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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21: 인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23 조회수2,780 추천수0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21)


25. 인간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사랑하신다”라는 한 마디로 성경을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은 피조물들 가운데 독특하고 고귀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보이는 모든 피조물 가운데서 오직 인간만이 “창조주를 알아 사랑할 수 있으며”, 인간만이 “이 지상에서 그 자체를 위하여 하느님께서 원하신 유일한 피조물”이고, 오직 인간만이 하느님을 알고 사랑함으로써,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도록 부름을 받았다(가톨릭교회교리서 356항).

1) “하느님의 모습대로”

성경은 인간이 고귀한 이유를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 내셨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 내시되 남자와 여자로 지어 내셨다”(창세 1,27).

그런데 인간은 어떤 점에서 하느님을 닮았을까요? 인간은 영혼을 지녔다는 점에서 하느님을 닮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이십니다. 인간도 영혼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하느님의 영과 인간의 영혼이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의 영은 창조되지 않은 무한한 영이시고, 인간의 영혼은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된 유한한 영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인간이 “하느님과 같다”라고 말하지 않고, “닮았다”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인간은 하느님께서 주신 영혼을 통해서 하느님의 영과 통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되었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들과 완전히 구별됩니다.

오, 인간이여,
잠에서 깨어나 당신의 본성이 지닌 품위를 깨달으십시오.
당신은 하느님의 모상에 따라 창조되었음을 기억하십시오.
- 레오 교황

2) 영혼의 특징 - 자유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선사받은 영혼은 어떤 것일까요? 지난 시간에도 말씀드렸지만, 우리 안에 영혼이 있지만, 그 영혼을 보거나 느낄 수는 없습니다. 영혼은 하느님을 닮은 영적인 차원의 것이기 때문에 신비입니다.

우리가 영혼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영혼이 우리 안에서 일으키는 작용은 알 수 있습니다. 영혼을 선사받음으로써 인간은 자유를 누리게 됩니다. 물질세계는 항상 인과관계에 얽매여 있습니다. 갑자기 의자가 공중으로 날라 다닐 수는 없습니다. 동물들은 본능에만 충실합니다. 인간 역시 자유롭지 못합니다. 자연법칙과 사회상황에 얽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은 자유로이 선택할 여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빅터 프랭클이라는 유다인 정신과 의사가 2차 대전 중에 죽음의 수용소에 갇혔습니다. 매일같이 중노동과 배고픔과 죽음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환경입니다. 게다가 이런 생활이 언제 끝날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살려고 바둥거리는 것 이외에 인간이 무슨 다른 선택을 하겠습니까? 그런데 빅터 프랭클이 동료들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해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떤 이는 동물처럼 울부짖으며 생활하지만, 어떤 이들은 아픈 동료들을 위해 자기의 부족한 식량을 나누어 주는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런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은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느님을 닮은 인간의 모습입니다.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영에서 태어난 이도 다 이와 같다.”(요한 3,8)

사람들은 수많은 핑계를 댑니다. “직장 상사가 나를 기분 나쁘게 해서 술을 마셨다. 술에 취해서 싸움을 했다.” 이런 식으로 핑계를 댈 때 우리는 스스로를 본능에만 매여 있는 짐승으로 전락시킵니다. 직장 상사가 기분 나쁘게 했어도 퇴근 길에 성당에 들러 성체조배를 하면서 마음을 추스를 수도 있습니다. 왼 뺨을 때릴 때 오른 뺨을 내밀면 나는 정말로 자유입니다. “참자유는 인간 안에 있는 하느님 모습의 탁월한 표징이다”(사목헌장 17항).

3) 육체와 영혼으로 하나인 존재

영혼이 하느님께서 선물하신 참으로 소중한 것이고, 인간 존엄성의 근거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육체가 무가치하거나 더러운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지어진 ‘인간’은 육체적이며 동시에 영적인 존재이다. “하느님께서 진흙으로 사람을 빚어 만드시고 코에 입김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창세 2,7)는 성서의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사실을 상징적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전체적인 인간을 원하신 것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362항).

반대로 영혼은 소홀히 하고, 오로지 육체에만 관심을 쓰는 것도 잘못된 태도입니다. 오늘날 육체적인 건강만, 육체적인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웰빙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영혼의 건강과 영혼의 아름다움을 상실한다면, 우리는 동물이 되고 말 것입니다.

4) 영혼의 또 다른 특징 - 관계성

영혼을 선사받은 인간의 또 다른 특징은 관계성입니다. 하느님께서 고독하신 분이 아닌 것처럼 인간도 홀로 있을 수 없습니다.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창세 2,18). 자석이 서로를 끌어 당기듯이 영혼도 영혼에게 이끌리는 특성이 있습니다. 인간은 영혼을 지니고 있기에 영혼 그 자체이신 하느님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그분 안에서 평화를 맛봅니다. “당신 안에 쉬기까지 우리 마음이 착찹하지 않삽나이다.”(성 아우구스티노)

또한 이웃 인간들의 영혼에도 이끌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부간의 사랑, 자녀들에 대한 사랑, 친구들과의 우정을 동경하게 됩니다. 이것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특성이 인간 영혼에 각인된 결과입니다.

앞에서 인간의 영혼의 특성이 자유라고 했는데, 그 자유는 하느님과의 관계, 이웃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자유롭게 살고 싶고, 구속당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어떤 때는 가족들이 나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신앙생활을 하는 것도 구속으로 느껴집니다. 어떤 젊은이들은 구속받기 싫어서 결혼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관계를 떠난 자유는 허무한 자유입니다. 인간 영혼의 자유는 “너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너를 향한 자유”가 되어야 합니다.

[2013년 3월 24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의정부주보 5-7면, 강신모 신부(선교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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