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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22: 악의 세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30 조회수2,279 추천수0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22)


26. 악의 세력

1) 악의 세력은 분명 존재한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보시니 좋은” 모습으로 창조하셨습니다. 게다가 인간들에게는 영혼을 주셔서 하느님과 사랑의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현실에는 여러 가지 무질서와 고통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자연재해와 질병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무죄한 어린이들이 전쟁과 굶주림으로 죽어 가고, 죄인들이 득세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또한 인간은 선한 삶을 살고자 노력을 해도 너무 쉽게 죄로 기울어지곤 합니다.

여기서 근본적인 신앙의 물음이 나옵니다.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면, 어째서 이 세상에 악과 고통이 있는가” 지난 시간에 “하느님의 섭리”를 다루면서, 세상의 악과 고통의 원인이 인간에게 있음을 설명한 바 있습니다. 사람들이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 행동함으로써 아름답게 창조된 세상에 악과 고통이 초래된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만연한 악과 고통의 원인이 오로지 인간의 잘못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부족한 설명입니다.

그래서 성경과 성전은 하느님의 창조 질서 파괴에는 인간의 죄 이외에 다른 요소가 작용한다고 가르칩니다. 그것이 바로 악마 또는 사탄이라고 불리우는 악의 세력입니다.

나는 내가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는 내가 바라는 것을 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합니다. … 여기에서 나는 법칙을 발견합니다. 내가 좋은 것을 하기를 바라는데도 악이 바로 내 곁에 있다는 것입니다(로마 7,15.21).

많은 현대인들이 성경에 나타나는 악마나 사탄의 존재를 부인합니다. 이런 것의 존재를 믿는 것은 유치한 생각이라고 단정짓습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악마의 유혹을 인간의 심리적인 현상, 또는 부적절한 사회 구조 정도로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성경과 성전이 증언하는 바는 명백합니다. 악의 세력은 영적인 존재로서 엄연히 실재합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봉사하는 영적인 세계인 천사들이 존재함을 믿듯이, 하느님께 반역하는 영적인 세력도 분명 존재함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2) 악마는 타락한 천사들

여기서 다시 중요한 문제가 제기됩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것은 선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상의 질서를 뒤흔드는 악의 세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악마는 타락한 천사들입니다. 성경은 명시적으로 천사의 타락에 대해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성전에 의거하여 천사들의 범죄에 대해 가르칩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천사들 중에서 자신들의 자유를 남용하여 하느님께 반역하는 이들이 생겨났고, 그들이 악마가 되었습니다.

왜 하느님께서는 천사들의 범죄를 막지 않으셨을까요? 그것은 자유의지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영적인 존재들(인간까지 포함해서)에게 자유를 부여하셨습니다. 물질적인 존재들은 자연법칙에 묶여 있어야 하지만, 영적인 존재들은 하느님처럼 자유를 행사할 수 있도록 창조되었습니다. 자유가 있어야만 순명이 가능하고, 온전한 친교가 가능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영적인 존재들에게 당신의 친구가 되는 특권을 부여하셨던 것입니다. 자유를 행사하는 것은 천사들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자유를 사용하여 하느님을 온전히 섬길 수도 있지만, 하느님을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3) 천사들의 죄는 용서받을 수 없다

천사들의 죄와 인간의 죄는 차원이 다릅니다. 우선 천사들은 스스로 범죄했습니다. 반면에 인간은 타락한 천사들, 즉 악마의 유혹을 받아서 죄를 짓습니다. 천사들의 죄가 엄중하게 취급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한 인간은 영적 요소와 물질적 요소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인간은 하느님을 희미하게 볼 수밖에 없고, 온전한 의미에서의 자유도 행사할 수 없습니다. 반면에 천사들은 순수 영이기 때문에 하느님을 면전에서 봅니다. 그들의 자유능력은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등지는 범죄를 행했다는 것은 천사들의 죄가 용서받을 수 없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천사들의 죄가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은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에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선택이 지닌 돌이킬 수 없는 특성 때문이다. “사람이 죽은 뒤에는 참회가 없는 것처럼, 그들도 타락한 뒤에는 참회가 없다”(가톨릭교회교리서 393항).

결국 타락한 천사들은 용서받고 다시 하느님의 봉사자로 복귀할 가능성이 없기에 오로지 하느님께 반역하는 방향으로만 나아갑니다.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인간을 부추켜서 악의 왕국을 건설하고자 합니다.

4) 악의 세력은 완전하지 못하다

그러나 사탄의 힘은 무한하지 못하다. 그는 다만 하나의 피조물일 뿐이다. 그는 순수한 영적 존재이기 때문에 강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는 하느님 나라의 건설을 막지 못한다. 사탄은 하느님을 거슬러 예수 그리스도 안의 하느님 나라를 증오하면서 세상에서 활동한다. 인간과 사회에 영적으로 또 간접적으로는 물질적인 것에까지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 하더라도, 결국 이러한 활동은 인간과 세계의 역사를 힘차고도 부드럽게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섭리가 허락하신 일이다. 이러한 악마의 활동에 대한 하느님의 허락은 하나의 커다란 신비이지만,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작용해서 좋은 결과를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가톨릭교회교리서 395항).

요한 비안네 성인께서는 악의 세력과 관련해서 이런 강론을 종종 하셨습니다. “나는 우리를 유혹하기 위해서 사방에 악마가 도사리고 있는 것을 본다. 그러나 우리가 성호경을 긋기만 하면 악마들은 비명을 지르고 도망친다.”

성인의 말씀대로,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들은, 악의 세력을 우습게 생각해서도 안되겠지만, 악의 세력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2013년 3월 31일 예수 부활 대축일 의정부주보 5-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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