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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27: 예수님과 하느님 나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11 조회수2,514 추천수0
간추린 가톨릭 교회 교리서 (27)


31. 예수님과 하느님 나라

지난 3주 동안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는 참인간이시면서 동시에 참하느님이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교리교육의 목적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도신경은 우리 신앙을 아주 압축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생애에 관해서 단지 강생(잉태와 탄생)과 파스카(수난, 십자가에 달리심, 돌아가심, 묻히심, 저승에 가심, 부활, 승천)의 신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예수님의 강생과 파스카는 예수님을 알게 해 주는 키워드이기에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분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 그분이 지상 생활에서 무슨 말씀을 하셨고, 무슨 일을 하셨고, 무슨 마음을 지니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뵙고 싶습니다”(요한 12,20).

1) 하느님 나라 : 예수님 가르침의 핵심

예수님이 어떤 분이셨는지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분의 가르침을 들어 보는 것입니다. 예수님 가르침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원수를 사랑하여라.”(마태 5,44)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 7,12) 누가 예수님의 가르침에 대해 물어본다면 우리는 이같이 주옥같은 말씀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잘 요약한 말들이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말씀이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이렇게 한마디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예수님 가르침의 핵심은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예수님의 비유 말씀들(씨뿌리는 사람의 비유, 탈렌트의 비유, 탕자의 비유 등등)이 모두 하느님 나라를 가르치시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예수님의 모든 행적도 하느님 나라를 보여 주시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느님 나라” 개념은 예수님의 독창적인 가르침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의 오랜 역사 체험을 통해 형성된 개념입니다. 이스라엘이 강대국들에 멸망한 후에 그들은 하느님께서 자신들을 구원해 주셔서 다시 나라를 회복시켜 주실 것을 믿고 바랐습니다. 그 나라는 불완전한 인간들(=임금들)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직접 이끌어 주시는 완전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하느님께서는 구원자(=그리스도)를 보내주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이 가르치신 하느님 나라는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던 하느님 나라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하느님 나라가 오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무작정 기다릴 뿐이었습니다(이스라엘 백성은 오늘날까지도 하느님 나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선언하셨습니다. 예수께서는 나자렛 회당에서 이사야서의 한 구절(그 내용은 하느님 나라에 관한 것입니다)을 읽으신 후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4,21)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 나라는 예수님 안에서 시작되었다고 선언하신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성부의 뜻을 이루시려고, 지상에서 하늘 나라를 세우기 시작하셨다.” …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으심으로써 이를 행하신다. 이 모임이 바로 교회이며, 이는 지상에서 “하느님 나라의 싹과 시작이 된 것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541항).

2) 죄인들을 환대하심 : 예수님 행적의 핵심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에 관한 가르침을 말로써만 가르치지 않으시고 몸소 보여 주셨습니다. 죄인들을 용서하고 환대해 주심으로써 하느님 나라가 어떤 성격의 나라인지 보여 주셨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의 종교 지도자들의 생각에 따르면, 하느님의 율법을 잘 지킨 사람들은 하느님 나라가 왔을 때 그 나라에 들어가 상을 받게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무시무시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하느님 나라는 사랑과 용서의 나라였습니다. 탕자를 끌어안고 집안으로 받아들여 주는 자비로운 아버지처럼,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나서는 목자처럼, 하느님의 나라는 죄인들을 심판하고 내팽개치는 나라가 아니라, 그들까지 구원하시려는 하느님 사랑의 나라임을 가르쳐 주셨던 것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명절 때 종종 용산에 있는 막달레나 집을 방문하셨습니다. 그곳은 윤락 여성들의 쉼터입니다. 추기경님은 그들에게 “잘 살아야 한다” 훈계를 하시러 가신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애환을 듣고, 그들과 함께 식사하고, 윷놀이도 하셨습니다. 우리는 추기경님의 이러한 행동을 통해 그분이 꿈꾸시던 교회가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도록”(루카 4,18) 파견되셨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선언하시는데 그것은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마태 5,3)이기 때문이다. … 예수님께서는 구유에서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참여하셨다. 배고픔과 목마름과 궁핍을 겪으셨으며, 더 나아가 여러 가난한 사람들과 당신 자신을 동일시하시고, 그들에 대한 실천적 사랑을 당신 나라에 들어가는 조건으로 삼으신다(가톨릭교회교리서 544항).

3) 기적 : 하느님 나라의 표징

예수님께서는 당신 말씀과 더불어, 하느님 나라가 당신 안에 현존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많은 “기적과 놀라운 일과 표징”(사도 2,22)도 행하신다. 이러한 것들은 예수님께서 바로 예고된 메시아시라는 것을 증명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 547항).

예수님의 기적은 하느님 나라 가르침과 연결되기에 중요합니다. 그분의 기적은 악에 물든 이 세상에 하느님의 능력이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기적을 행하시는 예수님 안에서 힘차게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하느님의 영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마태 12,28).

[2013년 5월 5일 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 의정부주보 5-7면, 강신모 신부(선교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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