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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도덕성 판단 기준이 있나요? (2) 법과 양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18 조회수2,485 추천수0

[교회상식 교리상식] (125) 도덕성의 판단 기준이 있나요? (2) 법과 양심

 

 

지난 호에서는 인간 행위에서 도덕성의 원천이 되는 세 가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번 호에는 도덕성을 판단할 때 기준이 되는 두 가지 규범 곧 양심과 법에 대해 「가톨릭교회교리서」를 중심으로 알아봅니다.

 

 

양심

 

양심은 도덕적 판단에서 주관적 규범이 되는 법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사목헌장」이 양심과 관련해 언급하는 대목은 깊이 음미할 만합니다.

 

"인간은 양심의 깊은 곳에서 법을 발견한다. 이 법은 인간이 자신에게 부여한 법이 아니라 오로지 인간이 거기에 복종하여야 할 법이다. 그 소리는 언제나 선을 사랑하고 실행하며 악을 피하도록 부른다. 필요한 곳에서는 마음의 귀에 대고, 이것을 하여라, 저것을 삼가라 하고 타이른다. 이렇게 인간은 하느님께서 자기 마음 속에 새겨 주신 법을 지니고 있으므로, 이 법에 복종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존엄이며, 이 법에 따라 심판을 받을 것이다. 양심은 인간의 가장 은밀한 핵심이며 지성소이다. 거기에서 인간은 홀로 하느님과 함께 있고, 그 깊은 곳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는다…"(「사목헌장」 16항).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양심은 하느님께서 인간 마음에 새겨 넣어 주신 법입니다. 이 법은 언제나 선을 사랑하고 실천하며 악을 피하도록 우리를 내면에서 일깨웁니다. 따라서 인간의 존엄을 인정한다면 마땅히 이 양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따라야 합니다.

 

양심 형성

 

그렇지만 양심은 올바로 형성돼야 합니다. 올바른 양심 형성을 위한 교육은 평생을 통해 계속돼야 하지요. 양심 형성이 잘못되면 어느 것이 선이고 어느 것이 악인지 잘 분별하지 못하거나, 객관적으로 악한 행위를 하면서도 양심에 아무런 가책을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오류적 양심). 반대로 객관적으로 볼 때 큰 잘못이 아닌데도 자신은 마치 중죄를 지은 것처럼 괴로워할 수도 있습니다(세심한 양심).

 

따라서 양심이 올바로 형성될 수 있도록 양심 교육을 통해 어려서부터 도덕적 판단을 올바로 할 수 있도록 인도해 줘야 합니다. 특히 신자들 양심 형성에는 하느님 말씀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교회는 신자들에게 "신앙과 기도 안에서 하느님 말씀을 자신의 것으로 삼아 그 말씀을 실천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나아가 "주님 십자가 앞에서 우리 양심을 성찰해야 한다"고 당부합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785항).

 

 

 

양심이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주관적 규범이라면 법은 객관적 규범입니다. 그런데 양심이 하느님께서 인간 마음에 새겨주신 하느님 목소리인 것과 마찬가지로, 객관적 도덕 규범인 법 또한 하느님에게서 비롯한다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모든 법의 기본적이고 궁극적인 진리는 '영원한 법'에서 비롯한다. 법이란 만민의 창조주이시며 구원자이시고 살아 계신 하느님 섭리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이성은 선언하고 확증한다. '이성이 내리는 이러한 규정을 바로 법이라 한다'"(교황 레오 13세, 「가톨릭교회교리서」 1951항).

 

윤리신학자들은 하느님 법에서 비롯하는 객관적 도덕률인 법을 자연법과 신법, 인정법 등으로 구별하고 있습니다.

 

자연법

 

이성을 지닌 인간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 등을 자연스럽게 식별할 수 있는데, 이를 자연법이라고 합니다. 자연법은 하느님께서 인간 마음에 새겨주신 법으로서, 양심이 올바로 형성된 사람은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자연법을 지킬 수 있습니다. '선을 행하고 악을 피하라'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바로 자연법 규정이지요.

 

교회는 자연법이 도덕 규범 확립의 기초이며 국법의 필수적 토대로서, 시대와 장소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생활 조건에 적용돼야 하지만, 근본 규범은 불변하며 시간이 흐른다고 폐지되지 않으며 역사 속에서 존속한다고 가르칩니다.

 

신법

 

하느님 법은 자연법을 통해서도 드러나지만 특별히 역사 안에서 계시를 통해 우리에게 제시되고 있는데 이 법을 신법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에는 십계명으로 대표되는 구약의 법(옛 법)과 구약의 완성이신 그리스도의 법인 신약의 법(새 법, 또는 복음의 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주신 새 법은 바로 사랑의 법이고, 자유의 법이며, 은총의 법입니다. 복음의 법인 새 법은 단지 지켜야 하는 의무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지킬 힘과 은총까지도 주기 때문입니다. 이 힘과 은총을 우리는 기도와 성사들을 통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인정법

 

국가나 국제사회의 공동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국가법이나 국제법은 신법과 비교해 인정법(人定法)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 법들 역시 하느님 법에 토대를 두고 있으며 마땅히 토대를 둬야 합니다.

 

[평화신문, 2009년 1월 18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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