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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비신자교리교육의 대안: 디지로그적 접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5-26 조회수2,648 추천수0

예비신자교리교육의 대안 : 디지로그적 접근

 

 

I. 들어가면서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급격한 사회변동과 새로운 문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기술 혁명을 통한 전 지구적 네트워크화로 경제, 정치, 문화의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커뮤니케이션 양식과 삶의 방식이 변화되고 있다. 디지털 문화는 교회 제도와 신앙생활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미 교회는 디지털 미디어를 수용하여 선교와 사목에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교구, 본당, 수도회, 단체, 개인의 홈페이지나 포털사이트, 카페나 블로그에서 온라인공동체, 인터넷 성당, 인터넷방송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가톨릭폰이나 모바이블 서비스 혹은 본당 사목을 위한 문자메시지가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교회는 디지털 문화가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가르침과 교육 분야는 아직도 인쇄물이 지배적인 구텐베르크 시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교회는 복음 선포를 위해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예비신자 교리교육, 성경공부, 신앙 강좌, 피정 등의 교육과정이 있다. 그러나 그에 걸맞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대부분의 교육이 아직도 인쇄문화에 의존하는 상황이며, 본당에는 대체로 빔 프로젝트와 스크린이 구비되어 있다 하더라도 소프트웨어가 매우 부족하거나, 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식이 부족하다. 교육이나 피정을 위주로 하는 장소에서조차 영상과 음향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사회에서는 널리 일반화된 교육 패러다임이 교회에서는 일부에 국한하여 시행되는 편이다. 교육의 주체가 되어 참여와 체험을 통한 다양한 의미 찾기와 협동적 팀을 이루어 성과를 이루는 방식보다는 일방적인 교리 지식 전달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교회가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인 참여·공유·개방을 보다 깊게 이해하고 교회 교육에 통합적으로 접근한다면 교회 교육에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본 논문은 디지털 문화 시대에 교회가 예비신자 교리교육에 디지털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장하지만 동시에 아날로그적 접근 방식도 필요하다는, 소위 ‘디지로그적 접근’을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각각의 장점을 모은 디지로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디지털의 쌍방향 소통과 아날로그의 인간적 감성의 만남으로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논문은 우선, 한국 천주교회가 안고 있는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 문제점의 해결 대안으로 디지로그적 접근 방식을 소개한다.

 

 

II.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문제점

 

1. 교리교육 방식의 문제점

 

현재 예비신자 교리교육은 대체로 강의 중심 교리, 나눔 중심 교리, 혹은 강의와 나눔의 병행 교리로 수행된다. 강의중심 교리는 교리 내용 전달에, 나눔 중심 교리는 신앙 실천에, 강의와 나눔을 병행하는 교리는 교리 내용의 이해와 신앙 실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본당마다 세 가지 방법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실시하고 있지만 교리교육 봉사자와 예비신자 양쪽이 교리교육에 불만족한 면이 있다. 

 

김영주 수녀는 ‘예비신자 교리교육 실태와 문제점’을 주제로 한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한다. 교리교육 봉사자가 현재 교리교육 방법에 대해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중간탈락자와 냉담자들이 많기 때문에’를 27.0% 응답하였고, ‘예비신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17.3%, ‘교리내용을 쉽게 전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15.0%, ‘예비신자 간 또는 예비신자와 기존 신자 사이의 친교가 어렵기 때문에’ 12.2%, ‘조 나눔 대화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때 조정이 어렵기 때문에’ 11.2%, 기타 8.4%, ‘교리 방법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기 때문에’ 5.6%, ‘교리 준비를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3.1%, ‘타종교에서 온 예비신자들이 너무 많은 질문을 하기 때문에’ 0.3% 응답하였다. 

 

피교육자인 예비신자들에게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은 세례를 받은 다음 거의가 교리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영주 수녀에 따르면, 교리교육을 받는 동안 예비신자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교리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25.3%, ‘예비신자 간 또는 예비신자와 기존 신자 사이의 친교가 어렵다’ 24.1%, ‘예비신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 15.5%, ‘교리시간이 너무 길다’ 5.8%, ‘교리방법이 지루하다’ 2.7%, 기타 26.6% 응답하였다. 

 

위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교리교육 봉사자와 예비신자 양쪽이 현행 예비신자 교리교육 방법이 지닌 어려움 중에 ‘교리 내용 이해의 어려움,’ ‘예비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친교의 어려움,’ ‘교리 내용 전달과 이해의 어려움,’ 그리고 ‘교리방법의 지루함’이라는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교리교육 동안 예비신자들이 느끼는 이러한 어려움들은 중간 탈락자와 조기 냉담자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2. 교수법의 문제점

 

본당 중에는 대략 1/3이상이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강의 중심 교리로 하고 있다. 강의를 맡은 교리교사는 수도자, 성직자, 평신도 순으로 점유되어 있다. 강의 중심 교리는 예비신자에게 교리 내용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둔다. 대체로 교리교사가 예비신자에게 일방적인 주입식 강의를 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많은 양의 교리 지식을 짧은 시간에 전달할 수 있고, 교리교사가 예비신자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성직자나 수도자는 영세 이후에도 새영세자와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반면에 강의 중심 교리는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 우선 주입식 강의는 예비신자에게 교리 지식을 수동적으로 습득하게 하여 교리와 삶과의 연결을 이루지 못하게 한다. 둘째, 예비신자가 교리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체험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 셋째, 강의실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다보니 교리교육이 지루하고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넷째, 예비신자 간에 친교를 나누기 어렵다.

 

 

3. 나눔식 교리

 

주입식 강의 방식과는 달리 나눔식 교리는 일종의 소규모로 진행되는 그룹 작업이다. 서로 교리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라는 나눔을 통해 스스로 깨닫고 다른 참여자와 적극적으로 교류할 수 있다. 그러나 나눔식 교리는 교리교육 봉사자의 자질에 따라 교육 내용과 방향이 좌우되는 단점이 있다. 또한 나눔의 형식이 주어진 교재에 얽매여 다양한 교수방식을 배제할 우려가 있다. 그룹대화는 얼굴을 맞대고 서로 주고받는 말로도 이루어질 수 있지만 여러 가지 미디어를 활용한다면 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참여자의 의견을 표출하게 할 수 있다.

 

 

4. 멀티미디어 활용의 문제점

 

최근 본당마다 예비신자 교리교육에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도입하여 활용하고 있다. 교리교육 봉사자는 미디어를 활용하여 예비신자의 주의력을 환기시키고, 교재 내용을 보다 쉽게 전달하며, 습득한 교리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한다. 하지만 미디어를 잘못 이용하여 부작용이 발생되는 경우도 있다.

 

1) 교리 시간 내내 멀티미디어를 사용할 때 교육의 효과는 반감된다. 예를 들어, 미사를 설명하는 시간에 미사에 대한 비디오테이프를 한 시간이나 90분을 내내 보여주고 그 이후 설명이 없다면 예비신자들은 미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영화를 보여주든, 파워포인트로 보여주든 거기에는 교리교육 봉사자가 자세히 설명해 주고 서로 간에 대화가 있어야 한다.

 

2) 교리교육 봉사자가 멀티미디어를 활용할 때 예비신자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체험하게 하는 경우가 적다. 예를 들어, 파워포인트를 활용하여 페이지를 넘기며 계속 일방적인 설명을 할 때 예비신자는 식상하게 된다. 

 

3) 멀티미디어를 사용할 때 미리 점검하지 않아 영상, 음향, 조명 등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경우 교리 분위기가 흩뜨려질 수 있다. 주위 조명이 너무 밝아 화면이 흐리게 보이면 내용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음향이 제때에 나오지 않거나 나온다 하더라도 소리가 너무 크거나 작으면 내용 전달에 방해가 된다. 

 

4) 멀티미디어만을 이용하면 아날로그적 감정교류와 친교가 부족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아날로그적인 신앙감각을 담아낼 수 없다. 따라서 교리교육이 멀티미디어에 전적으로 의존할 때 인간적인 친교와 성사의 은총을 제대로 수용할 수 없다.

 

본 논문은 현행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다양한 문제점을 상기하고 그것을 타개하기 위하여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장점을 모은 디지로그적인 접근을 제안하고자 한다.

 

 

III. 디지로그적 예비신자 교리교육 방식

 

1. 디지로그의 이해

 

디지로그(영어: digilog)는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의 합성어로 둘을 합쳐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새로운 트렌드를 이루는 현상을 말한다.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 등 디지털 문화가 일상화되어 가면서 편리하고 실용적인 면은 있지만 한 번의 클릭으로 쉽게 이어지고 삭제되는 ‘디지털 인간관계’라는 가벼움이 있다. 또한 끊임없는 접속과 서핑, 디지털 중독으로 인한 성찰과 사색의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 반면에 아날로그는 끈끈한 정, 감성, 믿음, 역사, 기억 등 인간적인 요소를 풍부히 지니고 있지만 효율성과 합리성이 부족하다. 바로 여기에서 디지털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아날로그의 장점으로 보완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따라서 디지로그란 차가운 디지털에 아날로그 정서인 감성, 상상력, 인간적인 요소를 융합한 결과이다. 

 

디지로그는 가상세계와 실제세계의 결합, 정보통신기술과 인간관계의 만남, 이성과 감성의 만남, 차가운 기술과 따뜻한 정(情)과 믿음[信]이 만나는 것이다. 이러한 디지로그 시대를 살아가는 삶은 사이버 생활이 심화된 요즘 사람들의 문제점을 실생활과 결합시켜 균형있고 조화로운 인간을 형성하기 위한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이 더욱 발전할수록 아날로그적 행태가 디지털 사회를 더욱 풍부하게 해 준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첨단 외양에 인간적인 느낌이 담긴 상품에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게 되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디지로그라는 말은 단편적인 기술용어에서 벗어나 정보문화의 신개념으로 사용된다. 곧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트와 아톰, 클릭과 브릭(brick),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 정보네트워크와 물류’ 등 IT와 함께 대두된 이항 대립체계를 해체해 신개념을 구축하여 오늘날 전개되고 있는 인터넷의 어두운 면을 극복하고 앞으로 다가올 후기 정보사회의 밝은 모습을 나타내는 키워드로도 사용된다.

 

디지로그적 시도는 IT산업의 발전과 함께 나타난 대립구조들을 신개념으로 다시 구축하기 위해 나타난다. 아날로그 인간이 매일매일 업데이트하며 살아있는 디지털백과사전으로 구축되고 있는 네이버 지식in, 한국인 고유의 촌수와 싸이 문화에 문화 마인드를 입힌 싸이월드 미니홈피, 핸드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곧바로 액자에서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사진액자. 휴대전화에 들어있는 강아지 기르기 프로그램 등이 있다.

 

 

2.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대안 : 디지로그적 접근

 

교회는 언제나 새로운 시대의 징표를 정확히 식별하고 효과적인 선교와 사목을 위해 디지털 발전과 기술을 창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컴퓨터 시대가 지니고 있는 모든 잠재력을 총동원하여 모든 사람이 인간적이고 초월적인 소명에 봉사하게 함으로써 모든 선의 근원이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려는 것이다.”(「새로운 시대」1991, 3항) 사실, 디지털 혁명은 “교회의 지각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서는 교회의 구조나 기능, 형태에까지 심각한 파급 효과를 몰고 오기”(상동, 4항) 때문에 교회는 새로운 시대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가 디지털 시대에 형성된 새로운 문화에, 새로운 언어로, 새로운 기술로 그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그리스도교적 메시지를 접합시킬 필요가 있다. 

 

모든 본당에서 실행되는 예비신자 교리교육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디지털 시대에 삶의 방식이나 사고방식이 디지털 문화의 특징인 개방성, 익명성, 상호작용성으로 바꾸면서 쌍방향 소통 방식이 교육의 형식과 내용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또한 피교육자인 예비신자를 살펴볼 때, 30~50대 연령층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교육수준이 대졸이나 중퇴가 반 이상을 차지하며, 직업별로는 전업주부를 빼고는 전문직, 사무 관련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예비신자의 인구학적 통계는 교육수준이 높고 비교적 젊은 층을 구성하는 중산층임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최근 예비신자는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삶을 살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교회는 예비신자 교리교육에 이같은 상황을 참조해야 한다. 

 

교회 제반 활동과 신앙 실천은 근본적으로 아날로그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예비신자를 기존 교육의 틀로 수용하기에는 이제 무리가 따를 수 있다. 교회는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디지털 문화의 장점과 자신의 아날로그적 장점을 조화롭게 융합한 ‘디지로그적 접근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는 디지털 문화와 인간적인 감성과 믿음, 사색과 성찰, 기억과 재생을 제공하는 아날로그 문화를 한데 어우르는 ‘디지로그적 신앙 감각’을 계발하여 예비신자 교리교육에 적용한다면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 다지로그적 신앙 감각

 

신앙인의 ‘신앙 감각’이란 본래 대상을 지각하는 감각(sensus) 능력을 통하여 하느님의 흔적을 세상 속에서 읽어낼 수 있는 영적 감수성을 일컫는다. 이것은 신앙의 진리를 인식하는 표준이다. 이것은 다수의 의견에 좌우되지 않고, 교도권이나 성경, 각종 신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이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하게 된다. 따라서 신앙 감각은 교도권에 충실하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귀를 기울이는 가운데 늘 삶 안에서 형성·유지되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신앙인의 신앙 감각은 ‘디지로그적 신앙 감각’으로 규정하고자 한다. 디지털 신앙 감각은 디지털 문화의 특징인 쌍방향 소통을 신앙 실천에 최대한 반영하고, 그 문화의 맹점인 인간성 상실을 극복하기 위해 교회의 기존 아날로그적 신앙 실천인 회개와 기도, 믿음과 사랑과 희망을 드러냄으로써 복음적 삶을 증거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예비신자 교리교육이 디지로그적 신앙 감각을 바탕으로 실행된다면 교리시간은 지식의 전달을 넘어 그리스도교적 삶을 알리는 시간이 될 수 있다.

 

2) 디지로그적 예비신자 교리교육

 

예비신자 교리교육에 디지로그적 신앙 감각의 접목은 현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단점을 지양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현재의 문제는 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진 아날로그적 교육 방식과 인간관계가 배제된 멀티미디어의 식상함에 있다. 따라서 현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참여, 체험, 그리고 대화라는 키워드가 실천가능하게 해야 한다. 여기서는 디지로그적 예비신자 교리교육 방식을 몇 가지 소개하는 것으로 만족하고자 한다.

 

(1) 참여와 체험을 위한 방식

 

교리 시간은 단순히 교리교사에게 듣기만 하는 시간이 아니다. 교사가 피교육자에게 지식과 정보를 전달할 때 피교육자는 수동적인 존재로 남는다. 이러한 지식은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교리는 지식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디지털적인 요소는 교리 지식이나 일반 사실을 쉽게 습득하게 해주기도 하고, 참가자 간에 인간관계를 쉽게 연결시켜준다. 반면에 아날로그적 요소는 참가자의 느낌이나 감성을 표현하고, 서로 간에 신앙을 교류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면에서 디지로그적 방식은 교리 시간에 예비신자들을 교리 내용과 형식에 참여하고 체험하게 함으로써 교리를 삶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하느님과 예비신자 간, 교리교사와 예비신자 간, 예비신자와 예비신자 간의 관계를 밀접하게 만들어 준다. 여기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a. 디지털 카메라(디카)와 카메라폰 활용

 

디카와 카메라폰은 찍고자 하는 장면을 신속하게 찍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이미지화하고 그것을 변형하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데 많이 쓰인다. 교리교사는 교리 내용 중에 사랑, 용서, 혹은 나눔 등 선정된 주제를 설명하는 방법으로 디카 혹은 카메라폰을 이용하여 사람, 사물 혹은 상황을 찍게 한 다음 예비신자로 하여금 주제에 맞게 기술하도록 한다. 이 작업은 참가자가 정지영상에 자신의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의미생성이나 의미부여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남에게 소개함으로써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b. 연극 연출

 

어떤 교리 주제에 관련된 내용을 화면으로 보여준 다음 그 내용을 즉흥극이나 역할극으로 재현하게 한다. 화면은 동영상이나 정지영상이 될 수 있다. 정지영상일 경우, 두 세 장면을 보여준 다음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여 장면끼리 연결시켜 스토리를 엮어내게 한다. 그룹이나 모둠으로 형성된 구성원은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스토리를 만든다. 스토리에 따라 구성원은 자신의 역할을 분담하여 연극으로 표현한다. 영상을 보고 자신의 삶에 비추어 해석하고 이야기를 꾸며 몸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창의성과 상상력을 동원한 매우 교훈적 학습이다. 또한 그룹과 함께 연극을 하기 때문에 서로 협동심, 친교, 그리고 일치를 이룰 수 있다. 

 

c. 노래 개사

 

30-50대가 즐겨 부르는 노래를 선정한다. 화면으로 가사를 보며 함께 부른다. 교리 수업 주제에 맞게 가사를 바꾸는 작업을 한다. 그룹이나 모둠으로 작업하게 한다. 다 완성된 다음 각 그룹별로 개사된 노래를 부르게 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게 한다. 

 

d. UCC 활용

 

이용자 제작 콘텐츠(UCC)는 매우 보편화되어 있다. 디카나 휴대전화, 혹은 캠코더로 UCC를 쉽게 제작하고 유튜브(Youtube)나 판도라(pandora) 혹은 네이버(Naver)나 다음(Daum)에 올릴 수 있다. 집에서 UCC를 만들어 교리 시간에 보여준다. 성당이나 가족 소개, 자연이나 환경, 사건이나 상황 등 어떤 것이라도 영상에 담아 설명하며 보여준다. 

 

교리교사는 교리 내용을 직접 UCC로 만들어 예비신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가령, 세례성사가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 사전에 성당 안에 있는 여러 인물들과 세례성사에 대해 인터뷰한다. 성직자, 수도자, 사목위원, 주일학교 등 여러 부류의 인물과 만나 세례성사가 무엇인지 질문과 답으로 영상을 만들어 예비신자에게 보여준다.

 

e. 디지털 게임 활용

 

인터넷 플래시를 이용하여 단계별로 게임을 완성하는 단순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보통 디지털 게임 프로그램 하나를 만드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인터넷 플래시는 저렴하다. 예를 들어, 고해성사의 5가지 요소 내지 단계를 설명할 때 플래시로 만든 게임을 이용한다면 예비신자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f. 오락 프로그램 패러디

 

TV에서 유행하는 서바이버 게임이나 진실 게임 형식을 패러디하여 교리 내용을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예비신자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간다면 교리가 재미있고 기억에 오래 남게 될 것이다. 

 

g. 원격 교육을 위한 IPTV

 

IPTV는 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Internet Protocol Television)의 약자로 초고속 인터넷 회선으로 TV를 보는 것을 말한다. 즉 기존 TV의 고화질, 대화면의 장점에 인터넷 회선을 연결하면 사전 예약 녹화를 하지 않아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인터넷과 텔레비전의 융합이다. IPTV로 미사·영화·음악 등의 시청은 물론이고 원격교육이나 홍보도 가능하다. 특별히, 교리교사가 교리수업을 영상에 담아 IPTV에 축적시키면 예비신자는 언제 어디서든 콘텐츠를 꺼내 볼 수 있다. 또한 모든 소식도 영상으로 올리고 전할 수 있다. 단, IPTV를 위해 예비신자 가정에 세톱박스를 설치해야 한다.

 

(2) 대화 촉진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사용자 참여와 개방 지향의 웹 2.0이 각광을 받게 되면서 사용자가 쉽게 참여하여 다른 사람들과 대화와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블로그, 미니홈피, 카페와 같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인 웹 서비스다. 블로그, 미니홈피, 카페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는 스스로 다양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으며, 이런 정보들은 이용자끼리 공유되어 다른 이용자의 정보원이 된다. 

 

예비신자 교리 교육에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활용한다면 교리교사와 예비신자 간, 예비 신자 간에 대화와 소통을 긴밀하게 하여 서로 간의 친교와 일치를 나누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는 컴퓨터 통신망을 통해 형성되는 가상 공동체인 사이버 공동체를 이루게 해주는데, 시, 공간적 특성과는 무관하게 취미, 관심사 등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한다. 구성원들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공동체로서의 결속을 보여준다. 인터넷상의 가상 공동체인 미니홈피, 블로그, 카페, 클럽 등을 이용할 때, 전체 예비신자 구성원의 소속감을 증대시키거나 개인 상호 간 대화와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유용하다.

 

a. 미니홈피

 

미니홈피는 이용자들이 자신의 정보를 기록하고 게시판에 글과 사진을 올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배경음악, 배경화면 등의 기능을 통해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고 다른 이용자들과 네트워크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 ‘일촌맺기’를 통해 서로 방문하게 하여 관계를 설정하고 사이버 인맥을 넓힌다. 일촌끼리는 파도타기 기능을 통해 정보가 공유되고 상대방의 다른 일촌 홈피로 연동되는 것이 가능해 온라인상에서 더 넓은 인맥 형성이 가능하게 된다. 이는 오프라인 상에 안면이 있는 이들과의 관계를 온라인으로 연장시킬 수 있다. 예비신자끼리 미니홈피를 이용하여 서로 가깝게 인간관계를 맺음으로써 예비신자 교리 중이나 영세 받은 후에도 관계를 지속적으로 하게 할 수 있다.

 

b. 인터넷 카페

 

인터넷 카페는 네트워크상에서의 카페를 말한다. 즉, 카페가 가진 여러 가지 기능적인 측면을 네트워크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일종의 사회적 기능으로서 정보 교환과 정보 공유, 게시판 이용을 통한 대화의 장이 된다. 특히 교리교사는 예비신자 교리 내용을 카페에 올려 예비신자들이 교리 이후에도 카페를 통해 다시 그 내용을 복습하고 숙지할 수 있게 한다. 더 나아가 교리교사는 예비신자와 자유게시판을 통해 대화하여 교리 시간에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보충할 수 있다. 카페에는 교리 내용뿐만 아니라 교리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올려놓을 수 있다.

 

 

IV. 나오면서

 

각 본당에서 실시하는 예비신자 교리교육은 하느님의 자녀로 탄생시키고 교회의 구성원이 되게 하는 교회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현 예비신자 교리 교육의 체제와 방식은 비효율적이고 구시대적인 면이 있다. 본 논문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진 예비신자들이 교리교육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즐겁게 받아들이도록 디지로그적 접근 방식을 제안해왔다. 그것은 디지털 기술의 장점과 아날로그 문화의 장점을 서로 융합한 신앙 감각을 계발하여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예비신자 교리교육이 너무 일방적인 강의로 어렵고, 지루하고, 딱딱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디지로그적 접근 방식은 교육 내용을 쉽고 간결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참여와 체험을 통해 교리가 지식 전달이 아닌 삶 안에서 하느님을 체험하게 해주며, 교리교사와 예비신자 혹은 예비신자 간 대화와 소통을 원활히 하여 친교와 일치를 촉진하도록 하게 한다. 

 

교회가 예비신자 교리교육에 디지로그적 접근 방식을 빠른 시일내에 도입하고 실천하기에는 여러 난관이 있지만 각 본당마다 이런 방식을 시도하고자 노력한다면 좋은 성과가 점점 확산되리라 믿는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만남으로 유비쿼터스적인 하느님을 늘 체험하며 살아가는 신앙인이 될 것이다.

 

*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문화 복음화 포럼(2008년 11월 14일) 발제문.

 

[김민수 신부(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서울대교구 역촌동 성당 주임) / 매스컴위원회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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