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에 따른 가톨릭교회교리서 공부합시다] (14) 사순 제5주일 - 고해성사
화해의 성사,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 회복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요한 8,11). 우리 잘못을 고백합시다. 주님께서는 기꺼이 용서해 주십니다. 회개의 성사, 참회의 성사, 화해의 성사라고도 하는 고해성사에 대해 알아봅니다.
◇ 살펴봅시다
㉠ 고해성사의 필요성(1424~1445항) : 우리는 세례를 받음으로써 원죄와 본죄(직접 지은 죄)가 모두 깨끗이 사해지고 거룩하고 흠없는 사람이 됩니다. 하지만 세례를 받은 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죄를 지으며 살아갑니다. 세례성사가 모든 죄를 깨끗이 없애주지만 "인간 본성의 불안정함과 나약함을 없앤 것은 아니고, 전통적으로 사욕이라고 부르는, 죄로 기우는 경향을 없앤 것도 아니었기"(1426항) 때문입니다.
그래서 죄를 지은 사람은 하느님께 용서를 받아야 합니다. "죄는 무엇보다도 하느님께 대한 모욕"(1440항)이고 또 하느님만이 죄를 용서하시는 까닭입니다. 하느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신적 권위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제자들에게 주시며 당신 이름으로 행사하게 하십니다. 예수님께 이 권한을 위임받은 이들이 사도들입니다.
그뿐 아니라 죄는 교회와 이루는 친교에도 해를 끼칩니다. 그래서 죄를 지은 사람은 또한 교회와 화해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죄를 용서하는 당신 권한을 사도들에게 주시면서 죄인들을 교회와 화해시키는 권한도 주십니다. 이는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네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하시며 주신 '매고 푸는 권한'에서 잘 드러납니다. 베드로에게 맡겨진 매고 푸는 저 임무는 그 단장과 결합돼 있는 사도단에도 부여되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죄를 지은 사람은 회개를 통해 하느님의 용서를 얻고 또 하느님과 교회와 화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해성사는 이를 전례적으로 표현하고 실현하는 것"(1440항)입니다. 이 고해성사는 참회자 혹은 고백자의 세 가지 행위와 집전자인 사제의 사죄로써 이뤄집니다.
㉡ 참회자의 행위(1450~60, 1490항) : 참회자의 세 가지 행위는 마음의 통회, 사제에게 하는 죄의 고백, 그리고 보속하겠다는 결심과 그 이행입니다.
통회는 "지은 죄에 대한 마음의 고통이며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그 죄를 미워하는 것"(1451항)입니다. 통회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하느님의 마음을 상해 드린 것을 아파하는 완전한 통회(사랑의 통회)입니다. 완전한 통회는 소죄를 용서해 주며, 가능한 한 속히 고해성사를 받겠다는 굳은 다짐이 포함된 경우 죽을 죄도 용서받게 해 줍니다. 또 하나는 불완전한 통회(두려움의 통회)로, 죄의 추악함이나 벌에 대한 두려움에서 통회하는 것입니다. 불완전한 통회는 그 자체로는 대죄를 용서받지 못하며, 고해성사로 용서받도록 준비시킬 뿐입니다.
통회하고 고해성사를 받으려면 먼저 어떤 죄를 지었는지 알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하느님 말씀에 비춰 자신의 양심을 살펴보는 양심성찰이 필요합니다. 십계명, 복음서의 산상설교, 서간에 나오는 사도들의 가르침 등이 양심성찰을 위한 요긴한 성경 본문들입니다.
통회를 한 후에는 죄를 고백합니다. 죄의 고백은 지은 죄를 직시하게 해주고 그에 대한 책임을 깨닫게 해주며 그 책임을 받아들임으로써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친교에 다시 마음을 열게 해줍니다. 고해성사에서 핵심은 사제에게 죄를 고백하는 것입니다. 죽을 죄, 곧 대죄는 하나하나 열거해야 합니다. 부끄럽다고 해서 숨긴다면,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의 증세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치료를 받고자 하는 것과 같습니다. 반드시 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잘못(소죄)도 고백하기를 교회는 크게 장려합니다.
보속은 죄의 결과로 인한 폐해를 보상하는 것입니다. 적절한 방법으로 죄를 보상하거나 속죄해야 하는데 이를 보속(補贖)이라고 합니다. 고해사제는 참회자의 고백을 듣고 나면 죄의 경중과 개인적 상황, 영적 이익 등을 고려해 적절한 보속을 내려주며, 고백자는 이를 성실하게 이행해야 합니다.
㉢ 고해성사의 집전자(1461~1467항) : 고해성사의 집전자들은 주교와 사제들입니다. 주교와 사제들은 성품성사의 힘으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모든 죄를 용서할 권한을 가집니다. 사제는 신자에게 고해성사를 받도록 권고해야 하며 신자가 합리적으로 이 성사를 요청할 때마다 언제나 기꺼이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고해성사를 거행할 때 사제는 잃어버린 양을 찾는 착한 목자, 탕자를 기다리다 맞아들이는 아버지,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공정하고 자비로운 판결을 내리는 의로운 재판관의 직무를 다해야 합니다. "죄인에 대한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표지이며 도구"(1465항)인 사제는 "하느님의 용서를 마음대로 다루는 주인이 아니라 종"(1466항)입니다.
고해사제는 △ 죄에 떨어진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며 △ 진리를 사랑하고 교회 교도권에 충실해야 하고 △ 고백하는 사람을 치유와 완전한 성숙으로 인내로이 인도해야 하며 △ 고백자를 위해 기도하고 속죄해야 합니다.
㉣ 고해성사의 효과(1468~1470, 1496항) : 고해성사의 효과는 하느님의 은총을 회복시켜 주고 하느님과 화해하고 결합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고해성사는 또 우리를 교회와 화해시켜 줍니다. 죄가 약화시키거나 파괴한 형제적 친교를 바로 잡고 회복시켜 줍니다.
◇ 알아둡시다
고해성사는 나아가 △ 죽을 죄로 받게 되었던 영원한 벌(영벌)을 사면받게 해주고 △ 잠벌(暫罰, 그 죄 때문에 받아야 잠시 받아야 할 벌)을 적어도 부분적으로 사면받게 해주며 △ 양심의 평화와 안온, 영적 위안을 주고 △ 악의 유혹과 맞서 싸우는 데 필요한 영적 힘을 키워 줍니다.
- 교회법에서 가장 엄한 벌인 파문을 받은 사람은 고해성사를 받지 못합니다. 파문을 푸는 권한은 교회법에 따라 그 지역의 주교와 교황, 또는 이들에게서 권한을 받은 사제들에게만 있습니다. 그러나 파문된 사람이 죽을 위험이 있을 때는 고백을 들을 권한이 없는 사제까지도 포함해서 모든 사제가 모든 죄와 파문에서 그 사람을 풀어 줄 수 있습니다(1463항).
- 고해사제는 고백자에게서 들은 죄에 대해 절대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으며, 고해를 통해 고백자들의 삶에 대해 알게 된 것을 인용해서도 안 됩니다(1467항).
[평화신문, 2013년 3월 17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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