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교리상식] (107) 12사도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11) 시몬과 유다 시몬과 유다는 성경의 열두 사도 명단에서 열 번째나 열한 번째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나옵니다. 이번 호에는 시몬과 유다에 대해 알아봅니다. 시몬 시몬은 열두 사도 명단에서 '열혈당원'으로 소개됩니다(마태 10,4 ; 마르 3,18 ; 루카 6,15 ; 사도 1,13). 열혈당원은 당시 이스라엘을 식민통치하던 로마제국에 맞서 무력으로 이스라엘의 자주 독립을 꾀하던 이들을 일컬었지요. 복음서와 사도행전의 저자들이 한결같이 시몬을 열혈당원이라고 소개한 것을 보면 시몬은 예수님께 제자로 부름 받기 전에 이 민족주의 운동에 가담했던 것 같습니다. 시몬 베드로와 구별하기 위해 이름 앞에 '열혈당원'이라는 별칭을 붙였을 수도 있습니다만, 별칭을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시몬이 열혈당원으로 활동했음을 확인해주는 표시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성경에서는 열두 사도 명단 외에는 시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다른 대목에서 시몬이라는 이름이 등장하기도 합니다만 그는 열두 사도 가운데 한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 형제인 시몬입니다(마태 13,55 ; 마르 6,3). 따라서 애석하게도 사도 시몬에 대해서는 성경에서 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다만 시몬 역시 갈릴래아 호수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중 예수님께 부름을 받았다는 전승이 있는가 하면, 예수님께서 첫 기적을 행하신 카나 혼인잔치의 주인공 신랑이었다는 설도 있다고 합니다. 예수님 탄생 소식을 천사에게서 전해들은 목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6세기쯤에 유포된 「시몬과 유다 수난기」 같은 위경에 따르면, 시몬은 소아시아 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톱질로 몸이 잘리는 형을 받아 순교했다고 합니다. 그래선지 시몬 사도의 상이나 그림은 톱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책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는데 이것은 시몬의 율법에 대한 열정을 나타낸다고 하지요. 열혈당원이라는 말 자체에 열정이 담겨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시몬 사도 축일은 10월 28일에 지냅니다. 유다 유다는 루카복음과 사도행전에서는 야고보의 아들 유다로 나옵니다(루카 6,16 ; 사도 1,13). 반면 마태오복음과 마르코복음에서는 타대오라고 부르지요(마태 10,3 ; 마르 3,18). '다두'라는 세례명은 이 타대오를 한자식으로 표기해서 부른 것입니다. 복음서들에서는 이렇게 유다와 타대오로 이름이 달리 표기돼 있을까요. 어쩌면 마태오복음과 마르코복음의 저자들은 야고보의 아들 유다와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 이스카리옷을 혼동하지 않도록 일부러 타대오라고 기록했을지 모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유다의 그리스식 이름이 타대오라는 설도 있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한 사람이 두 가지 이름을 갖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에 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교회 전통은 초기부터 야고보의 아들 유다와 타대오를 같은 인물로 여겨왔습니다. 성경에서 열두 사도 명단 외에 이 유다의 이름이 나오는 곳이 딱 한 군데 있습니다. 요한복음 14장 22절로, "유다 이스카리옷이 아닌 다른 유다"라고 나오지요. 이 표현으로 미뤄 초기 교회에서도 야고보의 아들 유다와 유다 이스카리옷을 구별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가톨릭 전통은 오랫동안 이 유다가 유다 서간을 쓴 저자 곧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며 야고보의 동생인 유다"(유다 1,1)와 동일인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렇다면 이 유다는 예수님의 형제인 셈입니다. 마르코복음 6장 2절에서는 예수님에 대해 "저 사람은 목수로서 마리아의 아들이며, 야고보, 요세, 유다, 시몬과 형제간이 아닌가?"하고 예수님의 고향 나자렛 사람들이 말하는 대목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들은 야고보의 아들 유다가 유다서 저자이자 예수님의 형제라는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열두 사도의 하나로 야고보의 아들이자 타대오라고도 불리는 유다에 대해서도 더 확인할 길이 없는 셈입니다. 하지만 전승이나 전설에 따르면 유다는 시몬과 함께 열혈당원 출신이었다고 합니다. 또 위경인 「시몬과 유다의 수난기」에서는 유다가 시몬과 함께 소아시아 지역에서 복음을 전했으며 페르시아에서 순교했다고 합니다. 시몬이 톱질로 순교당한 데 비해 유다는 창에 찔려 순교했거나 또는 도끼로 참수형을 당해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다 사도는 창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회는 유다 사도 축일을 시몬과 같은 날인 10월 28일에 지내는데, 이 또한 시몬과 유다가 함께 활동하고 순교했다는 전승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화신문, 2008년 9월 7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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