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교리상식] (2) 십자가와 십자성호에 대해 알고 싶어요 십자가가 그리스도교 상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 배경을 좀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또 천주교 신자들은 밥 먹을 때나 기도할 때 손으로 몸에 십자가 표시를 하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 중죄인을 처형할 때 사용되던 십자가는 치욕의 상징이었으나,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신 후 구원과 생명을 나타내는 그리스도교의 대표적 상징이 됐다. 지난 5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폴란드 방문을 맞아 폴란드 바르샤바에 세워지고 있는 대형 십자가. CNS 자료 사진.
- 합장했을 때 손 모습. 십자가는 그리스도교의 대표적 상징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주님이요 하느님'이라고 믿고 고백하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기 때문이지요. 십자가는 예수님 시대 이전부터 근동 아시아와 로마 제국에서 사형(死刑) 수단으로 사용됐습니다. 로마제국에서는 중죄인, 특히 제국에 반기를 든 모반자들이나 강도들을 십자가형에 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십자가형에 처해졌다는 것은 그 자체가 바로 치욕이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예수님이 십자가형으로 돌아가신 것은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에게는 가장 치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지 3일 만에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 부활을 체험하고 난 후부터는 십자가를 더는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구원의 상징으로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신약성경은 십자가와 관련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유다인들은 표징을 요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찾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1 코린 1,23). 그런데 그리스도교가 전파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로마 제국에서는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들, 곧 그리스도인들에게 대한 박해가 일어납니다. 처형 수단인 십자가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혐오와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박해가 합쳐지면서 신자들은 드러내놓고 십자가 표시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자들은 비신자들이 모르도록 십자가를 삼지창이나 닻 형태로 변형해 자신들이 그리스도인임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남 모르게 개인적으로 이마나 가슴에 십자 표시를 하는 관습이 신자들 사이에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십자가를 공개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4세기에 로마제국에서 그리스도교가 용인되면서부터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4세기초 로마에서는 두 장군 콘스탄티누스와 막센시우스가 서로 황제가 되려는 야망에서 결전을 벌이게 됩니다. 전투를 하기 전날 밤 콘스탄티누스가 환시를 봤는데 하늘에 큰 십자가 표시가 보이면서 '이 표지로 그대는 승리하리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콘스탄티누스는 싸움에 이겨 마침내 황제 자리에 오릅니다. 이후 황제는 그리스도교를 공식으로 인정하고 세례까지 받게 됩니다. 그러면서 십자가는 무덤을 비롯해 기념비나 동전, 관공서 서류 등 곳곳에서 사용되기 시작하고 마침내 그리스도교가 4세기 말 로마제국 국교가 되면서 십자가는 그리스도교의 대표적 상징이 된 것입니다. 이와 함께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이마나 가슴에 하던 십자표시를 이마에서 가슴까지 그리고 두 어깨를 연결하는 큰 십자가 표시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발전해서 오늘날 천주교 신자들이 기도를 바칠 때나 식사를 할 때 긋는 십자성호가 된 것입니다.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 국교로 공인되고 널리 확산되면서 아무런 형상이 없는 민십자가를 보석이나 포도넝쿨 등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하는 관습이 생겼습니다. 또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모습을 표현한 십자고상(十字苦像)도 등장했습니다. 십자고상은 그리스도교 예술가들에 의해 고통 당하는 예수님 상, 영광스럽게 왕의 옷을 입고 팔을 벌리는 모습의 예수님 상 등 시대 상황에 따라 여러 형태를 띠었습니다. 성당에서 또 천주교 신자들 집에서 볼 수 있는 십자고상들은 이런 역사적 변천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알아둡시다 * 십자성호와 성호경 천주교 신자들은 기도할 때나 마칠 때, 식사를 할 때나 마칠 때, 그 밖에 일과를 시작하거나 마칠 때도 언제나 손으로 자기 몸에 십자 모양을 그으면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고 기도를 바칩니다. 이때 십자 모양을 긋는 것을 '십자성호', 함께 바치는 기도문을 '성호경'이라고 합니다. 「예비신자 교리서」는 십자성호를 그으며 성호경을 바치는 의미를 세 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둘째,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 곧 성자께서 우리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음을 상기하는 것입니다. 셋째, 우리가 천주교 신자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 십자성호 긋는 법 십자성호를 그을 때는 먼저 왼손은 손가락을 붙여서 가슴에 붙입니다. 그리고는 오른손은 손가락을 다 모아 먼저 이마에 대고 "성부와" 이어서 가슴에 대면서 "성자와" 다시 왼편 어깨에 대고는 "성" 마지막으로 오른편 어깨에 대며 "령의" 하고 십자표를 그은 후 두 손을 모아 가슴에 붙이면서 나머지 부분 "이름으로. 아멘"을 바칩니다. 손을 모을 때는 왼손 엄지손가락이 오른손 검지 쪽을 잡고, 오른손 엄지 손가락을 왼손 엄지 위로 포개 엄지 손가락이 대각선으로 십자표시를 이루도록 합니다. 성호경을 바칠 때는 언제나 이렇게 십자성호를 그으면서 바칩니다. 십자성호를 그으며 성호경을 바치는 이 행위로써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며, 우리가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로서 성령 안에서 행동할 수 있도록 은총을 청합니다. 이 십자성호는 또한 세상의 온갖 유혹과 어려움 가운데서 우리를 굳세게 해줍니다. 이제부터는 십자성호를 그을 때마다 정성을 다해 그으면서 성호경도 정성스럽게 바칩시다. 천주교 신자들은 미사 중 복음 말씀을 읽기 전에도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이마와 입술과 가슴에 십자표시를 합니다. 이것은 복음 말씀을 믿고 받아들이며(이마), 입으로 고백하며(입술), 가슴에 새겨 실천한다(가슴)는 의미를 지닙니다. [평화신문, 2006년 7월 9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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