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해설 (3) 천지의 창조주
세상 사물은 있다가 없다가 하는 무상한 것입니다. 산이나 바다도 수십억 년 전에는 없었고, 장차 또 사라질 것입니다. 오직 하느님만이 영원히 계시고, 스스로 계십니다. 하느님께서 만물을 창조하셨다는 말은 하느님께서 있다 없다 하는 무상한 이 모든 것들을 존재하도록 해 주신다는 말입니다. 재료나 도구가 필요 없으신 하느님께서는 오직 당신의 뜻과 말씀만으로, 아무 것도 없는 데서부터 만물을 지으십니다. 눈에 보이는 물체들뿐 아니라 형체가 없는 시간이나 공간, 우주의 모든 법칙, 사람의 영혼이나 천사들도 하느님께서 지으시고 또 보존하시는 것입니다.
나를 살리시는 아버지
세상을 살다 보면 큰 은혜를 입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님의 은혜는 물론이고, 어찌하면 좋을지 몰라 고민할 때, 또 슬퍼하거나 괴로워할 때 곁에 있어 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이런 은혜는 평생 잊을 수 없고, “그 때 그분이 없었다면 나는 대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살아있기나 하겠는가?” 하고 마음에 새기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말은 바로 이런 뜻입니다. 즉, “하느님 아버지, 아버지 덕분에 제가 있게 되었고 또 오늘 이렇게 살아있으니 감사합니다.”라는 말입니다.
나를 귀여워해 주시는 아버지 하느님께서 만물을 지으셨다는 말은 또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다 쓸모가 있고 좋은 것이라는 뜻입니다. 성경은 하느님께서 손수 지으신 만물을 “보시니 좋았다”(창세 1,10.12.18.21.25)고, 특히 사람을 지으신 후에는 “보시니 참 좋았다”(창세 1,31)고 말합니다. 착하신 하느님께서는 나쁜 것, 못 쓸 것을 하나도 만들지 않으십니다. 심보가 고약한 우리가 하느님께서 만드신 좋은 것들을 나쁜 목적에 쓰거나 망치거나 하는 것이지요. 하찮은 모기 한 마리도 하느님께서 원하시기에 생겨났습니다. 그러니 모기보다 훨씬 귀한 이 ‘나’라는 존재는 어쩌다 보니 우연히 생겨나 세상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정하신 좋은 뜻에 따라 생겨난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어찌 생각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천지를 만드시고 다스리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이 나를 좋게 보시고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렇지 않다면 왜 나를 만드셨겠습니까?
“천지의 창조주”라는 말은, 나를 사랑하셔서 세상에 나게 하시고 좋은 것들을 두루 갖추어 주신 아버지, 그 은혜로 오늘 내가 이렇게 살아있는 아버지, 나를 귀엽게 여기시고 쓸모 있는 사람으로 보아 주시는 아버지께 드리는 감사와 찬미입니다.
[2013년 4월 14일 부활 제3주일 대구주보 4면, 문화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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