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교리상식] (81) 기도의 장애요인들 기도할 때 자꾸만 분심이 드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진심을 담아서 간절하게 집중해서 기도를 바치고 싶은 것은 기도하는 사람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지요. 마음처럼 기도가 잘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도만 시작하면 분심 속에 헤맵니다. 기도를 할수록 삭막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기도해 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회의가 들 때도 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극복하려면 싸워야 합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이를 "기도의 싸움"으로 표현합니다. 기도의 싸움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리서를 중심으로 알아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공짜로 되는 법이 없습니다. 노력이 따라야 하지요. 기도에도 물론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도는 언제나 노력을 전제로 합니다. 기도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의 선물이지만 또한 동시에 그 선물에 대한 우리 자신의 자유로운 응답이기 때문입니다. 이 노력이 영적 싸움, 곧 기도의 싸움입니다. ◇ 극복해야 할 견해와 자세들 우선, 기도와 관련해 그릇된 견해들을 물리치는 일이 중요합니다. 기도를 단순한 심리적 활동으로 보거나 정신적 공백 상태에 이르려는 집중 노력으로 보는 것, 또는 기도란 의례적인 태도와 말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것이 그러한 것들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새겨야 할 점이 있습니다. 기도는 자신의 힘으로가 아니라 성령의 도움으로 한다는 사실입니다.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이 쉽게 낙담하는 것은 이 사실을 깊이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성과 과학을 통해서 이른바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것,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것만을 참되다고 보는 사람은 기도의 힘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기도는 허황하고 쓸데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말씀을 건네시고 그에 대해 인간이 응답하는 기도는 본질적으로 신비입니다. 또 기도를 현실 도피적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기도는 현실을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고 극복해 나가는 힘입니다. 기도를 해도 소용 없다고, 하느님께서 기도를 안 들어주신다고, 기도가 실패했다고 낙담하거나 좌절하는 것도 극복해야 할 그릇된 자세입니다. 이는 기도의 기본 자세인 겸손과 신뢰와 끈기가 부족한 탓일 수 있습니다. 기도를 한다면서 하느님을 하느님으로 받들어 모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을 내게 필요한 것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려 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야고보서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여러분이 가지지 못하는 것은 여러분이 청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청하여도 얻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욕정을 채우는 데에 쓰려고 청하기 때문입니다"(야고 4,2-3). ◇ 기도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기도할 때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흔한 이유는 분심 때문입니다. 분심이 든다고 의도적으로 자꾸만 분심을 쫓아내려고 하면 더욱 힘들어지기 십상입니다. 「교리서」는 이때 분심 자체에 너무 신경을 쓰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분심을 몰아내려고 쫓아다니면 오히려 함정에 빠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분심이 들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본래 자리로 돌아와서 다시 기도를 계속하면 됩니다. 신경을 써야 할 것은 분심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대화에 집중하는 일입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을 정화시켜 주실 것"입니다(2729항). 지난해 '기도 중에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 것 같다'는 마더 데레사 수녀의 고백이 세간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성급한 이들은 이를 가지고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간절한 기도 중에 하느님의 부재 또는 영적 메마름을 느끼는 것은 "관상기도의 한 부분", "고뇌와 무덤 속에서 예수님과 함께 머무는 참된 신앙의 순간"입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말씀이 돌밭에 떨어져 뿌리를 내리지 못해 생기는 그런 메마름이라면 다릅니다. 그때는 "회개하려고 싸워야 한다"고 「교리서」는 가르칩니다(2731항). 기도하려고 하기만 하면 다른 급한 일들이 생각이 나서 기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험도 많이합니다. 이것은 말씀이 가시덤불에 떨어진 경우와 같습니다(루카 8,14). 세상 걱정 때문에 기도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하느님께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표시일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굳건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 정리합시다 겸허한 마음으로, 자녀다운 신뢰심을 가지고 항구한 사랑으로 기도하라. 이것은 기도할 때에 반드시 새겨야 할 요점입니다. 이런 자세로 기도에 임한다면 우리는 언제나 어디서나 어떠한 처지에서나 기도할 수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기도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기도하고 모든 일에 감사함으로써, 우리의 삶 자체가 기도의 삶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1테살 5,16-17 참조). [평화신문, 2008년 2월 24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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