화 이후, 최초의 복음 선포를 전제하는, 곧 가정이나 교회에서의 교리교육을 통해 이미 하느님에 대한 초보적 신앙이 갖춰졌다고 전제하는 상황을 전처럼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특히 유럽의 교회), 협의의 교리교육 개념이 더 이상 현실성을 띠지 못하게 되었다. 따라서 교리교육이 이미 하느님에 대한 초보 신앙을 가진 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협의의 개념에서 신앙을 불러일으키는 것까지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교리교육의 협의적 개념과 광의적 개념에 관하여, [현대의 교리교육], 18-19. 25항 참조. 복음 선교와 교리교육의 관계에 관하여, [현대의 교리교육], 26항 ; [교리교육 총지침], 59항 ; [현대의 복음 선교], 17.22.44항 참조.

 

13) "세계 교리교육 대회 '최종 메시지'", 요약 부분, 6항; 적용 부분, 6항, 앞의 글.

 

14) 세계 교리교육 대회 "최종 메시지"는 이를 다시 두 번에 걸쳐 명시한다. 요약 부분, 6항; 적용 부분, 4항.

 

15) "세계 교리교육 대회 '최종 메시지'", 1항, 앞의 글.

 

[사목, 2002년 12월호, 곽진상(파리 가톨릭 대학 기초 신학 박사 과정, 수원교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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