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현 신부의 사회교리] 사회교리란 무엇인가? 사회문제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을 일반적으로 사회교리라 부른다. 사회교리란 말은 다양한 형태의 다른 말로도 표현된다. 사회교리(Doctrina socialis), 사회적 가르침 (Disciplina socialis), 사회적 교도권(Magisterium socialis) 등으로 표현되며, 지역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영어권에서는 사회적 가르침(Catholic Social Teaching)이라 부르며, 이태리, 스페인어권, 불어권에서는 사회교의(Dottrina sociale, Doctrina social, Doctrine sociale)로, 독일어권에서는 대개 가톨릭 사회론(soziallehre)으로 불린다. 달리 말해서 사회교리는 별명이 많다. 별명이 많다는 것은 사회교리의 내용이 다양하고,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 사회교리의 탄생 사회교리는 사회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하여 해답을 제시하는 과정에 형성되었다. 사회문제는 어느 시기 어느 사회에나 있어 왔지만, 19세기 산업혁명 후 그 이전 사회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형태의 사회문제가 일어났다. 즉 노동자 문제, 노동력 착취, 생계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문제, 빈익빈 부익부 현상 등 당시의 사회문제들은 신앙에 대한 이성의 우위를 주장한 17세기의 프랑스 혁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정치, 경제, 문화에 있어서 반 성직주의, 무신론, 종교적 무관심주의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를 더욱 세속화하면서 사람들의 삶을 반그리스도교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있었다. 이러한 사상과 문화에 대항하여 교회는 올바른 사상을 제시할 필요성을 느꼈으며, 급속하게 변화하는 사회에 새로운 분위기를 불어넣어야 할 의무감과 사회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가톨릭 교회가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기준을 제시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러한 교회의 자각은 사회교리의 탄생을 가져왔다. 결국 사회 교리는 첫째, 사회 안에서 사회와 함께 존재하면서 가르친다는 교회의 당연한 권리와 의무에 대한 확신, 둘째, 교회를 반대하는 시대조류와 사상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사회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완성할 수 있다는 확신, 셋째,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가톨릭적 해결을 제시하려는 의도, 넷째, 참되고 고유한 가톨릭 사회학을 건설하려는 열망(사십주년 35-39)에서 탄생하였다. 이상과 같은 확신과 열망을 가진 사회교리는 기본 원칙들이 변치 않는다 할지라도 다양한 시대와 다양한 장소의 필요와 도전에 지속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회교리는 하나의 불변하는 가르침의 체계가 아니라, 사회의 변화와 시대의 정신을 반영하기에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가르침인 것이다. 2. 사회교리의 원천 가톨릭 사회 교리란 “인간 삶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인식에 있어서 필요 불가결한 부분”(어머니와 교사, 231)이다. 따라서 사회교리는 성서, 성전, 교부들의 가르침과 이성적 원리를 바탕으로 하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복음의 빛으로 비추어 생각하고 판단하며 행동해야 하는 인간에게 그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다. 곧 사회교리는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현대 세계에서 어떻게 행동 할 것인가를 가르치는 사회 윤리적 행동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 교리는 우선 성서의 가르침에 그 기반을 둔다. 교회의 모든 가르침이 그러하듯, 사회교리는 하느님의 계시 진리가 기록되어 있는 성서를 그 바탕으로 한다. 실제로 성서에서 구체적인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행동기준을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 행동의 기준을 성서 안에서 찾을 수 있으며, 이러한 기준은 사회 교리에도 적용이 된다. 또한 사회 교리는 성전과 교부들의 가르침을 그 원천으로 삼는다. 사도들의 후계자들인 교부들은 자신들이 처한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환경 속에서 복음을 해석하고 가르쳤다. 이들은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자신들의 강론과 저서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이러한 사도들의 가르침은 교회의 거룩한 전통을 형성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러한 전통 속에서 사회 윤리적 행동 기준을 찾을 수 있다. 사회교리의 세 번째 원천은 이성적 원리이다. 인간은 이성의 활동을 통해 판단하고 행동하게 된다. 즉 이성의 활동을 통해 인간은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합리적인지를 판단하기에 사회적 행동기준을 제시하는 사회 교리는 당연히 이성의 원리를 그 기반으로 한다. 그러기에 사회교리는 인간학 · 사회학 · 경제학 · 정치학 · 법학 · 심리학 · 교육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적 결과를 무시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들 학문의 도움을 받아 사회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분석하고 그 해결점을 모색하려 한다. 그러나 사회 교리의 가장 직접적인 원천은 무엇보다 현대 세계의 사회 문제들이다. 실상 사회문제가 있기에 이 문제를 복음적으로 해결하려는 교회의 노력에 의하여 사회교리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기에 사회문제는 사회교리의 직접적인 배경이며 원천인 것이다. 3. 사회교리의 목적 교회의 모든 활동의 목적은 복음 선포이다. 사실 교회는 예비자들을 모으고 교리를 가르침으로써 사람들에게 직접 복음을 선포하고 있으며, 자선사업·복지사업·교육사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복음을 선포하고 있다. 또한 교회는 사회교리를 통해 사회·정치·경제·문화에 복음정신이 스며들게 하며, 인간사회가 더욱 하느님의 뜻에 합당하도록 이끄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교회는 사회교리를 통하여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도모하고 각종 억압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고자 한다. 그러기에 사회교리는 사회의 복음화를 위한 수단이며, 새로운 복음화의 본질적일 요소일 것이다. 실천적인 면에서 교회는 사회교리를 통해서 사회를 복음화해야 하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예언직을 실현하는 것이다. 세상의 복음화는 교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의 의무요 권리이지만, 현실 세계 안에서 복음화의 첫 번째 책임은 평신도에게 있는 것이다. 즉 “신자들의 복음 선교활동의 무대는 바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예술, 국제 활동, 홍보 등 광범위한, 한마디로 복잡한 현실 세계가 되는 것이다”(Evangeli nuntiandi, 70). 인간과 사회에 봉사하면서 복음을 실천하고 선포해야 할 의무는 “평신도들의 세속적 특성 때문에 평신도들에게 속한다. 현실 세계 질서에 그리스도교적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평신도들의 고유하고 대체할 수 없는 의무에 속하는 것이다”(Christifideles laici 17). 따라서 평신도들은 사회교리를 배우고 익혀서 세상을 복음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회교리는 일종의 교리 교육이다. 왜냐하면, 사회교리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이 거저 주신 새 생명과 모든 사물의 질서가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하나가 되는 것을 선포한다. 또한 하느님과의 통교를 촉진하고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계획에 참여하여 실현되도록 재촉하며, 인류 전체의 발전과 해방의 과정을 촉진하는 수단으로 사람들을 올바른 사회를 건설해야 하는 소명에 응답할 수 있도록 인도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에 사회교리는 제도나 구조, 체제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이나, 단순하게 사회악을 고발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환경적 구조를 수정하고, 올바른 사회모형을 제시하기 위한 직접적인 활동을 규정하고, 선언하는 것이다. 결국 사회교리의 본질적인 목적은 신자들이 자신들이 살아가는 사회 안에서 세상에 활기와 생기를 주려는 의도와 더불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러한 정신에 따라 세상의 구조를 형성하기 위해 효과적이면서 인간적으로 활동하도록 하는 새로운 사회적 행동과 정행(올바른 행동규범, orthopraxis)을 설정하는 것이다. 글을 마치면서 사회교리는 신앙의 빛을 받아 세상을 복음화 하려는 교회의 가르침으로, 오늘날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에서 신자들의 삶을 밝혀주는 등불이다. 빛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 것도 행할 수 없다. 사회교리를 익히는 것은 신자들이 사회생활에 필요한 삶의 등불을 켜는 일이므로, 세상에서 하느님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가려는 모든 이는 사회교리를 깨닫고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 김명현 신부는 대구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1992년 사제로 서품되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교리교육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다. [월간 빛, 2002년 1월호, 김명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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