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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도제제도식 예비신자 교리교육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08 조회수6,553 추천수1

나의 사목 체험담 : 도제제도식 예비신자 교리교육

 

 

중세시대에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 그 기술을 전해주고자 몇 사람을 제자로 삼아 그들이 기술을 습득할 때까지 숙식을 같이 하고, 마침내 제자들을 홀로 서게 하는 교육방법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장장이, 트럭 운전수, 자전거 수리꾼, 국악과 춤을 익히는 사람들이 이러한 교육방법을 이용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도제제도 교육이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3년 동안 데리고 다니시면서 복음과 그에 맞는 생활을 가르치신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는 레지오 마리애에서 도제제도식으로 새 단원을 교육하고 육성하고 있다(“7. 단원 양성을 위한 도제제도”, 「레지오 교본」, 105면 참조)는 것도 알았다. 

 

그러면서 예비신자 교육방법으로, 특별교육을 받은 평신도 3-5명이 한 조가 되어, 본당의 성직자 수도자와 함께 예비신자 3-5명을 담당하여 가르치는 방법을 도입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비신자 교육을 강의식으로 하면 교리나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그치고 그러한 방법은 예비신자들이 지루해하거나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예비신자들이 삶의 현장에서 신앙인으로서 살아가게 하려면 봉사자들이 그들에게 다가가 더 많은 것을 그들과 공유하며 함께할 때 좀 더 효과적인 교육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은 도제제도식 예비신자 교리를 준비하는 단계이지만, 도제제도를 준비하게 된 동기와 이미 시행한 예비신자 교사학교의 준비와 실제 과정, 그리고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연수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겠다.

 

 

도제제도를 도입하게 된 동기

 

신학생 시절 본당 신부님이 외국 신부님이셨기 때문에 방학 때면 신부님의 부탁으로 예비신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였다. 그뿐 아니라 주일미사 끝에 5분 정도 교리를 설명하라고 하셔서 「상해 천주교 요리」(윤형중 저)를 읽고 외워서 가르치곤 했다. 

 

그런데 곤란한 일이 생겼다. 교리를 이미 시작한 다음에 모여드는 예비신자를 다음 예비신자 교리반이 시작할 때 오라고 하면서 받아주지 않으면 아주 안 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예비신자들의 나이나 학벌을 고려해서 그들의 처지에 맞게 가르치고, 요일과 시간이 편리한 때를 맞추려면 교리반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본당의 신부님과 수녀님만을 교육자로 이해한다면 이러한 방법이 불가능했다. 어떤 분은 일주일 내내 일을 하고 저녁 9시나 10시에 퇴근하는데 그런 분들을 위한 교리반이 없었다. 어떤 분은 격일제 일을 12시간씩 하는데 그러다 보니 교리반에 나올 수가 없었다. 또 오래 앓고 있는 사람은 예비신자 교리에 나올 수가 없어서 결국 대세를 받고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처음에는 몇몇 신자들에게 부탁하여 교리서를 읽게 하고, 몸이 많이 안 좋아 교리반에 나올 수 없는 분들을 따로 가르쳐보라고 했다. 아무것도 안 배운 상태에서 대세를 주는 것보다는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방문하여 찰고를 해보면 아주 훌륭하게 가르쳤고 예비신자도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교리를 가르칠 수 있는 신자들을 뽑아서 집중 교육을 하여 예비신자 교리교사로 임명하였다. 그리고 정규 교리반에 나오는 몇몇 예비신자들을 그들에게 맡겼더니 아주 잘 가르쳤고, 예비신자들도 만족해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효목본당에 와서는 지난 3월 4일부터 160여 명의 예비신자 봉사자를 대상으로 한 교사학교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교사학교 준비와 실제 과정

 

1) 홍보

 

모든 신자에게 “도제제도식 예비신자 교리교육 방법”에 대하여 3주에 걸쳐 본당 주보에 공지하고 설명했으며, 이를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주보 간지를 만들어 배부했다.

 

2) 교사교육 대상자 선발

 

본당 교육위원회와 사목평의회의 의견에 따라, 우선 각 단체 임원들을 교사교육 대상자로 초청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단체장을 비롯한 신자 재교육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반 신자들 중에서 선발한다면 선발 기준도 문제이고, 선발되지 않은 분들이 섭섭해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3) 교육 기간

 

3월 4일부터 6월 17일까지 14주간 동안 진행하였으며, 다음 시간 중에 1회를 선택하게 하였다.

-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또는 오후 7시 30분(매회 2시간)

 

4) 교육 인원 확정

 

총 250명을 초청하였고, 만일 이 교육에 참여할 수 없는 분들은 본당신부와 직접 면담해 주기를 요청했다. 약 90명이 직장, 장기 출장, 기타 사유로 교육을 받을 수 없게 되어 160명으로 확정하고 교육을 시작했다. 낮반에 90명, 저녁반에 70명이 신청했다.

 

5) 교재 선택

 

여러 교재를 검토한 뒤, 「한국 천주교 예비신자 교리서」(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발행)를 기본 교재로 정하고 다른 참고서적에서 필요한 부분을 더하여 매번 유인물을 작성하여 배부하였으며, 이것을 바탕으로 강의하였다.

 

6) 교과 과정

 

교과 과정은 14회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7) 기도와 휴식

 

시작기도와 마침기도, 그리고 성가를 신자들이 바치고, 교육 중간에 15분 동안 쉬면서 간식(빵과 커피)을 먹었다.

 

8) 수료식

 

낮반과 저녁반으로 구별하여 졸업 사진을 찍었으며, 수료증은 액자에 넣어 배부하였다. 그리고 수료를 기념하는 축하 행사도 낮반과 저녁반으로 구별하여 진행했으며, 음식은 뷔페식으로 준비했다. 한편, 대표자 몇 명을 선발하여 주일미사 때에 수료장을 줌으로써 다른 신자들에게 알리는 효과를 보았다.

 

 

차후 연수 계획과 내용

 

교사학교에서는 교리 내용을 위주로 하여 교육했기 때문에, 이번 가을과 겨울에는 연수를 하고, 이 연수를 마친 신자들을 예비신자 교리교사로 임명할 것이다. 그리고 2006년 봄부터는 이 교사들이 예비신자 교육을 할 예정이다. 연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예비신자에게 가르쳐야 하는 교리 요약

2) 교리교수법

3) 가톨릭적 리더십

4) 세계교회사(약사)

5) 한국교회사(약사)

6) 전례와 신심행위들

7) 가톨릭과 개신교의 비교

8) 기타 생활교리 

9) 교사팀 조직

10) 팀 활동(도제 교육) 방법

11) 도제제도에 따른 예비신자 교리 운영 계획

12) 교안 발표

 

 

교리교육의 실제

 

1) 모든 과정을 수료한 평신도 교사 3-5명이 예비신자 3-5명을 맡아 「지시서」에 따라 가르친다. 교사끼리 출석 점검, 찰고 등 역할을 분담하고, 교리를 전담하는 교사가 다른 일이 생기더라도 다른 사람이 대신해서 강의를 할 수 있도록 미리 상의한다.

2) 정기적으로 예비신자 교리교사 모임을 하여 지원사항, 질문사항, 개선사항, 평가사항, 전체 진도사항에 대해 논의한다. 아울러 다음에 가르칠 종합 교리를 배운다.

3) 수도자 성직자가 예비신자 모임 가운데 몇 그룹씩을 맡아 한 달에 한 번 정도 종합하여 강의한다.

4) 대부모를 미리 선정해서 서로의 관계를 돈독히 한다.

5) 성직자 또는 수도자와 함께 가정 방문을 한다.

6) 병자나 출입이 어려운 노약자의 경우, 그들을 방문하여 교리를 가르친다.

7) 직장에서 온종일 일하는 사람을 위하여 특별 시간과 장소를 정하여 교육한다.

 

 

도제제도 교리교육의 좋은 점

 

1) 예비신자를 세심하게 관리할 수 있다.

2) 노인 예비신자는 노인들이, 젊은 예비신자는 젊은이들이, 직장에 다니는 예비신자는 직장인들이 가르침으로써 사제간에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3)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함으로써 깊이 있게 신앙을 전수할 수 있다.

4) 개인 사정을 고려해 줄 수 있다(보충 교리, 시간 변경, 결강 등). 특히 환자들을 위해서는 병원에서도 교리를 할 수 있다.

5) 세례를 받은 다음에도 관리가 잘 된다. 따라서 냉담하는 경우가 적다.

6) 처음보다 예비신자 수가 늘어난다.

7) 늦게 시작한 예비신자들도 진도를 맞출 수 있다.

8) 성직자나 수도자에 대한 존경심이 커진다.

9) 예비신자들이 교회의 분위기에 낯설어하지 않고 자신있게 신앙생활을 한다.

10) 교사 또는 대부모와 친숙해져서 든든한 느낌을 갖게 되고 그들에게 의지하게 된다. 특별히 희비애락이 생겼을 때도 이들과 의논할 수 있다.

11) 단체 가입, 신심행위 안내, 피정이나 연수 소개 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12) 교육 중에도 성지순례를 자주 갈 수 있다.

13) 신자 재교육의 효과가 크다.

 

 

주의할 점

 

1) 돈 거래를 하지 말아야 한다.

2) 교사가 예비신자들에게 자신을 존경해야 한다고 강요하거나, 선물, 식사 등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3) 파벌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4) 성직자나 수도자를 비난하거나, 또는 신자들끼리 서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

5) 사제 간이나 제자 간에 불목이 있어서는 안 된다(차별대우, 과도한 책망 등).

6) 교회의 단점이나 불평을 확대하기보다 잘 소화시키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7) 악한 표양을 보여서는 안 된다(추태, 욕설과 험담, 잘못된 음주문화, 방탕 등).

 

 

맺는 말

 

교사학교를 시작하기 전에는 신자들이 얼마나 잘 따라줄까 조금은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교사학교를 진행하면서 이러한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신자들은 수험생을 능가하겠다는 듯이 열심이었고 마치 내가 그들에게 빨려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중에 집계해 보니 낮반의 출석률은 95%, 저녁반의 출석률은 85%나 되었다. 

 

“평신도가 교리를 가르친다고요?” 하면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들과 함께하면서 오늘날 신자들의 지식수준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신자들이 신자들의 언어로 예비신자를 대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이며, 생활 안에서 살아있는 신앙생활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그리스도인은 개인생활, 가정생활, 사회생활, 교회생활이 모두 신앙생활이며, 마음과 정신과 영을 하느님께 향해 살고, 형식적인 것보다는 실천적인 행동이 있어야 함을 이제 신자들이 직접 보여줄 것이다. 수직적인 교육이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를 맺으며 함께하는 방법은 교리를 가르치는 신자에게도, 교리를 배우는 예비신자에게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리라 믿는다. 

 

이 자리를 빌려 함께해준 신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특별히 교사학교가 진행되는 동안 잠시 병원 신세를 져야 했지만, 계획대로 무사히 교사학교를 마치게 된 것도 신자들의 따뜻한 격려와 사랑에 힘입은 것임을 고백한다.

 

[사목, 2005년 10월호, 곽길우(대구대교구 효목본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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