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 (55) 공공재를 시장에서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을까?
공공성 해치는 민영화의 그늘
지난 호에는 효율성과 경제성을 목적으로 공공재를 민영화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는 글을 실었다. 공공재는 사회 구성원 누구도 그 재화 사용에서 배제할 수 없으며, 다른 재화로 대체할 수 없는 특성이 있다. 그러기에 어느 정도 비효율과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공공 영역에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교리에 비춰보면, 공공재에 관한 몇 가지 조항을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자유시장과 공공재, 둘째는 재화(사용)의 보편적 목적 및 권리, 셋째는 재화(사용)의 보편적 목적 및 권리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선적 선택, 넷째는 국가(정치공동체)와 국제금융시장과 공공재의 민영화, 마지막으로 공동선 실현이라는 국가의 의무에 대한 가르침이다. 오늘은 '자유시장과 공공재'에 대해 살펴보자.
인간 성장의 필수적 재화 공공재
공공재의 비배제성이란 가난해서 그 재화를 구매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도 재화사용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돈이 없어서 병원을 못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운영상 여러 문제가 지적되는 국민건강보험에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보험료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시민일지라도 국민기초생활제도로 보호하는 이유다.
공공재의 비경쟁성이란 앞의 경우처럼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할 때, 의료 서비스 말고 다른 서비스로 대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아픈 사람은 의료서비스 말고 다른 서비스를 선택해 건강을 회복할 수 없다. 의료 서비스는 시장에서 사고파는 콩나물과 시금치 같은 상품이 아니다. 콩나물은 입맛에 따라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아프면 누구나 예외 없이 병원에 가야 한다(비배제성). 시금치 대신 꽁치구이 반찬을 먹으면 되지만 아프면 병원 말고는 갈 곳이 없다(비경쟁성).
바로 이 비배제성과 비경쟁성이란 특성으로 공공재를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내맡길 수만은 없다. 시장에서는 구매능력이란 것이 반드시 개입하기 때문이다. 구매능력이 있는 이들만이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고, 대체 상품들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물론 교회는 자유시장의 긍정적인 면을 다음과 같이 인정한다. "진정한 경쟁 시장은 정의가 추구하는 중요한 목표들에 이를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이다. 그 목표란 개별 기업들의 과도한 이윤을 조절하고,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며, 자원을 더욱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보존하며, 기업가 정신과 혁신에는 상응하는 보상이 돌아가며, 건전한 경쟁 분위기에서 상품을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정보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간추린 사회교리」 347항).
공공재는 우리 모두의 것
사회교리는 실질적인 시장의 우상숭배 위험에 직면해 시장의 한계를 강조한다. "시장만이 모든 종류의 상품을 공급할 임무를 맡을 수 있다는 생각은(…)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그러한 한계는 본질적으로 단순한 상품들이 아니며 또 될 수도 없는 재화들, 곧 시장의 전형적인 특징인 '등가교환'법칙과 계약 논리에 따라 사고팔 수 있는 것이 아닌 재화를, 필요로 하는 인간의 중요한 요구를 시장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에서 쉽게 드러난다"(349항).
인용에서 말하는 '등가교환법칙과 계약 논리에 따라 사고팔 수 있는 것이 아닌 재화'이면서 '인간의 중요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재화가 바로 공공재라 할 수 있다. 공공재는 국민들의 인간적 성장에 필수적인 재화와 용역으로서 시장에서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보장할 수 없는 분야이며, 시장의 구조에 좌우돼서는 안 되는 특정 범주의 재화와 집합재, 공공 사용을 위한 재화들이라는 뜻이다(345-346 참조).
교회는 경제 분야에 대한 국가의 활동에 있어서, 보조성의 원리와 연대성의 원리를 따라야 한다고 가르친다.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여야 하며, 연대성에 원리에 따라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경제 주체 당사자들의 자율성에 일정 제한을 두어야 한다"(351항).
더 나아가 국민들이 인간적 성장에 필수적인 재화와 용역이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보장할 수 없는 분야의 경우, 국가와 시장의 상호 보완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가르친다. 공공재를 민영화 혹은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내놓아 경쟁체제를 통해 효율과 경제성을 높여 국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것이라는 주장은 인간이 갖는 탐욕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낭만이다. 인간적인 성장에 필수적인 재화와 용역인 만큼 그 수익이 얼마나 막대할 것인가.
[평화신문, 2013년 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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